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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03. 2022

나는 내 친구를 먹었어

다소 섬뜩한 프랑스 동화책

제목부터 놀랍다. 독자 연령층은 대략 만 3세 정도로 보이는데, 이 책의 제목이 과연 아동 서적으로 나올 수 있는지 의아했다. 출판 가능했다는 것 자체가 프랑스라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페이지부터 노란색 몬스터가 등장한다. 몬스터는 귀엽게 생겼다. 감자같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친구를 먹었어. 좋은 친구였는데... 지금은 친구가 없어."

그렇다가 다양한 종류의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데 그때마다

"내 친구가 되어 줄래?"라고 말한다.

동물들은 네가 너무 무섭게 생겼어, 너무 느려, 너무 작아 등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싫다고 대답한다.

노란 몬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내가 유일하게 남은 친구마저 먹어버린다면"

본인도 친구를 그토록 원하지만 동시에 친구를 먹어버려서 친구가 없어질까 두려워하기도 했다.


친구를 원하지만 친구를 먹으면 어떡하지 양가 감정이 드는 노란 몬스터


우울해진 노란 몬스터는 그렇게 한참 있는데, 어디선가 비슷하게 생긴 파란색 몬스터가 나타난다. 파란 몬스터는 노란 몬스터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먼저 말한다. 노란 몬스터와 파란 몬스터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됐는데…


여기 까지라면 어린아이들의 동심을 불러일으킬만한 동화책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갑자기 반전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노란 몬스터가 없다.

그리고 사라진 자리에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나는 내 친구를 먹었어."

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등장한 파란 몬스터가 노란 몬스터를 잡아먹은 것이다.

그리고 파란 몬스터는 유유히 떠난다.


책 앞 페이지는 노란 몬스터만 혼자 숲에서 등을 지고 있는 모습. 책 끝 페이지는 파란 몬스터만 혼자 숲에서 등을 지고 있는 모습.


첫과 끝 페이지… 결국 몬스터는 혼자다


읽고 또 읽었다. 과연 내가 해석한 게 틀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도서관 사서에게 이 책의 내용을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서는 책을 읽어보더니, 그런 것 같다고 했고,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정말 재밌기도 하고, 이상한 책이네요. 이 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매우 창의적이라고 해야 하나요?"라고 했고, 그녀도 "매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동화책이네요"라고 했다.


저자를 검색해봤다. 저자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다소 유쾌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를 건조하면서도 위트 있게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재밌다. 놀랍다. 웃기다. 이상하다. 섬뜩하다. 무섭다. 등등 댓글이 꽤 많이 달려 있었다.


동화책이다. 그것도  3~6 정도 아이들 대상의 책이다. 과연 저자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친구들을 사귀고 싶으면서도 내가 너를 없앨 수도 있다는 뜻일까? 이것은 공포 영화 주제다. 동화책이 아니라 어른용 책에 나올법한 이야기다. 아니면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  이면을 봐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지만, 아직 서툴다 보니 서로를 다치게  수도 있고, 서툰 마음에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일까. 다소 부담스럽고 강한 제목은 확실히  눈길을 사로잡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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