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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un 15. 2022

샤틀레 극장

뤼팡 시즌2 마지막 장면에 나온 그 곳

넷플릭스 뤼팡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매우 흥미롭게 시청했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흡입력 있었다. 시즌2 마지막 장면에 어느 멋진 극장이 나온다. 그곳은 바로 샤틀레 극장. 나는 샤틀레 주변을 자주 지나다녔다. 그곳은 마레 지구로서 내가 좋아하는 장소다. BHV 백화점, 파리 시청, 마레 지구, Eataly 등이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생폴 역 일대에 까르나발레 박물관, 빅토르 위고 생가, 보쥬 광장 등이 나온다. 샤틀레 극장을 가보고 싶었다. 연극을 알아봤다. 마침 아동극이 있었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았다. 6월 12일 일요일 오후 3시에 하는 Pierre et le Loup 티켓 3장을 구매했다. 어른 15유로, 아이 8유로. 1주일 전부터 아이에게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보여줬다. 우진이는 관심 있게 봤다. 자신이 한창 연극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연극에 관심이 많다.


Pierre et le Loup는 삐에르와 늑대라는 뜻으로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아이들을 위한 교향곡 동화를 작곡했고, 그 곡에 맞춰 연극을 만들었다. 여기서 삐에르는 영어로 피터, 베드로로 번역된다. 화자는 동화 속 이야기를 들려주고, 오케스트라는 다른 악기를 사용하여 각 등장인물을 나타내는 주제곡을 연주하는 방식이다. 프로코피예프의 곡 중 자주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36년, 프로코피예프는 모스크바 중앙 어린이 극장 감독인 나탈리아 사츠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교향곡을 작곡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의 의도는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를 어린이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1936년 5월 2일, 모스크바 음악원 본관에서 열린 어린이 음악회에서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함께 초연됐다.  


동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젊은 소비에트 개척자인 피터는 산림 개간지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살고 있다. 어느 날 피터는 정원 대문을 열어둔 채 공터로 나갔고, 마당에 사는 오리는 틈틈이 근처 연못에 수영을 하러 갔다. 오리와 새는 새가 수영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오리가 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동네 고양이가 조용히 그들을 쫒고, 새는 나무로 날아가고, 오리는 연못 한가운데에서 헤엄쳤다. 얼마 후, 피터의 할아버지는 늑대가 숲에서 나와서 이들을 공격할까 봐 혼자 초원에서 놀고 있다고 꾸짖는다. 피터가 늑대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반항하자, 할아버지는 피터를 집으로 데려가 문을 잠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나운 늑대가 실제로 숲에서 나온다. 고양이와 새는 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지는 연못에서 나온 오리는 늑대에게 쫓기다 잡아 먹힌다. 이 모든 상황을 집에서 지켜본 피터는 밧줄을 가져와 정원 벽을 넘어 나무로 올라간다. 그는 새에게 늑대 주위를 날아다니도록 해서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올가미를 가져와 늑대를 잡는다. 늑대는 나오려고 애쓰지만 피터는 밧줄을 나무에 묶어서 올가미는 더욱 조여진다. 늑대를 쫒던 사냥꾼은 총을 준비하고 숲에서 나오지만 피터는 승리의 환호를 만끽하는 대신 늑대를 동물원으로 데려간다. 마지막에 사람들에게 늑대 뱃속에서 여전히 오리가 꽥꽥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끝을 맺는다.


여기서 등장하는 각 동물의 소리를 오케스트라 악기로 표현한다. 새는 플루트, 오리는 오보에, 고양이는 클라리넷으로 스타카토 음역을 내며, 할아버지는 바순, 늑대는 호른, 사냥꾼은 팀파니와 베이스 드럼, 피터는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를 혼합한 현악기로 표현한다. 동물의 움직임과 소리를 잘 관찰해야만 작곡이 가능하다. 새의 움직임, 고양이의 몸짓, 오리 소리 등을 잘 관찰해서 포인트를 포착하여 어떤 악기가 그 동물과 가장 어울리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에 따라 작곡을 한다는 것은 과히 놀라운 창조적인 작업임에 틀림없다. 나는 우진이와 자주 볼로뉴 숲에 가서 물새, 백조, 오리 등을 관찰한다. 그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잘 관찰한다. 자연에서, 일상에서 주변을 잘 관찰하면, 무엇인가 발견하게 되고, 그 발견이 창조적인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래서 우진이에게 주변을 잘 관찰하라고 늘 말한다. 관찰하다 보면 발견하고 창조성이 개발된다.


6월 12일, 우리 가족은 자가용으로 가려다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1호선 노란색 메트로는 무인 지하철이다. 맨 앞줄에 타면 지하철 안이 훤히 다 보이며 실제 운전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진이는 이 느낌을 좋아한다. 자신이 운전수가 되어 마치 이 거대한 지하철을 몰고 가는 것 같은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맨 앞에서 각종 모형 버튼을 누르면서 운전하는 듯이 샤틀레 역까지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역에 내리는 바로 앞에는 외관이 특이한 예술가의 집이 나왔다. 입구에는 푸틴을 조롱하는 그라피티가 그려져 있었고, 우크라이나 평화를 지지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곳은 예술가들이 서로 연대하며,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예술 활동을 함께 하는 작업실이다. 입장이 무료라서 들어가 봤다. 4층 정도 되는 건물 전체가 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이자 전시실이었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실제로 작업하는지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려와서 샤틀레 극장으로 바로 갔다.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15시 공연 한 시간 전에 문이 열리는데, 13시 50분 정도라서 입구에 있는 경호원과 잠시 대화를 했다.


나: "뤼팡 시즌2에 샤틀레 극장이 나와서 이곳에 공연을 보러 왔어요"

경호원: "네, 뤼팡에 나왔었죠. 어디서 오셨어요?"

나: "한국 사람이에요"

경호원: "제 친구한테 들었는데, 한국은 매우 깨끗하고, 발전된 나라라고 하더군요"

나: "네, 아주 깨끗하죠"

이곳 현지들이 생각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주로 깨끗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파리가 깨끗하지 못하다는 얘기기도 하다는 것처럼 들린다.


(좌) 예술가의 집 건물 외관 모습. 우크라이나 지지하는 그림이 있다 (중)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엿보았다 (우) 곳곳에 그림과 물감이 있다 by 모니카


꼭대기 테라스에 올라가니, 파리 시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눈앞에 노트르담 성당과 센 강이 가까이서 보였다. 자유석이라서 빨리 공연 장안으로 들어갔다. Grande Salle로 들어갔고, Corbeille(한국으로 치면 2층) 가장 중앙에 앉았다. 무대가 정면에서 바로 보이며 거리도 어느 정도 있어서 목이 아프지 않고, 양쪽 관객들이 시야에 한 번에 들어오는 명당 자리를 잡았다. 밑에 오케스트라석(한국으로 치면 1층)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우진이가 이곳이 더 좋다고 해서 그냥 앉기로 했다. 천장을 본다. 오케스트라석은 의자가 계단식이 아니라서 앞사람 머리에 가릴 수 있지만, Corbeille는 좌석이 계단식이라서 앞사람 머리에 가리는 것이 덜한 편이다. 천장은 매우 화려했다. 샹들리에가 크고 멋졌다. 32개의 긴 줄이 시계처럼 중앙에서 끝으로 쭉 뻗어나가는 무늬였다. 화려한 천장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천장 가장자리에는 글자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새겨져 있었는데, 댄스, 오페라, 우화, 음악, 코미디, 비극 등 극장에서 공연되는 예술 장르를 금색으로 새겨놓았다. 그리고 그 한 층 밑에는 이름이 금빛으로 새겨져 있었다. 루이 14세, 프랑수아 1세, 나폴레옹, 샤를마뉴, 시저, 알렉상드르, 페리클레스(고대 아테네의 정치가이자 군인)가 일정한 간격으로 고귀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죽은 이들이 무대 위의 공연을 함께 관람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좌) 샤틀레 극장 Grande Salle 내부 (중,우) 곳곳에 역사적 인물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by 모니카


샤틀레 극장(Théâtre du Châtelet) 파리 1 샤틀레 광장에 위치한 오페라 극장이다. 1860년에서 1862 가브리엘 다비오(Gabriel Davioud) 남작의 요청으로 설계됐다. 샤틀레 극장은 수년에 걸쳐 리모델링과 이름 변경을 거쳤다. 현재 2,500 수용 가능하다. 1859 10 파리시에서  극장을 인수했다.   공사에 들어갔다. 20세기까지 극장은 오페라, 발레, 클래식, 대중음악 콘서트  다양하게 사용됐다.  극장에서 수많은 유명 작곡가  지휘가가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무대에 오르는 곡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가 작곡한 곡이다. 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  세계 곳곳에서는 러시아 혐오 감정이 급격히 퍼져서, 문화예술계에서 캔슬 컬처라고 해서 러시아 발레, 음악, 미술, 문학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러시아 정권과 관련된 음악인들이 줄줄이 해임되고, 러시아 관련 음악이 무대에 올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이번 아동극은 러시아 작곡가의 곡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샤틀레 극장은 최근 러시아 침공으로 무대를 잃은 우크라이나 무용수를 품은 것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키이우 시티 발레단을 샤틀레 극장에 임시 거주할  있도록 해주며 공연을 이어갈  있도록 돕고 있다.


우진이는 빨리 공연을 보고 싶다면 재촉했다. 15시가 되니, 한 여성이 나오더니 피에르에 르 루라는 단어를 가지고 여러가지 멜로디로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가 매우 좋았다. Compagnie (1) Promptu라는 이름을 가진 극단이 현대적으로 새롭게 각색해서 연출했다. 6명의 무용수와 1명의 코미디언이 연극을 총 45분간 이끌어갔다. 기본 줄거리는 유지하되, 좀 더 현대적으로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시대에 맞게 연출했다. 예를 들어, 늑대를 잡고 나서, 피에르가 셀카를 찍으며 인증샷을 남기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시종일관 아이들은 웃음 터트렸다. 어른들도 덩달아 웃었다. 관객석은 거의 다 찼다. 일요일 오후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왔다. 부부가 같이 온 집도 있고, 엄마 또는 아빠만 온 집도 있었다. 그 전날 코미디 프랑세즈 극장에서 몰리에르의 수전노를 봤는데, 솔직히 수전노 보다 아동극이 훨씬 재밌었다. 6명의 무용수들의 몸동작은 수준급이었다. 오리, 새, 늑대, 고양이 분장을 하고 그 동물에 맞는 움직임을 선보이는데, 정말 그 동물같이 유연하고도 능숙하게 몸을 움직였다.   


연출을 맡은 사람은 Émilie Lalande라는 여성이었다. 무대 연출, 장식, 의상 등을 담당했다. 그녀는 안무가이기도 했다. 그녀는 파리 CRR과 칸의 Ecole Supérieure de Danse에서 무용을 배웠다. 발레단에 입단해서 다양한 안무가들과 공연했다. 다양한 극단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15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두 축을 중심으로 안무 및 연출을 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안무와 음악의 연결이다. 음악을 듣고 음악에 맞춰 안무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두 번째는 주로 대상의 전환에 의존하여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이외에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물의 숨겨진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재밌는 점을 발견했다. 단원들의 프로필 사진에 마우스를 가져가니, 각 단원들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나왔다. 그만큼 어린이, 어린이라는 세계, 어린이의 상상력 및 동심 등을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Émilie의 언니인 Alyzée Lalande는 6명의 무용수 외 연극을 내레이션 하며 이끌어가는 코미디언이자 성악가이다. 그녀는 Massy Conservatoire에서 어린 나이부터 음악, 연극, 무용을 했다. 그 후 파리 5구 음악원에서 성악을 배웠다.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쌓은 그녀는 2016년 팔레 데 콩그레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플뢰르 드 리스 역을 맡은 후, 런던 콜레세움 극장에서도 공연을 했다. 발성이 너무 좋았고, 노래를 참 잘했다.


(좌) 연극 무대가 끝나고 단원들의 인사. 아이들이 2명 함께 나왔다 (중) 샤틀레 극장 입구. 뤼팡에도 나왔던 그곳 (우) 천장 샹들리에가 화려하다 by 모니카


프랑스의 예술 교육 시스템은 Conservatoire라는 음악원이 담당한다. 한국은 어릴 적부터 동네 음악학원에서 음악을 처음 배우는 편이다. 물론 개인 과외도 있지만 대게는 학원을 간다. 성악 학원, 피아노 학원, 바이올린 학원 등등... 그런데 이곳 프랑스는  시에서 운영하는 콘서바토리라는 곳이 있다. 파리 20  구마다 음악원이 있고, 프랑스 지방에도 음악원이 있다. 평균적으로 대략  7 정도부터(콘서바토리마다 입학 가능 시기가 조금씩 다르다) 음악원 입학 신청이 가능하다. 우리 동네 뇌이쉬르센에도 음악원이 있는데,  4~6살은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  단계로 음악 발견하기 수준의 음악 과정이 있고, 본격적으로는  7세부터 시작해서 사이클 1, 2, 3 나눠서 4, 5, 2   사이클 마다 배우는 기간도 정해놓고 체계적으로 단계적으로 배운다. 아이가 정말 악기 또는 음악에 관심이 있고, 계속 배우고 싶으면 어릴 적부터 콘서바토리 시스템에 맞춰 단계를 밟아 나가며 배울  있다. 콘서바토리에는 음악, 댄스, 연극 이렇게  개로 크게 나눠진다. 연극도 매우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을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에게 연극 학원은 다소 생소하다. 어릴 적부터 연극 학원에 다니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반면 피아노  악기를 배우는 학원은 곳곳에 있다. 여기는 음악원에서 연극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그만큼 연극이란 장르를 아이들 교육  정서 발달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같다. 물론 연극이 발달된 나라이고, 유명한 문학 작품과 세계적인 문학가들을 많이 배출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러한 작품을 계속해서 연출하고, 명맥을 이어나가기 위함인 것도 있을 것이다.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고, 끝나고 무대 인사 때 사진을 찍었다. 7명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데 자신의 아이인데 어린아이도 함께 안고 나와서 인사를 했다. 나도 아이 덕분에 이런 아동극도 보고, 좋은 시간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근처 놀이터에서 조금 논 뒤, 근처에 있는 BHV 백화점에 가서 프라이팬을 하나 구매했다. 그 후, Eataly에 가서 소시송 등 먹을 것을 구매한 뒤, 이태리 마끼아또 한 잔씩 마시며 조금 쉬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공연 끝나고 관계자가 출구에서 아이들이 집에서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하는 종이를 나눠줬는데, 우진이는 오늘 본 연극이 마음에 많이 남았는지 샤틀레 극장을 그려보면서 극장과 연극의 여운을 한동안 더 만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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