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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y 01. 2020

한 잔의 행복, 맥심

해외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노란색 필수품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는 흔한 것이 귀해지는 때를 경험한다. 특히 음식이 그렇다. 식당에 가면 반찬으로 쉽게 나오는 김치가 이곳 파리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금치다. 한인 마트에 팔긴 해도 브랜드도 2~3개로 한정적이고 우선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 있는 맛이라 그다지 자주 먹고 싶지가 않다. 한인 마트에 기본적인 것은 다 있지만, 그래도 한국 마트에 비하며 새발의 피다. 식품별로 브랜드가 많아봤자 3개 이므로 선택의 자유가 없다. 예를 들어, 참기름 사려면 오뚜기 참기름 밖에 못 산다. 비비고 만두 하나뿐이다. 다른 브랜드는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마트를 가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인 마트에서 주로 구매하는 것은 라면, 국수, 미역, 냉동 만두, 떡볶이 떡, 쌀, 맥심, 참기름, 간장.. 이 정도이다. 된장, 고추장 등은 한국에서 한번 가져올 때 많이 가져온다.


코로나 사태로 이동제 한령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인 마트 갈 일도 거의 없어졌다. 한 번 가려면 무장하고 가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안 가게 되고, 차를 몰고 가야 해서 귀찮아서도 잘 안 가게 되었다. 다른 건 없어도 그냥저냥 살겠는데, 나의 노란색 필수품인 맥심 모카커피는 포기를 못하겠다. 하루에 한잔 마사지 않으면 종일 뭔가 허전하고, 괜스레 피곤함을 느낀다. 맥심이 다 떨어져 가는 것을 보고 불안 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얼른 사야 하는데... 결국 다 떨어지고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로 대체해본다. 하지만 맥심만 못하다. 한국 직장인의 힘이라고 어디서 들었던 것 같다. 정말 이 노란색 한 봉을 들이키고 나면 없던 힘도 난다. 내가 직장생활을 할 당시에도 늘 노란색 맥심 커피가 사무실에 늘 구비되어 있었다. 야근이라도 할때면 하루 4잔도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이참에 칼로리 높은 맥심을 끊어서 다이어트도 해보자라는 생각에 아메리카노를 마셔보지만 한 번씩 떠오르는 맥심의 달짝지근한 그 맛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결국, 못 참고 신랑에게 "나 못 참겠어. 맥심 사줘." 하니, 신랑도 맥심이 많이 먹고 싶었는지 얼른 차를 몰고 한인 마트로 향했다. 그러고는 집에 왔는데 빈손이다. 맥심이 다 나갔단다... 맥심은 해외 사는 해외동포에겐 향수의 음료이자 프렌치 카페보다 훨씬 맛있는 한국인의 커피이다. 다른이들도 다 똑같은지 노란색 맥심만 품절이란다. 몇일 후 다른 한인 마트에 갔더니 맥심이 있어서 겨우 사왔다. 맥심 커피 한잔을 마시는 그 순간은 요즘 같은 시기에 내게는, 해외 사는 한국인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이 작은 것 하나로 집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도 감사하다. 이게 바로 소확행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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