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학

9월 1일

by 모니카

드디어 개학이다. 9월 1일. 이곳 프랑스는 신학기가 9월에 시작한다. 기나긴 두 달 동안의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났다. 개인적으로 초등 입학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나이가 차서 자연스레 입학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학 몇 일 전부터 친정 부모님이 우진이 초등 입학에 큰 의미를 부여하시며 축하금을 보내주셨다. 시댁에서도 우진이 초등 입학을 축하하며 축하금을 보내주셨다. 다들 초등 입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나보다. 초등 입학이 그렇게 중요하구나라는 것을 슬슬 실감하면서, 날짜가 다가오니 나도 아이도 다같이 설레고 떨리기 시작했다.


8월의 마지막 날, 나와 아이는 R네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R은 우진이 같은 반 친한 친구인데 초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배정받았다. 같은 건물에 초등학교가 A와 B로 나뉘어있는데 서로 다른 학교에 배정됐다. R엄마는 우진이를 A로 변경하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하고 싶었고, 인위적으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또한, 우진이가 B로 배정받자, 친한 친구 V가 배정받은 A에서 B로 옮겼다. 그런데 다시 A로 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는 김밥과 김치전을 만들어서 R네에 우진이와 함께 갔다. 도서관 바로 옆에 위치한 집인데 루프트탑이 너무 멋졌다. R네 가족이 스페인으로 자동차 여행을 3주간 다녀온 이야기, 학교 생활 이야기, 프랑스 교육 및 문화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4시간 가까이 대화를 했다. R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다과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두 부부는 맞벌이인데 내일부터 출근한다고 했다. 시간은 이미 저녁 7시 반. 다음날이 개학인데 이렇게 늦게까지 있었던 이유는 이 날 오후 4시 쯤,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공지가 올라왔다. 내일 9월 1일 오후 2시 15분 등교. 아침 일찍 일어나서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후라니. 게다가 공지사항도 개학 하루 전날 오후 늦게 왔다. 덕분에 아이들은 실컷 놀다가 헤어졌다.


R네 루푸트탑에서 다같이 놀았다. 푸른 하늘과 구름이 시원하다. 출처: 모니카

9월 1일 아침, 나는 늦잠을 잤다. 전날 오랜 시간 수다를 떤 탓인지 피곤했다. 반면 우진이는 일찍 일어나서 책가방 앞에 앉아 있었다. 양치질까지 다 끝내고, 언제 학교에 가냐고 아우성이다. 아직 시간이 4시간이나 남았는데 자꾸 시계를 보며 재촉했다. 친구들을 어서 빨리 만나고 싶은 모양이다. 드디어 학교 갈 시간이 다가왔고, 나와 우진이는 단장을 하고 학교로 출발했다. 학교 교문 앞에는 학부모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긴 여름휴가를 보내고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안부 인사를 물으며 반가워했다. 아이들은 그새 다들 훌쩍 커 있었고, 부모들은 그새 조금 늙은 듯 보였다. 내가 두 달 동안 늙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한반에 총 25명인데 유치원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중 8명이 같은 반에 배정됐다. 다들 친한 친구들이다.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새로운 반이 어색하거나 힘들지 않다. 그중 여자 친구 A는 곧 있을 자신의 생일에 초대할 것이라고 알려줬다. 생일 파티에 남자 친구는 단 2명만 초대하는데 그중 한 명이 우진이라고 했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입학식이 따로 없다. 학부모와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서 출석 체크를 한 뒤, 선생님을 따라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교실 안에 들어섰다. 교실 안에서 5분 정도 있다가 다들 바로 나왔다. 교장 선생님은 이날 교문 앞에서 서 계시면서 학부모들을 맞이하는 것이 다였다. 선생님도 학부모들에게 따로 어떤 말을 하지는 않았다. 매우 간단하게 끝났다. 물론 유치원 때에도 입학식 같은 것은 없었고, 졸업식도 없었다. 형식이 없고 자연스럽다. 주로 학부모들끼리 서로 대화를 많이 나누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서로 좋아라며 뛰어다니는 현장이었다. 부모들은 옷차림도 다소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아주 꾸미고 왔다는 느낌을 주는 학부모는 많지 않다. 우진이 담임 선생님은 2명이라고 했다. 특이하다. 한 명씩 각각 이틀 수업을 담당한다. 수요일은 학교 정규 수업이 없다. 고로, 월 화 목 금 이렇게 2명의 선생님이 반반 나눠서 수업을 한다고 했다. 학교 측에서 설명하기를 교사 채용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메일이 왔다. 교직원 채용 및 근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추후 어떤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이렇게 두 명의 선생님이 번갈아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장 선생님의 어조에서 교직원 운영 시스템 및 채용 등에서 열악한 환경이라는 점이 다소 느껴졌다.


오후 4시 반, 아이를 픽업하러 학교에 갔다. 교문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이들이 한 명씩 교문에서 나오는데 선생님이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님 또는 보모를 잘 찾아가는지 확인도 사실 잘 안 됐다. 정말 마음먹고 유괴할 수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통 같은 하교 현장을 나는 빨리 아이를 찾아 나오고 싶었다. 우진이는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교문 앞 선생님께 우진이 엄마라며 말하고 재빨리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프랑스는 어린이집 및 학교 차량 같은 것이 없다. 국제 학교 외에는 거의 없다. 등교 및 하교 풍경은 그야말로 학부모들과 보모들로 가득하다.


학교 교실 안. 친구와 가져온 휴지를 보고 있다. 각자 크리넥스를 2통씩 가져오라고 했다. 각자 것을 쓴다. 출처: 모니카


그날 학교에서 뭐를 가져왔다며 나보고 앉아보라고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주신 것이라며 보여줬다. 알림장이었다. 펼쳐보니 학교 구성원 이름과 연락처 리스트가 있는데, 심리상담가, 장애아동담당, 학교 담당 의사 선생님, 국가 교육감, 학교 담당 시청팀, 학부모 단체 등 다양한 기관의 담당자의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가 적혀있다. 알림장은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학교 생활에 대해 주고받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유치원에서는 딱히 알림장이라는 게 없었다면 초등학교부터는 본격적으로 있는 것 같다. 페이지를 넘겨보니 재미있는 것이 있다. 3살 전에는 티브이 시청 금지, 6살 전에는 게임기 금지, 9살 이후부터 인터넷 사용, 12살 이후부터 SNS 사용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영상 기기 및 인터넷 사용이 성장기 아동의 정신과 신체 발달에 양향을 미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기부금 쪽지도 있다. 필수는 아닌데 대부분 하는 것 같다.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으로 학교 물품을 구입한다. 학교 생활 중에서 외부 활동이 있는데 그때도 이 기부금으로 사용한다. 유치원에서도 기부금을 매년 냈는데, 그때도 뮤지엄 견학과 같은 외부 활동을 할 때 돈을 내라고 한 적은 없었다. 다들 이 돈으로 운영을 하는 것 같다. 물론 국가에서 나오는 보조금도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준 공책에 시 한편이 붙어 있다. 개학이다! 라는 제목의 시. 연령별로 영상 시청 및 인터넷 사용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 출처: 모니카


아이는 오늘 너무 재미있었는지 연신 싱글벙글했다. 그날 저녁 9시쯤, 학부모 단체 채팅방은 불티가 났다. 아이들 픽업하는 것이 정신없다에서부터 유치원과 초등학교 아이들 픽업하는 곳이 꽤 떨어져 있어서 아이 두 세명을 한꺼번에 픽업하기 힘들다는 등 불만이 올라왔다. 그리고 각자 자기소개를 하자고 해서 간단히 이름과 아이 이름을 말했다. 초등학교부터는 숙제도 많고, 바쁘다는데 뭔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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