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없으니 비둘기만 배고프다..
나뭇 가지 위에 새들이 열매를 쪼아 먹는다. 목을 길게 빼고 한참을 먹는다.
종달새들이 이렇게 먹고 있구나. 한참을 지켜봤다. 그런데 종달새가 아니다. 비둘기다. 비둘기 다섯마리가 나뭇가지 위에서 열매를 쪼아 먹고 있다. 우리집 주방 싱크대 앞에 커다란 창문이 있는데, 창문의 대부분을 이 높디 높은 나무가 다 가리고 있다. 나는 자연스레 설거지 할때마다 나무를 보게 되었고, 요즘들어 새들이 자주 나무에 와서 열매를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았기에 그게 비둘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비둘기들이 나무 열매를 먹는 기이한 현상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렇다. 길거리에 빵조각이 떨어져 있지 않으니 이 녀석들이 배가 고프다. 파리는 비둘기로 가득하다. 얼마나 많은지 비둘기 시체도 종종 본다. 길 한복판에 납작하게 붙어버린 가여운 비둘기를 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왜이렇게 길거리에 비둘기들이 많은지 생각해보니 그 원인은 바로 바게트였다!
파리지앵들의 밥과 같은 존재인 바게트는 길거리에 매우 많다.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갓 구어진 바게트 빵을 집에 도착할때 까지 참지 못하고 한입 두입 베어 먹으면 갓구운 바게트의 특징인 사각 사각 부스러기가 땅에 고스란히 떨어진다. (잘 구워진 바게트의 조건은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라고 바게트 대회 1등 수상자가 말했다.) 그 바게트 부스러기는 비둘기의 맛있는 식량이 된다.
요즘 길거리에 사람들이 없다. 빵도 사서 얼른 집에 가서 먹는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바게트 부스러기가 땅에 떨어질 일이 없고, 결국 비둘기들은 아사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아마도 파리 곳곳에 분포해 있는 비둘기들이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나? 다들 어디간거지?"
사람들이 없어진 세상 속에 비둘기들만 배고파졌다. 그들은 이제 바게트가 아닌 다른 먹거리를 찾아 헤메인다. 비둘기를 땅에서만 보다가 공중에서 보니 참으로 어색하다.
No person, No baguette. 사람이 없으니 빵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