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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y 05. 2022

게임의 세계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룩셈부르크 다녀온 뒤, 하루 쉬고 그다음 날 루아르 고성을 여행하기로 계획했었다. 루아르 강 주변으로 유명한 고성이 많다. 팬데믹 전, 여인들의 성이라 불리는 쉬농소 성과 프랑수아 1세가 착공하여 루이 14세가 완공한 중세와 르네상스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샹보르 성을 여행한 적이 있다. 샹보르 성은 친정엄마와 우리 가족이 다 함께 여행했기에 더욱 기억에 남는다. 이번에 앙부아즈 성에 가기로 계획했다. 하루 쉬고 다음날 당일치기로 갔다 오기로 했다. 다른 성 안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도 예약했다. 가격이 꽤 비쌌지만, 휴가인 데다 특별한 성 안에서의 식사이니 그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나이 많은 아빠 엄마는 자동차로 왕복 12시간을 차 안에서 달리다 보니 온몸이 아파왔다. 신랑은 운전하느라 어깨며 목이며 근육이 뭉쳤고, 나는 뒷좌석에서 아이를 무릎에 눕혀서 다리를 못 펴고 줄곧 있느라 온몸이 아팠다. 기본적으로 차를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피로가 며칠 갔다. 우리는 하루 쉬고 다시 차를 3시간 정도 타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식당도 취소하고 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렇다고 소중한 휴가 기간에 그냥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4월 26일 오전, 한창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데리고 파리 과학산업관으로 갔다. 신랑은 우리를 태워주고 끝날 때 픽업 오기로 하고, 혼자 쉬라고 하며 나와 아이 둘이서 과학관을 천천히 여유 있게 체험하기로 했다. 저번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있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양한 체험을 하고 오자 싶었다. 과학산업관 제일 위층에는 Jeu Video라는 게임하는 곳이 있었다. 아이는 게임을 하고 싶다며 나를 재촉했다. 내부는 많이 컴컴했다. 테트리스, 스트리트 파이터 같이 게임을 하는 곳도 있었다. 가상으로 바닷속을 헤엄치거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비행하는 게임도 있었다. 자동차 운전도 있고, 단체로 영상을 보면서 댄스를 하는 곳도 있었다. 게임장 안에는 우진이처럼 어린아이들도 있었고, 10대 청소년도 많았다. 방학이라 초중등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한 것 같았다. 10대들은 손에 다들 노트와 펜을 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메모를 했다. 학교에서 나온 것 같았다. 아이는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에 빠져서 거의 1시간을 내리 했다. 혼자만 하고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한 판 끝내고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줬다. 뒤에 줄 서서 또 하고 또 하고를 반복했다. 나는 1시간 동안 아이가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게 집중하는 눈빛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게임 룰을 알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버튼을 누르는 손은 너무나도 재빨랐다. 모든 영혼을 다 쏟아붓는 모습이었다.


(좌) 가상으로 비행기 운전하는 게임 (중) 테트리스 (우) 양쪽에 앉아서 서로 게임 배틀. 가운데 큰 화면으로 사람들은 게임 배틀을 볼 수 있다. by 모니카


고작 만 5~6세 밖에 안 되는 아이들이 게임이란 것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하나같이 모두가 집중하고, 몰입하고, 좋아할 수 있는 걸까?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아이들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한다며 부모들이 걱정한다. 도대체 게임이 무엇이길래 이리도 아이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백지상태 같은 아이가 한 번도 가르쳐주지도 않고, 선보인적도 없는 게임이란 세계에 푹 빠져드는 것을 보고 있으니, 인간의 본성은 원래 게임이란 것을 좋아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빨고, 씹고 하는 식욕이 있듯, 게임도 인간 본성에 가까운 그런 분야일까? 그렇고 보니 가상공간이지만 자신이 다른 누군가와 싸우고, 경쟁하고, 이기고, 승리를 맛보고, 또 도전하고... 이 모든 것이 인간 본성에 가깝다. 그럼 공부는 인간 본성이 아닌 건가? 책을 보자고 하면 영락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글씨를 한번 써보자고 하면 마지못해 한 글자, 두 글자 쓰다 만다. 인간 본성은 게임에 가깝고, 공부와는 먼 것일까?  


(좌) 실제 과학산업관은 이런데... (우) 신체 움직임으로 비행기를 운전하는 게임 (우) 화면 속 캐릭터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는 아이들. 게임과 스포츠의 접목 by 모니카


그렇다면 게임 산업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으로 공부를 하고, 공부와 게임을 접목시키는 것이다. 이미 이런 것은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있다. 게임처럼 공부하기, 공부하듯 게임하기. 교육산업은 게임 산업과 손을 맞잡고 개발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카추 앱을 다운로드해서 양치질을 한 적이 있는데, 양치질하기 싫어하는 아이가 155마리의 포켓몬을 잡고 싶어서 양치질을 155일 동안 열심히 했었다. 잡은 포켓몬 이름을 하나씩 적어보자고 했더니, 아이는 155마리 이름을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자신이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고는 게임을 교육과 접목해서 하면 시너지가 난다는 것을 알았다. 결코 게임이 나쁜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나는 아이가 게임을 너무 과하게 하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몰입하는 것은 어느 정도 하게 해주고 싶어서 1시간 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게임하는 모습을 보니 자세 하나만큼은 프로게이머 저리 가라였다. 그 외 다른 게임도 두루두루 했기 때문에 이날 게임을 총 2시간 넘게 한 것 같다. 테트리스 하는 법도 직접 가르쳐줬다. 곳곳에서는 게임하는 아이와 어른들로 가득했다. 과학산업관에는 게임 말고도, 다양하게 체험하는 과학 관련 공간이 많은데 그런 곳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앞으로 이곳에 올 때마다 아이는 게임만 할 것 같다. 어느 정도 룰을 정해줄 필요가 있다.


(좌) 게임에 열중하는 아이 (중) 스트리트 파이터 (우) 테트리스 하려고 기다리는 중인 아이. 어른이고 아이고 게임은 재미가 있다 by 모니카


신랑이 지난 1년간 들었던 스탠퍼드 비즈니스 스쿨에 접속해서 들어갔다. 스탠퍼드는 전 세계 곳곳에서도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 학위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졸업식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했다. 미국에 거주하거나 졸업식에 참석 가능한 사람들은 실제 졸업식 현장에 참석했다. 하지만 해외 거주자들은 쉽게 가지 못하기 때문에 아쉽지만 온라인으로 졸업식에 참여했다. 줌으로 서로 얼굴을 보기도 하고, 각자 아바타를 설정해서 메타버스도 활용하는 등 집안에서 실제 졸업식장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는 신기한지 엊그제부터 계속 이곳 플랫폼에 접속해서 드나들며 아바타를 꾸며서 가상 세계를 이리저리 체험하고 다녔다. 배도 타고, 춤도 추고, 달리고 마치 게임하는 것과 비슷해서 아이는 하루 종일 이곳에 있으려고 했다. 실제 캠퍼스를 가상세계에 그대로 갖다 놓은 것 같았다. 나와 신랑은 캠퍼스를 가본 적이 있지만, 아이는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스탠퍼드 캠퍼스에 가서 아이가 가상으로만 보던 캠퍼스가 실제 눈앞에 펼쳐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상상해본다.


(좌) 아이는 메타버스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게임하는 것 같다며 재밌어했다 (중) 교육계에서도 수업 및 졸업식 등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by 모니카


이제는 가상세계, 메타버스, 온라인, 아바타, NFT 이런 키워드가 대세인 시대다. 이전에 대구문화재단 웹진에도 관련 주제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는데, 문화예술계에서도 온라인 및 가상 전시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나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SNS 잘할  모르고, 온라인에서의 대화도 어색하다.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데, 성격인지 성향인지 그게  안된다. 그나마 요즘 자주 활용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은 브런치다. 나는 비록 아날로그라도  아이까지 아날로그로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대가 이렇게 흐르고 있는데, 나는 이쪽은 힘들어, 어려워, 귀찮아,  맞아. 불편해... 하면서 접근하지 않으면, 아이는 적응하기 힘든 세상이   같단 생각이 든다. 아이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텐데  게으르고, 느리고, 굼뜬 엄마는 어찌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다. 내가  아이에게 말하는 '자연스러운 성장'처럼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차츰차츰 자연스럽게 새로운 가상세계를 접하고 배우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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