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개학을 하고, 아이는 그날 책가방에서 노트 2권을 꺼내보였다. 한 권에는 시가 적혀 있었다. 시를 한 편씩 배울 계획인 것 같다. 첫 번째 시는 '개학이다'라는 시였다.
빨리빨리! 서둘러!
알람시계가 이미 울렸어!
(중략)
이렇게 시작하는 동시는 개학 아침 풍경을 그리고 있다.
화장실 빨리 가고, 밥은 씹지 않고 넘기고, 머리카락은 흩날리고, 번개처럼 학교 앞에 줄을 서고, 보니까 양말을 거꾸로 신었고... 이런 내용으로 구성된 짧은 한 편의 동시다.
시를 여러 번 읽으면서, 세계 어디를 가나 새 학기 아침 풍경은 똑같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깨우기, 화장실 가기, 씻기, 아침밥 먹기, 옷 입기… 그렇게 다들 아침이 전쟁인 것 같다.
9월 5일 아침, 우리는 여유 있게 학교 앞에 갔다. 8시 10분, 첫 번째로 도착했다. 8월 20분부터 30분까지 교문을 열어주는데 15분이 넘어가니 아이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 아직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몇 시에 교문을 닫는지 지켜보니, 38분에 닫았다. 늦는 아이들을 위해 조금 여유를 두는 것 같다. 초등 1학년부터 5학년까지 모든 아이들이 운동장에 모이더니, 각자 자기 반 선생님 앞에 일렬로 줄서서 각자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가 교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 교신을 주고 받았다. 서로 하트와 엄지척 등을 발사했다. 유치원 때에도 우리는 매일 아침 이런 교신을 주고 받았다. 서로 각자의 시간 동안 잘 보내자는 무언의 행동이자 교감이다.
9월 1일 첫날은 학교에 2시간 정도 있었고, 2일 둘째 날부터 본격적으로 정상 수업이 시작됐다. 프랑스 초등학교는 4시 반에 정규 과정이 끝난다. 30분 간식 시간을 가진 뒤, 5시부터 6시까지 보충 학습 시간을 가진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보충 학습을 많이 신청한다. 6시부터 6시 30분까지는 돌봄 교실이 추가되는데 일하는 엄마들은 돌봄 교실까지 추가해서 6시 30분에 아이들 데리고 가기도 한다.
보충학습 시간은 학교 숙제를 다 같이 하는 시간이다. 나는 보충 학습에 대해 주변 엄마들 및 유치원 선생님께 문의를 했고, 일주일에 2번 정도 괜찮다고 했다. 아이는 주 2회 보충 학습을 신청했다.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매일 신청하기도 한다. 매일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에 3번이다. 왜냐면 수요일은 학교가 문을 닫고,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방과 후 시청에서 운영하는 아뜰리에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집에서 할 숙제인데, 학교에서 선생님 지도 아래 친구들과 다 같이 하면 더욱 효율이 있을 것 같다.
집에서는 TV 등 방해 요소가 많다. 마치 독서실처럼 친구들과 숙제하면 더욱 잘 될 것 같다. 선생님은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 위주로 숙제 및 학습을 봐주신다고 한다. 잘 따라오는 아이들은 굳이 봐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2일 금요일 첫 보충 학습 시간에는 아직 숙제가 없는 관계로 우주에 대해 선생님이 가르쳐 줬다고 했다. 초등 1학년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해 가르쳐주다니... 아이는 각 행성의 이름도 척척 다 외우고, 어떻게 해서 행성이 생겼는지, 우주 원리에 대해서도 이해한 듯 보였다.
한국은 초등학교가 끝나면 학원 한 두 군데를 간다고 한다. 학원 문화가 워낙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는 학원 문화라는 것이 없다. 그렇다 보니, 공교육인 학교 운영 시간이 한국에 비해 다소 긴 편이다. 학교가 학습 및 돌봄 기능까지 다 아우르고 있다. 학부모들도 이런 공교육 시스템을 신뢰하고 지지하며, 아이들 믿고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