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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27. 2022

탄탄한 프랑스 공교육 시스템

프랑스 교육 공무원과의 인터뷰

프랑스 공교육 시스템의 주요 특징과 교육 이념에 대해 알아보고자 뇌이쉬르센 시청을 찾았다. 시청 소속 교육 담당 공무원을 만나서 프랑스 정부가 주관하는 공교육 전반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은 프랑스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 지방 오드센(Hauts-de-Seine) 주에 속한 파리시의 외곽 위성도시로 파리 서쪽과 인접해 있어 파리와 접근성이 높다. 샤넬, 크리스천 디올 향수를 비롯한 프랑스 기업 본사가 많이 있는 뇌이쉬르센은 파리 근교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부촌으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동네이기도 하다.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 시청 ©모니카 박 

◆인터뷰를 끝낸 후, 뇌이쉬르센 시청 앞에서 사진 촬영한 미카엘 르죈(Mickaël Lejeune)씨와 피오나 르브항(Fiona Lebrun) 씨 ©모니카 박


미카엘 르죈(Mickaël Lejeune)씨는 현재 뇌이쉬르센 시청 소속 디렉터로서 유치부의 수요 학교, 방학 학교, 방과 후 교실 운영을 맡고 있다. 담당 직원인 피오나 르브항(Fiona Lebrun)씨는 한국 거제도에서 4년 정도 살다가 올해 1월에 고향 프랑스로 돌아왔다. 거제도에 위치한 영국 국제 아카데미(British International Academy(BIA))와 영어 유치원인 코키누(kokinoo)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교육 현실을 비교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프랑스 공교육에서 매우 독특한 프로그램인 수요 학교(매주 수요일 운영), 방학 학교(방학마다 운영), 방과 후 교실(오후 4시 반부터 6시 반까지 운영, 단 수요일 제외) 3개 프로그램은 모두 시청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어떻게 운영되며 아이들은 무엇을 하나요?


미카엘: 세 곳 모두 시청에서 운영합니다. 유치원 및 초등학교 학생들 대상으로 운영됩니다. 유치부의 경우, 약 8~10명으로 구성된 각 팀이 수요 학교, 방학 학교, 방과 후 교실 그리고 학교 급식 시간 관리 감독까지 맡아서 합니다. 프랑스 정부에서 매주 수요일은 학교 수업을 하지 않거나 오전만 하도록 법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수요일은 시청에서 담당 팀이 아이들을 관리합니다. 미술, 음악, 만들기, 단체 게임, 체육 등 예체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종 예체능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발달을 도모합니다. 만 3세부터 5세 아동들의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을 꾀하며, 단체 생활 속에서 사회성을 기르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방학 학교 및 방과 후 교실도 모두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방학 학교의 경우, 다양한 야외 활동 및 박물관 견학 프로그램도 기획하는데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잠시 중단했습니다.


Q. 각각 등록 인원은 어떻게 되나요? 학부모 및 아이들은 만족하는 편인가요?


미카엘: 수요 학교는 80명, 방학 학교는 60~65명, 방과 후 교실은 80~90명 정도입니다. 방학 학교의 경우 최대 80명까지 수용할 수 있지만 아이들 안전을 위해 가능하면 60명 정도 받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편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매우 좋아합니다. 아시다시피,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를 출산하고도 계속 일을 합니다. 이러한 국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이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Q. 프랑스 정부의 유치부 교육 이념 및 최우선 가치는 무엇인가요?


미카엘: 첫째,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다각적으로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도록 합니다. 둘째, 다양한 체육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신의 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셋째, 미술, 만들기, 음악 등과 같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으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도록 합니다. 넷째, 자신의 생각 또는 의견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합니다. 다섯째, 자신을 둘러싼 주변 세계를 탐구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합니다.


Q. 한국의 경우, 이른 나이 때부터 영어, 수학 등 공부를 시키는 편입니다. 특히, 영어를 일찍부터 가르치는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어떤가요?


피오나: 공립 유치원에서도 영어 교육을 하긴 하지만 많지는 않습니다. 모국어인 프랑스어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학습 시간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글로벌 시대 영어 교육은 필수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 프랑스 교육부는 다소 낡은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랑스 교육부도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프랑스라는 나라는 변화에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천천히 변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한국 거제도에서 영어 유치원 및 국제 학교 교사를 했었는데요, 만 3세~5세 아이들이 영어를 많이 배우며, 한국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열에 놀랐습니다. 어린아이들이 영어, 수학과 같은 공부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경우도 보았는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만 3세~5세 시기에는 모국어 및 예체능 교육과 단체 게임 등과 같이 놀이를 통해 배우기 때문에 공부 스트레스는 없는 편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주입식 공부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야 하며, 동시에 사회성을 기르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미카엘: 프랑스는 자국 언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프랑스어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Q. 프랑스 교육 시스템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카엘: 프랑스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 교육입니다. 대학교도 매우 저렴한 학비로 다닐 수 있습니다. 경제적 상황이 힘든 대학생의 경우, 정부가 학비를 지원해 주기 때문에 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메리토크라시(Méritocratie, 출신과 빈부차 따위에 의하지 않는 개인의 능력주의, 실력 본위)를 추구하는 국가입니다. 실력과 의지가 있다면, 프랑스에서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없지요. 이것이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프랑스 국가 교육 시스템은 매우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습니다.


단점은 아무래도 평등 교육을 강조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한, 교사들의 권위가 학부모 및 학생들로부터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각 가정에서 자녀들의 가정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오나: 네, 교사들의 권위가 점점 실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한국,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고, 많은 여행을 통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프랑스 수요 학교 및 방학 학교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그런 제도가 자기 나라에는 없다며 많이 놀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한국의 많은 능력 있는 여성들이 결혼 후 출산과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습니다. 프랑스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양육을 위해 일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이러한 프랑스 공교육 제도는 학부모들에게 큰 신뢰를 받고 있기에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프랑스 공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점으로는 제가 생각할 때, 한국은 학생들 간의 경쟁이 치열한 것 같았어요. 프랑스는 학생들 간 경쟁이 한국만큼 심하지는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프랑스 학생들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점점 저하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들 수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학업 스트레스는 크지만 그만큼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은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새로운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프랑스 공교육에 몸담고 있는 두 공무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 양국 교육 환경을 비교 분석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무상 교육 및 매우 조직화된 공교육 시스템, 그리고 유치부 및 초등학교 학생들의 예체능 위주 교육 및 놀이를 통한 배움이라는 장점을 볼 수 있었다. 다만, 평등 교육을 지향하다 보니 학력 저하 부분은 우려스러운 부분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교사의 권위 하락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2021년,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1%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부담이 컸다고 답했다. 또한, 돌봄 시설 부족으로 인해 여성의 73.1%가 퇴사를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다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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