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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ul 24. 2022

국가 축제(Fête Nationale)

7월 14일은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 데이)

7월 14일은 특별한 날이다. 축제의 끝판왕 프랑스 국가 축제일이다. 5월부터 축제 분위기가 쭉 이어져 오더니 7월 14일 절정에 달하려고 그간 매일 축제를 벌인 듯 한 느낌이 들었다. 7월 14일은 바스티유 데이, 국가 축제일, 꺄또즈 주이예(7월 14일), 프랑스 대혁명 축제일 등 다양한 명칭이 있다.


오전에는 하늘에 에어쇼가 펼쳐진다. 삼색기를 뿜어내는 비행기와 각종 전투기가 상공을 날아간다. 파리 근교에서 시작해서 라데팡스를 지나 개선문으로 향하는데 우리집이 라데팡스와 샹젤리제 사이 항공을 정확히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에어쇼를 안방 창문에서 쉽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에어쇼가 끝나고 샹젤리제에서부터 콩코드 광장까지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이것을 보기 위해 샹젤리제에 가도 검색하는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한번 있다. 요즘 같은 때는 테러라던지 코로나라던지 사람 많은 곳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저녁에는 프랑스의 자부심이자 심벌인 에펠탑이 약 30분가량 불꽃을 뿜어내고, 레이저 쇼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불꽃쇼 전에는 샹드 막스 공원에서 약 1시간 반 동안 음악회를 한다. 이름하여 파리 콘서트(Concert de Paris). 매년 열리며 올해는 무대에 누가 오르는지 관심이 쏠린다. 몇 해 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이 계속 나오더니 올해도 2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그 외 새로운 음악가도 보였고, 그전에 봤던 음악가도 있었다. 미국 같았으면 비욘세 같은 팝가수도 무대에 올랐을 것 같은데, 프랑스는 주로 클래식 음악가를 무대에 내세운다. 그것도 오페라 가수가 많다. 주로 남녀 성악가가 나와서 오페라를 부른다. 그리고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클래식 악기 연주자가 연주를 한다. 오페라 및 클래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팝가수 및 모던 예술가가 무대에 오른 적은 한 번도 못 봤다.


(좌) 창문에서 보는 에어쇼. 삼색기를 뿜어내며 비행한다 (중) 티비로 시청한 샹젤리제 퍼레이드 쇼 (우) 파리 콘서트에 출연한 고티에 카퓌송. 출처: 모니카 박


2017년부터 시작해서 매년 이 날이 되면, 나도 거리를 나돌아 다니며 축제를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은 굴뚝같았다. 직접 샹트 막스 공원에 앉아서 콘서트를 직접 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우선 어린아이가 있으면 같이 다니기 힘들다. 날은 덥고, 사람은 많다. 그럼 혼자 가면 된다. 그런데 혼자 가는 것도 그렇게 쉽지는 않다. 아이를 집에 놔두고 엄마만 돌아다니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무엇보다 저녁 콘서트는 저녁 늦은 시간 하기 때문에 볼 때는 좋겠지만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문제다. 2017년 및 2020년 두 해는 가족과 함께 불꽃놀이를 직접 보긴 했다. 2017년에는 샹드 막스 공원 근처에서 2020년은 동네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그흐넬 다리 및 라디오 프랑스 앞 공터에서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외는 집에서 티브이로 시청했다.  


2022년 7월 14일은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밖에 나가기 힘든 고온의 날씨 때문에 파리 시내에 나갈 엄두가 안 났다. 결국 우리 가족 놀이터인 루이뷔통 재단 미술관 및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을 가기로 했다. 왜냐면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에서 이날 축제를 기념하기 위해 댄스파티를 한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7월 한 달 내내 친구들을 못 만나서 심심해하는 아이를 위해 이날 R네와 함께 가기로 했다. R은 우진이 친한 친구로 그 집 엄마와 R 누나를 초대해서 함께 갔다. 루이뷔통 재단 앞 풀밭에 앉아서 R네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 옆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 여성 3명을 봤다. 그녀들은 파리 여행을 온 듯 보였고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좋아 보였다. 젊음이란 게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에 여행을 함께 왔으니 얼마나 좋을까. 그녀들의 관계는 어떤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마냥 행복해 보였다. 그날 저녁에 집에서 TV로 불꽃축제를 보고 있는데, 샹드 막스 공원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있었다. 낮에 본 그 젊은 여성 3명이 떠올랐다. 아마도 그녀들은 저기 샹드 막스 공원에 가 있지 않을까? 젊은 혈기로 밤 12시 넘도록 있다가 화이트 에펠까지 보고 숙소로 돌아가지 않을까? 베란다 밖에는 불꽃 터지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렸다. 베란다에 서서 저 멀리 에펠탑 위로 퐁퐁 터지는 에펠탑 불꽃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나도 20대 때에는 친구들과 밤 늦도록 놀러다니고, 새벽에 잠을 자도 다음날 또 놀고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불꽃을 바라보면서 뭐든 함께 하는 것이 신나고, 재밌고, 피곤하지 않고, 지치지 않던 나의 젊은 시절이 잠시 떠올랐다.


(좌) 포켓몬 카드를 수집한 앨범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아이 (중)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전시 관람하는 아이들 (우)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에서 펼쳐친 댄스 파티 출처: 모니카 박


R네가 도착하고 우리는 미술관 전시를 보면서 더위를 조금 식히고는 공원 댄스파티에 갔다.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이 나라는 주로 스윙 댄스를 많이 하는 것 같았다. 둘이서 스윙 댄스를 많이 추고 있었다. 너무 더워서 땡볕 아래 있을 수 없었다. 근처 놀이터로 옮겼다. 그곳도 땡볕 아래였다. 더는 있기 힘들어서 그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내내, 둘은 서로 조금만 더 놀고 싶다고 헤어지기 싫다고 떼를 썼다. 그래 그럼 10분만 더 놀자. 우리 집 아파트 정원에서 조금 더 놀았다. 그때 R 아빠도 왔다. 아빠는 인상이 참 좋았다. 늘 웃는 얼굴이었다. 친절하고 매너도 있어 보였다. 그는 내게 "프랑스에서 와서 가장 쇼킹한 일이 어떤 것인가요? 다른 문화로 인해 한국 사람이 프랑스 와서 놀란 것을 알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가장 생각나는 것은 프랑스 사람들은 커페를 테이크 아웃해서 걸어 다니면서 마시지 않더라고요. 한국 사람들은 스타벅스에서 테이크 아웃해서 걸어 다니면서도 많이 마시거든요. 이곳은 커피는 늘 자리에 앉아서 마셔야 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안 마시는 것도 조금 신기했어요. 늘 뜨거운 커피만 마시더라고요." 그는 내게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뭐죠?"라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스타벅스에서 파는 차가운 커피요." 여전히 못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카페 글라쎄(Glacé)"라고 말하니까 그제야 알아듣겠다는 표정이었다. 글라쎄는 아이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다. 그는 ‘뭐라고? 커피를 차게해서 마신다고?’라는 표정을 내게 지어보였다.


R 엄마가 내게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한국 여배우들은 얼굴이 너무 갸름해요. 피부도 너무 좋고,  이쁘다며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냐고 묻는다. 나는  조금 생각을 하다가, 한국인들은 사실 성형도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해줬다. 피부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화장도 잘하는 민족이라고 말해줬다. 프랑스 와서 놀란  하나는 미용목적의 성형외과가 많이 없고, 성형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5 넘게 살면서 성형을 했다고 생각 들게  사람은 정말이지 거의  봤다. 성형을 하면 얼굴이 약간 부자연스러울  있고 그래서 금방 알아보는데, 이곳은 여자들이 하나같이 자연스러움  자체였다. 나보다 어린 나이인데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여성을 꽤나 많이 봤다. 한국 같았으면 벌써 보톡스, 필러를 맞았을 텐데 이곳 여성들은 주름도 있는 그대로 놔두며 자연스럽게 지낸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나서 다들 립스틱을 바르고 다닐  알았는데, 우진이 유치원 학부모들 중에서 립스틱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화장도 이러할진대 성형은 말할 것도 없다. 자연주의, 자연의 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민족들이다.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같다. 헤어스타일도 자연스럽다. 한국처럼 드라이하러 미용실 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빗질은 하고 다니는지 모를 정도인 여성도 보긴 봤다. 아무튼 프랑스 여성들에게 성형은 그리 일반적인 것은 아닌  같다. 물론 성형을 하는 사람도 있을  있다. 하지만 많지 않다. 나도  문화에 동화되었는지 한국에서 그렇게 피부 관리에 신경 쓰고, 피부과 다니고, 화장도  하고 다녔던 내가 이곳에서는 화장도  하고, 피부 관리는    오래됐다. 아이 로션 대충 그냥 바르고 잠들기 일쑤다. 신경 쓰지 않으니 자연스레 주름도 많아지고 피부도 매우  좋아졌다. 피부가 좋지 않으니 거울도 보기 싫고 그렇다. 그래도 누구 하나  피부에 신경 쓰는 사람 없고, 다른 사람들도 그리 피부 관리에 신경 쓰는  같아 보이지 않으니 서로 편하고 좋다며 다같이 피부는  좋아지고 있다. 확실히 내가 살아가는 환경을 무시 못하는  같다. 한국이었으면 이렇게 피부를 내동댕이치고 있진 않았을  같긴 하다. 주변에 피부 좋은 사람들이 많으면 나도 자연스레 관리하게 되니까.


이 외 한국은 집집마다 에어컨이 있는데 프랑스는 백화점 같은 곳 외에는 가정집에 에어컨이 없는 점 등등 두 나라의 문화 차이에 대해 대화를 이어갔다. 10분만 있겠다는 것을 30분도 넘게 두 나라 문화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는 그만 헤어지자며 아이들을 설득해서 헤어졌다. R은 8월에 스페인으로 로드 트립을 간다는데 파리도 폭염이고, 스페인은 40~42도 더 심한 폭염인데 과연 3주 동안 로드 트립을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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