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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10. 2020

코로나 대란 속 오랜만의 이유있는 외출

댁의 아이는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아이 학교에서 학부모 면담이 있는 날이다. 엄밀히 말하면 학교에 부속된 유치원이다.

미리 질문 거리를 준비해서 갔다. 질문거리는 무려 11개.

개인 당 10분의 면담 시간이 주어지는데 11개를 다 물어볼 수 있을까?

이때가 아니면 선생님과 만날 일도 얘기 나눌 일도 없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를 해서 갔다.

코로나로 인해 오랜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옷을 고르고, 화장을 하는 행위가 평소와는 달리 귀찮지가 않았다.

그렇다. 결핍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집에서 오뙤이 까지 15분 정도 걸어가면 62번 버스가 있다. 버스에 몸을 싣고 차창 밖을 바라보니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버스는 미라보 다리 위를 달리고 있고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 미라보 다리 건넘으로 인해 파리 16구를 벗어나서 15 구로 진입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후 1시.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까르푸가 있다.

우진이가 좋아하는 빼빼로를 여러 개 사서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총총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교실 문을 들어서자 우진이가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다. 친구들이 하나 둘씩 가방을 메고 엄마와, 보모와, 셔틀 버스 아저씨와 함께 떠나고 있는 가운데, 혼자 남겨져 있어서 약간은 불안한 기색이었다.

살며시 들어가서 우진이를 놀라게 해 주었다. 우진이는 나를 보자마자 눈이 동그래지며 함박웃음과 함께 나의 품에 와락 안겼다. 엄마가 학교 올 거라고 아침에 집 앞에서 헤어질 때 약속했는데, 정말로 학교에 나타난 나를 보고 감격스러운 포옹을 하였다.


또 한 번 온몸으로 느끼고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이한테 엄마는 이런 존재이다. 엄마가 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안정감을 준다. 나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친정 엄마가 일을 하셨다. 내가 자라는 내내 엄마는 일을 계속하셨다. 그래서 엄마가 학교에 오시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지러 오는 친구 엄마들이 볼 때면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는 엄마가 있는데 엄마는 오지 않는다. 집에 가면, 외할머니 또는 가정부 아주머니가 계셨다. 나도 다른 친구네처럼 집에 들어가면 엄마 품에 와락 안기며 엄마가 안부를 물어봐주며 만들어 주신 간식을 먹으며 엄마와 재잘재잘 얘기하고 싶었다. 우리 엄마는 늘 일을 하는 엄마였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결혼 전에 직장을 다녔고, 나름 커리어우먼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나는 더 이상 직장 생활은 하고 싶지가 않다. 나의 아이에게는 내가 느낀 그 감정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상담은 오후 2시부터 시작이라서 그 사이 1시간 동안 학교 근처 놀이터에서 놀았다.

러시아인 마루시아와 브라질인 노보로와 함께 셋이서 미끄럼틀을 타며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엄마 세명도 수다에 빠졌다.

내가 은근히 코로나 얘기를 꺼내보았다. 그들은 코로나에 대해서 크게 걱정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뒤, 상담을 하러 갔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고, 엄마들은 선생님과 일대일 면담을 하러 갔다.

담임 선생님, 니콜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알파벳이 적힌 종이 2장을 펼쳐 놓고는 우진이가 거의 모든 알파벳을 다 알고 발음할 줄 안다고 칭찬으로 시작했다. 우진이가 아주 잘하고 있고 많은 발전이 있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준비한 질문거리를 물어보기 시작했다.

먼저, 우진이 학기 리포트를 보니 매우 많은 발전이 있어서 우리 가족은 매우 기뻤다고 말해주었다.

이번 학기 아이들은 참으로 다양해서 자기도 조금 이런 경우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즉, 아이들마다 뛰어난 점과 부족한 점이 너무 달라서 맞추기가 조금 힘들다고 했다.

마지막 나의 질문인, 반에는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있는데 국적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 수준이라던지 특성이 다른지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러시아인이 3명 있는데 2명은 잘하고 있는데 1명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국적은 큰 상관이 없고 아이들마다의 성향, 성격에 따라 학습 상태라던지 생활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각 가정환경에 따라 좌지우지가 많이 된다고 했다.


올커니!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부분이다.

가정환경, 부모의 양육 태도와 방식이 결국 아이의 학교 생활과 학습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 평소 지론을 마치 증명이라도 받아낸 듯 내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피부색과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아직 3살이다. 모든 아이들은 비슷하다.

그런데, 아이의 타고난 유전적 형질, 성향, 성격 그리고 가정환경!

지금은 비슷해 보이는 한국, 중국, 러시아, 브라질, 프랑스, 아프리카,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14명의 3살 아이들은 그들의 가정환경, 부모의 교육 철학 및 양육 태도에 따라 앞으로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바라보고 대하는지에 따라 몇십 년이 흐른 뒤, 이 아이들의 미래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란 꼭 좋은 학교, 직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올바른 인성과 정신과 신체를 가진 전인격적 인간체를 일컫는다. 지금은 비슷한 수준의 사고와 언어를 하고 있지만 그들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우리 부부가 어떻게 아이를 바라보고, 양육하고, 보호하고, 교육을 제공하고, 아이를 잘 관찰하여,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서 개발 할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오랜만에 여러 사람들과 말을 많이 했더니 꽤나 피곤하기도 하지만 내 육아 철학이 맞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받은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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