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이 많은 놀이 위주 프로그램
2022년 여름에도 어김없이 여름 방학 학교가 열렸다. 프랑스에는 여름 방학 동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방학 학교(Centre de loisirs)를 연다. 레저 센터, 방학 교실 등으로 해석 가능하지만 나는 방학 학교라고 편의상 부르고 있다. 기존에 다니던 유치원 및 초등학교 건물에서 열리며, 관리하는 선생님들도 기존에 학기 중 방학 및 수요 교실, 급식 관리 선생님과 같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곳에 많이 가는 편이다. 우리 집은 방학이 되면 이곳에 몇 일 보낸다. 7월 8일부터 8월 31일까지 2달 동안 여는데, 원하는 날짜를 정해서 신청하면 된다. 올해 여름 나의 불찰로 인해 신청 기간을 놓쳤고, 7월 한 달은 자리가 다 차서 한 달 꼬박 하루 종일 아이를 케어했다. 다행히 휴가를 많이 떠나는 8월에는 자리가 있다고 해서 8월에 보내기로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일주일에 2번 정도 보내는데, 이번에는 7월 한 달 나랑 붙어 있기도 했고, 8월에 해외여행을 갈 계획이 아니라서, 매주 수요일은 빼고 일단 신청을 했다. 우리 가족이 평일에 여행을 가거나 하면 그날은 아쉽게도 빠질 수밖에 없다. 비용은 가족 월 수입에 따라 비용이 9단계로 나눠지는데, 다른 사설 기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월별로 테마를 정해서 하는데 7월 테마는 교실이 하나의 농장으로 변한다. 포카혼타스, 우디, 제시가 세계에서 가장 즐거운 농장에서 아이들을 맞이한다. 여기에서 인디언과 카우보이가 각자의 힘을 뽐낸다. 이런 테마를 정하고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일별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적어놨는데, 만들기, 그림 그리기, 단체 게임이 많은 편이다. 테마에 맞는 예체능 활동을 하는데, 올여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야외 활동이 많다는 점이다. 원래 방학 학교는 야외 활동이 많았다. 그런데 지난 2년간 팬데믹이 불어닥쳐서 야외 활동을 극히 제한했던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야외 프로그램이 많은 줄 몰랐다. 수영장, 공원, 놀이 공원, 뮤지엄 등 일주일에 2~3번은 야외 활동이다. 출구라는 뜻의 Sorties(소흐띠)라는 단어를 쓰는데 쏘흐띠가 수시로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안전에 대해 늘 걱정하는 편이라, 멀리 공원에 가서 혹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다. 모든 아이들이 다 가지 않고, 반 정도만 갈 때도 있다. 반은 나가고 반은 안 가면, 나는 내심 안 가는 쪽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적인 아이는 야외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야외에 나가야 할 때면 나는 늘 아이에게 "선생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친구들이랑 선생님 멀리 떨어져서 다른 곳에 가지 말고, 늘 선생님 어디 계신지 잘 보고 선생님 말씀에 잘 따라야 해. 낯선 공원에 가면 어떤 동물이 있을지 모르니, 늘 조심해야 해. 호숫가에 무서운 동물이 나타날지도 몰라."라고 신신당부했다. 야외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면 그 전날 밤 아이를 끌어안고 나지막하게 안전에 대해 상기시켜주곤 했다.
8월 테마는 시간 여행이었다. 선사 시대, 중세 시대, 현대, 미래 이렇게 4개의 시간대로 나눠서 각 주마다 그 시대의 특징을 경험하고 시간 여행을 하는 테마였다. 아이들에게 시간관념 및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식인 것 같았다. 테마에 맞게 과거 중세 시대를 경험하는 뮤지엄을 가는 일정도 있었다. 아쉽게도 하필이면 이날 우리 가족이 행정적으로 다 함께 가서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참석하지 못했다. 일이 생겨서 가지 못한다고 말하면 그날은 자동 결석인데, 그래도 비용은 청구된다. 신청을 미리 했기 때문에 결석하면 본인 손해다. 파리 근교에 있는 각종 성에도 간다. 시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간다. 점심이 제공된다. 비용은 여름학교 비용과 급식 비용이 청구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운영하며(오후 5시부터 아이를 찾아갈 수 있다), 하루 종일 아이들을 봐주고 놀아주고 야외 활동을 하는데 비용은 한국의 학원비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야외 활동 프로그램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리 근교에 로얄 키즈라는 한국으로 치면 키즈 카페 같은 시설이 있다. 일인당 11유로다. 학교에서 단체로 가면 그룹 할인가를 적용할 텐데 그래도 비용이 든다. 영화관에 가면 영화관 티켓을 사야 한다. 이 또한 단체 할인가로 적용되겠지만 어쨌든 비용이 든다. 뮤지엄에 가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19일에 있는 프로그램을 보니, 파리 외곽에 위치한 뮤지엄에 간다. 입장료는 일인당 7유로다. 물론 Centre de lorsirs에서 온 단체 관람용 비용을 낼 것이다. 하루 종일 뮤지엄에 있으면서 아뜰리에 프로그램도 참여한다고 했다. 개인이 아뜰리에 참여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단체로 가기 때문에 단체 할인가를 적용하거나 아예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야외 활동이 많은데 단 한 번도 추가 비용을 청구한 적이 없다. 방학 학교 비용과 급식비만 내면 끝이다. 그래서 Centre de loisirs가 인기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에서 제공하는 깨끗하고 커다란 버스를 타고 각종 뮤지엄과 레저 시설에서 체험을 하고 다시 학교 건물로 돌아오며, 선생님들이 챙겨준다. 오늘은 파리 근교 뮤지엄에 갔는데, 오늘 학생수가 최저를 찍어서 13명이었는데 선생님 5명이 함께 갔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뮤지엄 관람에 아뜰리에까지 했는데 정규 비용 외 추가 비용 들지 않고 선생님 한 명당 약 3명의 아이들을 케어해주셨다.
아이가 방학 학교에 가지 않을 때는 주로 파리 과학산업관, 아끌라마따시옹 공원, 루브르 박물관에 갔는데, 각종 방학 학교에서 온 단체 그룹이 매우 많이 보였다.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이곳에서 오는 아이들은 모두 형광색 또는 빨간색 조끼를 입고 있다. 조끼에는 기관명이 적혀있다. 이 조끼만 보면 각종 유치원 및 초등학교 여름학교에서 온 단체인 줄 쉽게 알 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끼가 눈에 확 띄기 때문에 여름학교에서 왔는지 정도는 금세 알 수 있다. 특히 파리 과학산업관에는 여름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매우 많았다.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교육적이기도 하고, 볼 것이 많은 곳이다. 방학 학교에서 가는 곳을 체크해놨다가 다음에 아이와 따로 가족끼리 갈 수도 있다. 시에서 프로그램으로 넣은 곳은 그래도 어느 정도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기획한 곳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데리고 가볼 수 있다. 나도 몰랐던 곳을 야외 프로그램 리스트를 통해 알게 됐다.
지금까지 방학 학교에 다니면서 영화관에 총 2번 갔다. 처음에는 너무 걱정돼서, 아이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영화관이 많이 어두우니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거나, 혼자 남을 수도 있으니 늘 선생님을 잘 보고, 아이들과 함께 다녀야 한다. 화장실 갈 때 절대 혼자 가면 안 된다. 등등 부모로서 아이랑 떨어져 있을 때 특히, 학교 건물 안이 아닌 밖에 나갈 때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말은 잘하는지, 필요한 것을 선생님께 요청은 잘하는지... 걱정이 많은 엄마다. 아이는 영화관에서 미니언즈를 봤다며 신나게 줄거리를 말한다. 아이는 방학 학교 프로그램이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잘 지내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어제는 파리 근교 위험한 동네에 위치한 공원에 갔는데 걱정이 많이 됐다. ‘위험한 사람들이 공원 주변에 어슬렁 거리며 아이들을 주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선생님이 아이들을 잘 보고 있을까. 공원에 큰 호수가 있는데 괜히 악어가 나오지는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혼자 끝없이 펼쳤다. 어제 아이는 공원 호숫가에서 개구리를 봤다며 신이 나서 내게 설명해줬다. '그래, 안전하게 잘 있다 와서 다행이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아이의 조잘대는 말을 귀담아 들어줬다. 8월에는 대부분 바캉스를 가기 때문에 인원이 적은 편이다. 7월에는 총 60명 정도였다면 8월 중순에는 20명 정도로 확 줄었다. 아이들이 적어서 좋은 점은 선생님 1명 당 케어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아이가 조금 외로울 수 있겠다는 점인데, 이것도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왜냐면 늘 친한 친구들만 있으면 그 친구들이랑만 놀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없으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누구랑 놀았냐고 물어보니, 다른 유치원에서 온 새로운 친구와 놀았다고 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여름 방학 학교 덕분에 아이는 다소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며, 무엇보다 안전하게 잘 지내다 온다. 이렇게 여름 방학에도 국가에서 아이가 있는 가정을 위해 다각도로 신경을 써주기 때문에 기나긴 방학이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