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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27. 2022

자폐증을 얘기하는 프랑스 동화책

나와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프랑스 아이들

동네 도서관에서 동화책 6권을 빌렸다. 그중 한 권의 책 제목은 자폐증(L'autisme)이다. 자폐증에 관한 프랑스 동화책이다. 권장 연령은 만 4세부터 7세라고 적혀 있다. 이 연령대 아이들에게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 프랑스 동화책. 나는 동화책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읽었다.


내용은 막스라는 아이가 자폐증이 있는데, 막스의 생활 습관에 대한 에피소드를 풀어내며 자폐증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설명했다. 막스의 생일이 곧 다가오고 있으며, 이에 막스 가족이 막스 생일 파티 준비를 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준비 과정에서 자폐증 아이가 보이는 행동 특징을 설명하고, 특히 강조하는 단어는 초록색으로 표시했다. 그 외는 모두 검은색 글자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막스의 만 4세 생일 파티를 위해 누나 플로어가 동생 생일을 준비한다. 동생이 좋아하는 돌고래도 선물도 준비한다. 그런데 막스는 정작 엄마 뒤에만 붙어 있다. 
막스 방 안에는 온갖 돌고래로 가득하다. 돌고래 그림, 돌고래 침대와 베개, 돌고래 동화책 등 온통 돌고래로 가득하다. 막스는 늘 돌고래 관련 채널만 본다. 
언어 발달이 늦는지 아빠에게 목이 마르다는 말을 하지 않고 물컵이 그려진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누나와 함께 블록을 가지고 노는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 아빠는 그런 막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온 가족이 동생 막스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며, 막스의 행동과 말에 맞춰준다. 막스는 평온해 보인다.


책을 다섯 번 정도 거듭 읽었다. 책을 통해 나도 자폐아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그림이 곁들여진 프랑스 동화책을 통해 가족 구성원 및 주변 이웃들이 협력한다면 자폐아도 사회에서 얼마든지 적응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런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줌으로써 혹시 친구 중에 이런 증상이 있다면 그 친구를 어색해한다거나 이상하게 바라보기보다는 그 친구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 책은 만 4세에서 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고 적혀 있다. 자폐증을 어른들만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 자폐아동을 학교에서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또래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총 29페이지로 된 동화책에서 가장 마음 깊이 와닿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Max ne peut pas changer ce qu'il est. C'est aux autres de l'accepter et de s'adapter.
막스는 그 자신을 바꿀 수는 없어. 막스를 받아들이고, 막스에게 맞춰가는 것은 다른 이들의 몫이야.

막스 아빠가 플로어에게 말하는 문장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 마지막 페이지에서 막스를 포함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평화로워 보인다.


누나 플로어가 동생 행동 때문에 속상해하자 아빠가 플로어에게 한 말이다. 읽고 또 읽으며 마음속에 담았다. 자폐아를 가진 부모는 속상할 수 있다. 아이를 고치고 싶고 개선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 있다.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막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막스를 바꾸려기 보다는 부모와 가족 구성원이 막스에게 맞춰주고 막스의 행동에 적응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막스는 마음이 편한 아이로 성장할 것 같다. 그리고 사회에 조금씩 한발 두발 내딛게 될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문제 행동을 문제로 보지 않고,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보듬으면 그 아이는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막스라는 단 한 명의 고유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어서 나도 봤다. 우영우의 아버지도 딸을 다그치지 않고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키웠다. 우영우는 한국 최고 대학을 졸업한 후 변호사가 됐다. 아마도 아버지의 역할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우영우의 아버지도 동화책 속 막스 아버지처럼 자폐증을 가진 자식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아이를 이해하고, 맞춰주고, 아이에게 적응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우영우가 멋지고 훌륭하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밀란 출판사(Éditions Milan)에서는 Mes petits pourquoi 시리즈로 여러 권이 출간됐다. Zizis et Zézettes(여아 및 남아 성기), Les émotions(감정), La mort(죽음), Bêtises et limites(잘못된 행동과 제한), La surdité(청각 장애), Le divorce(이혼), Les mensonges(거짓말), Les enfants précoces(조숙한 아이) 등 아이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만한 주제로 가득하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보면 어린아이들은 몰라도 된다며 쉬쉬하는 주제를 프랑스에서는 만 4~7세 아이들에게 편안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 주제를 알려주고 있다. 이혼, 죽음, 자폐, 청각 장애 등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주제와 친구들이다. 아이들은 이런 책을 부모와 함께 읽으면서 내 주변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지하면 차별과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폐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데 자폐아동의 이상 행동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이런 아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차별하고 함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동화책을 통해 자폐 아동이 존재하고, 그런 아동이 이상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있고, 그렇게 태어났으며, 나와 똑같은 소중한 인간이며, 그런 행동에 대해 미리 조금이라도 학습한다면, 친구 중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만나더라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고 차별과 편견을 갖지 않게 된다. 그러면 자폐 아이도 다른 친구들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똑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과 유사한 증상. 특징은 지속적인 사회관계 형성이 힘들고, 제한되고 정형화된 유형의 행동을 보인다)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말처럼 자폐증 성향 및 레벨, 강도 등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중에서 아주 낮은 강도의 자폐 성향을 일반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인 관계에 불편을 느낀다거나, 다리를 떠는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사람들 많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거나, 눈을 깜빡인다거나, 규칙적인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면 힘들다거나 등등 이런 생활 습관들은 어떻게 보면 자폐 스펙트럼의 낮은 단계에 속하지 않을까? 평범한 사람들 또는 뛰어난 인물 중에서도 어느 정도 성격적인 단점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 성향을 가졌다고 편견을 가지고 차별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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