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카 Oct 27. 2022

남과 비교하지 않는 프랑스 부모와 아이들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우는 장점을 꼽자면 나는 단연코 남과 비교하지 않고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듣고 보는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자녀를 두고 옆 집과 비교를 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다른 집 아이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우리 집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언어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도 한다. 


우진이는 만 4세가 되어서야 한국말을 잘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아빠, 엄마, 물, 꺄꺄 정도의 간단한 단어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걱정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께 이에 대해 말을 하면 다들 자연스럽게 하게 될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말을 하는 것에 대해 비교하거나 저울질하는 이웃들이 없었다. 


또한, 프랑스는 어릴 적부터 모국어 학습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영어 교육에 너무 공을 들이는 편은 아니다. 대부분 공립 유치원을 보내며, 공립 유치원에서는 영어 교육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영어 교육에 대한 열정이 한국에 비해서는 약하다. 누구 집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당연히 비교도 하지 않는다. 


엄마들끼리도 자녀들 학습 성취도 및 발달 사항에 대해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어느 집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어떻게 해서 잘하게 됐는지 알고 싶어 하고 어떤 학원을 다니며, 어떤 학습지를 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여기는 어떤 학습을 하는지, 아이 학습 성취도가 어떤지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 편이다. 엄마들끼리 만나면 방학 때 무엇을 할 계획인지,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물어본다. 어떤 공부를 하는지, 어떤 과외를 받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물론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한국과 비교해 볼 때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나는 우진이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편안하게 키울 수 있었다. 파리에 집을 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읽게 된 박혜란 작가님이 쓰신 책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은 나의 육아 철학을 정립해주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내 인생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나는 아이를 가장 귀한 손님처럼 대하며,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곁에서 또는 뒤에서 묵묵히 늘 응원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이러한 나의 육아 철학과 더불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내 아이의 성장에 관심을 갖는 프랑스 육아 환경 덕분에 나는 내 육아 철학을 더욱 꿋꿋하게 관철시켜나갈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 의류에 들어가는 비용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아이의 의류 브랜드를 크게 따지지 않는 프랑스 육아 환경 덕분이다. 프랑스 유아동복 브랜드가 한국에서는 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백화점에 입점되어 있는 프랑스 유아동복 브랜드가 프랑스 현지에서는 어떨까? 명품 브랜드를 입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잘 입혔다 싶으면 쁘띠 바토, 자카디 정도 입는다. 


대형 마트 체인점인 모노프리에서 파는 옷도 많이 입는다. 한국으로 치면 홈플러스 또는 이마트표 아동복이다. 주변 엄마들은 모노프리 옷이 질도 좋고 가격도 좋다며 많이들 사서 입힌다. 어느 날 아침 등굣길, 모노프리에서 한창 판매 중인 핑크색 털모자와 목도리 세트를 4명이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 및 아이들은 같은 모노프리 마트표 브랜드를 착용했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개의치 않는다.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인 뇌이쉬르센은 부촌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품 옷 또는 브랜드 옷이 아닌 마트표 옷 또는 저가 브랜드 옷을 아이에게 입히는 집도 많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한창 뛰어놀고 금방 크기 때문에 좋은 옷을 사줘봤자 금세 낡아지고 작아지기 때문에 싸고 질 좋은 옷을 입힌다. 프랑스는 공원 및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맨발로 모래놀이를 하는 문화라는 점도 한몫한다. 한국처럼 실내 생활보다는 자연과 함께하는 실외 생활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안하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옷을 주로 입힌다. 


한국에 가면 할머니께서 손자 왔다고 좋은 옷을 사주시려고 했다. 백화점에 가면 아이 옷을 사러 온 부모 및 조부모님들이 많았다. 비싼 옷을 사줘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 좋은 브랜드를 아이가 입어야 학교에서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겉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고 비교하는 문화가 없지 않다. 


반면 프랑스는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람들 판단하는 것이 덜한 편이다. 자신이 입고 싶은 대로 개성 있게 입고 다닌다. 샤넬, 루이비통, 크리스천 디올과 같은 명품 본고장이지만 실제 프랑스에서는 명품 브랜드를 들고 다니는 여성이 의외로 많지 않은 편이다.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주로 외국인들이다. 명품 매장에 가면 주로 아시아권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한국 뉴스를 읽다 보면 한국 유아동복 시장은 고가일수록 더욱 잘 팔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0만 원 훌쩍 넘는 해외 명품 브랜드 옷을 어린아이들에게 입히는 집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부모 및 조부모들이 내 아이, 내 손주에게는 최고의 것만 주고 싶다며 200만 원 코트와 100만 원 책가방 등 명품의 매출이 높다고 나왔다. 한국은 이렇게 키즈 명품 시장이 활황이다. 반면 파리에 있는 백화점 명품 코너에 가면 파리가 날린다. 아이를 위해 명품 의류를 구매하는 프랑스 부모들은 많지 않다. 


등교 및 하교 때 아이를 찾으러 갈 때면 편한 차림에 에코백을 들고 가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서로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나도 어느새 외출할 때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슈퍼마켓에 가더라도 거울 한번 보고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는데, 이곳 프랑스에서 살면서 서로가 어떤 옷을 입던, 어떤 가방을 들던 신경을 안 쓰다 보니 나도 덩달아 외모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가 확실히 줄었다. 어떤 학부모는 늘 똑같은 옷만 입고 다니기도 했다. 집이 잘 사는 것으로 아는데 다 떨어진 브랜드 없는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니는 엄마도 있다. 


우진이 반에서 폴로를 입는 아이는 한 명이었다. 바로 우리 집 아이다. 폴로 옷도 할머니께서 사주셔서 입고 다닌다. 한국은 폴로 브랜드 입는 아이들이 꽤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유치원 3년 내내 입고 있는 아이를 거의 보지 못했다. 나는 우진이 옷은 주로 대형 마트인 모노프리에서 샀다. 특히 여름 겨울 빅 세일할 때는 70% 할인가로 옷을 살 수 있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 것인지 다른 사람, 다른 아이, 다른 가족에 대해 별로 궁금해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다. 남들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우게 하는지, 어디를 보내는지, 주말에는 어떤 곳에 가는지 크게 관심 갖지 않는 편이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 하지도 않는다. 각자 자기 경제 상황에 맞춰서 가치관에 따라 살고,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꾸려 나간다. 남들 삶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 아닌 내 삶의 리듬에 맞춰 살아간다. 










이전 19화 영어보다는 모국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