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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27. 2022

일 년에 1/3은 방학인 나라

그 많은 방학도 프랑스 부모들은 두렵지 않다

아이들이 천국인 나라가 과연 있을까? 그런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프랑스. 프랑스 아이들은 6주 학교를 다니면 2주 동안 방학이다. 방학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방학이 다가오고 있는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여름 방학 2개월까지 합치면 일 년 중 무려 4개월이 방학이다.


이렇게 많은 방학 동안 프랑스 아이들은 무엇을 하면서 지낼까? 방학 때는 가족끼리 여행을 가기도 하고, 조부모님 댁을 방문해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조부모님이 손주들을 못 봐주시는 집도 있고, 부모가 방학 동안 일을 해야 한다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 많은 방학을 프랑스 아이들은 어떻게 보낼까?


이들을 위해 프랑스 정부는 방학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레저 센터(Centre de loisirs)를 운영한다. 나는 편의상 이를 방학 학교라고 부른다. 방학마다 열리고, 기존 유치원 및 학교 건물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는 시에서 관리 감독한다. 만 3세부터 만 11세 정도 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방학 학교가 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운영하며, 점심식사와 간식(Goûter, 구떼)도 제공한다. 원하는 날짜만 선택해서 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단 하루만 가도 되고 매일 가도 된다. 단, 최대 신청 기간은 한 달이다. 한 달 이상은 신청이 불가하다. 하루 종일 있는 경우에는 학교에서 급식이 제공되며, 급식비를 추가로 납부하면 된다. 점심을 집에서 먹고 오고 싶으면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먹고 다시 와도 된다. 또한, 낮 12시까지 오전만 있어도 되고, 점심 식사 후 오후에만 있어도 된다. 오후 5시부터 6시 30분 사이, 학부모는 자유롭게 와서 아이를 데려가면 된다. 이처럼 운영의 유연함과 융통성이 방학 학교의 장점이기도 하다.


평등을 강조하는 프랑스는 공교육 비용에 있어서 차등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 방학 학교 비용 또한 각 가정의 수입에 따라 1~9단계로 나눠서 다르게 책정한다. 시청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비용이 사설 기관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이다.  


방학 학교에는 센터장(Directeur)을 포함하여 아니마뙤흐 또는 아니마트히스(Animateur/Animatrice)라고 불리는 선생님들이 6~7명 정도 있는데 유치원의 경우 만 3세~5세에 해당하는 쁘띠 섹씨옹(Petite Section), 모아옌 쎅씨옹(Moyenne Section), 그랑드 쎅씨옹(Grande Section) 등 세 개 그룹으로 나뉘어서 활동을 한다. 평균적으로 총 60~80명의 아이들이 등록한다고 한다.


센터장과 부센터장은 센터 운영에 필요한 학위인 BAFD(Brevet d’Aptitude aux Fonctions de Directeur)를 보유해야 한다. 직역하면 감독 기능 적성 증명서인데, 센터장은 원활한 센터 운영 및 팀원 관리 감독, 시에서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센터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Animateur는 교육 프로젝트의 일부로 정의된 오락 및 여가 활동을 실행하며 아이들의 신체적, 도덕적, 정서적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도 한다.


그렇다면 방학 학교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만들기, 그림 그리기, 단체 게임, 체육 활동 등 예체능 위주의 프로그램이다. 센터장인 미카엘 씨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만 3세에서 5세에 해당하는 유치원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죠. 방학 학교에서는 프랑스어, 산수 등 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주로 만들기, 그리기를 통해 하루 한 작품을 완성하며, 놀이를 통해 단체 생활을 배웁니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모두 즐거워하고 프로그램에 만족합니다.”


이곳 선생님들을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들과 함께 만들기를 주로 하고, 연극 또는 인형극을 하기도 한다. 2월에 있는 Mardi Gras(마르디 그라, 프랑스 종교 관련 기념일)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다양한 코스튬을 입고 카니발 축제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좌) 하루에 한 작품, 매일 완성된 작품은 집으로 가져간다.


올해 여름 방학은 7월 8일부터 8월 31일까지 약 2개월 동안 운영했다. 월별로 테마를 정해서 운영하는데 7월 테마에 맞춰 교실이 하나의 농장으로 변했다. 포카혼타스, 우디, 제시가 세계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이곳 농장으로 아이들을 맞이한다는 콘셉트이다. 매일 어떤 활동을 하는지 프로그램을 적어놨다. 만들기, 그림 그리기, 단체 게임이 많은 편이다. 테마에 맞는 예체능 활동을 한다. 올여름이 지난해와 한 가지 다른 점은 야외 활동이 많은 편이었다. 원래 방학 학교는 야외 활동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불어닥쳐서 야외 활동을 극도로 제한했던 것이었다.


이번 여름 방학 학교 프로그램은 수영장, 공원, 놀이 공원, 뮤지엄, 영화관, 수족관 등 일주일에 2~3번은 야외 활동으로 구성됐다. 야외 활동을 출구라는 뜻을 지닌 소흐띠(Sortie)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가지 않고, 반 정도만 갈 때도 있었다. 활동적인 우진이는 소흐띠를 좋아했다. 프랑스 엄마들은 자녀가 만 3세라도 야외 활동하는 것을 그다지 무서워하거나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자연을 접하고 다양한 야외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방인인 우리 한국인 가족은 프로그램에 소흐띠가 있는 날이면 걱정부터 앞섰다.


"선생님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해. 선생님 멀리 떨어져서 다른 곳에 가지 말고, 늘 선생님 어디 계신지 잘 보고, 말씀에 잘 따라야 해. 낯선 공원에 가면 위험한 동물이 있을지 모르니, 늘 조심해야 해. 호숫가에 무서운 동물이 나타날지도 몰라."라고 아이에게 신신당부했다.


8월 테마는 시간 여행이었다. 선사 시대, 중세 시대, 현대, 미래 이렇게 4개의 시간대로 나눠서 각 주마다 그 시대의 특징을 경험하고 시간 여행을 하는 테마였다. 아이들에게 시간관념 및 역사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줬다. 테마에 맞게 과거 중세 시대를 경험하는 뮤지엄에도 갔다.


파리 근교에 있는 다양한 성에도 간다. 지방을 포함하여 파리 근교에는 프랑스어로 샤또(Chateux)라고 부르는 고성이 많다. 시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가며, 점심도 제공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운영하며, 하루 종일 아이들을 봐주고,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하며, 다양한 야외 활동 프로그램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에서 운영한다는 이유로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각종 야외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해서 추가 비용을 더 내지도 않는다. 일일 신청비 안에 하루 모든 프로그램이 다 포함되어 있다.


뮤지엄에 가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19일에 있는 프로그램을 보니, 파리 외곽에 위치한 뮤지엄에 갔다. 입장료는 일인당 7유로다. 하루 종일 뮤지엄에 있으면서 아뜰리에 프로그램도 참여했다. 야외 활동이 많은데 단 한 번도 추가 비용을 청구한 적이 없다. 방학 학교 기본 비용과 급식비만 내면 끝이다.


시에서 운영하는 여름 방학 학교 덕분에 아이는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며, 무엇보다 안전하게 잘 지내다 올 수 있다. 이렇게 기나긴 여름 방학도 두렵지 않은 이유는 국가가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위해 이렇게 다각도로 신경을 써주기 때문이다. 방학이라도 많은 비용 들여가며 사설 학원을 다니면서 아이들이 공부하지 않는다. 시에서 운영하는 방학 학교 시스템에 아이들은 즐겁고 안전하게 놀면서 삶을 배운다.


방학 학교 유치부 담당 선생님인 피오나 씨는 한국에서 4년 살았던 적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남편 직장 때문에 한국에 함께 갔다. 한국에서도 유치원 교사로 계속 일한 그녀는 한국 유치원 아이들이 영어, 수학 등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을 보고 놀랬다고 내게 말했다. 동네 곳곳마다 학원이라는 곳이 많은 것을 보고 프랑스와 교육적으로 문화 차이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오나 씨는 “프랑스는 공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요. 한국과 달리 학원이 많지 않지요. 프랑스 부모들은 비교적 공교육을 신뢰하는 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프랑스 출산율은 1.88로써 유럽 국가 중에서 최고다. 같은 해 기준, 한국의 0.98에 비하면 매우 높은 출산율이다. 프랑스의 탄탄한 공교육 시스템은 프랑스 부모들이 공교육을 신뢰하게 하며, 더불어 유럽 국가 중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도 공교육에 더욱 비중을 둠으로써 학부모들이 학원 및 과외 활동이 아닌 공교육을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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