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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Apr 21. 2020

자가격리 일상

집순이의 하루 하루..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컴퓨터 켜고 일기를 쓰는 일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방안은 어두컴컴하다. 볼레라고 불리는 나무로 된 셔터가 밖의 햇살을 다 차단하기 때문에 깜깜한 밤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침은 어둡다. 나는 마치 쫓기는 현상범 같은 느낌을 받는다. 창살 하나 없는 방 안에서 바깥세상이 두려워 이불로 꽁꽁 뒤덮고 자신을 쫒는 이야기의 뉴스만 보고 있는... 아무튼 볼레를 손으로 힘차게 올리고 나면 아침 햇살이 시원하게 집안 전체를 환히 비춘다.

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아이가 깨면 내 자유 시간은 온데간데 없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이 시간을 소중히 보내려 한다. 마음 한편에는 아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은지 약간은 두려움과 함께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요즘 파리 날씨는 너무너무 좋다. 초여름의 기운을 느끼고 있다. 오후 2시쯤 되며 강렬한 햇살이 내리쬐는데 이런 날 집에서 꼼짝없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집순이인 내가 이런데 햇살을 너무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은 오죽하겠는가.. 그들은 날이 좋으면 카페에서 일광욕을 하고, 공원 잔디밭에 드러누워 썬텐을 즐기는 그런 민족들이다. 햇볕을 충분히 쬐기를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지금 같은 시기는 곤욕일 것이다.


나는 마음 한편으로는 이상하게 이런 상황이 내게 유리하다는 생각도 조금 든다. 무슨 말이냐면, 나는 원래 집순이 스타일이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파리에 왔을 때, 밖에 나가는 것이 싫었지만(소매치기도 무섭고, 인종차별도 겁나고, 또, 원래 집순이니까..) 3년 동안 파리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밖에 돌아다녔다. 평생 사는 것도 아니고 단 3년인데, 한국처럼 집에만 있는다면 이것은 파리에 사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말이면 아이를 신랑한테 맡겨놓고 개선문, 오르세 미술관, 방돔 광장, 봉막쉐 등 관광지, 미술관, 박물관, 쇼핑 등 내 체력이 되는 한도에서 파리를 보려고 노력하였다. 카페도 많이 가보려고 했는데 카페는 생각보다 잘 안되었다. 나는 카페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혼자 앉아 있는게 조금 뻘쭘하기도 하고, 커피를 굳이 돈 주고 밖에서 사 먹는 것보다 집에서 네스프레소 내려 먹으면 된다는 주의다.


이런 내가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 마주치니 이런 마음이 들었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 이 시기에 밖에 돌아다녔을 것이다. 의무감도 있었을 것이다. 파리 살이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에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만약 집안에만 있다면,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나는 이 좋은 파리에서 혼자 집안에 틀어박혀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어서 밖에 나가서 파리를 온몸으로 느껴봐.' 하며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내가 나를 채찍질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어느 누구도 똑같이 밖에 나가지 못하고 있는 평등하고도 공평한 상황에 놓이니 나는 마음 한편에서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래, 나만 이렇고 있는 것이 아냐. 다른 사람도 카페, 뮤지엄에 못 가고 있어. 나만 운동 안 하는 것이 아냐. 다른 이들도 운동도 못하고 집안에 있어.'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니, 나만 집안에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니 되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하실 수 있지만, 집순이 집돌이 신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되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하루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사람들이 햇살을 자유롭게 만끽하는 날이 와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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