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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10. 2020

미래의 인간관계법

온라인 속 만남과 대화가 지배하는 세상

지난 주말에 지인 도시코가 우리 집에 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화가 30분이 흘렀을까... 도시코가 혹시 확진자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닐 거야를 대뇌 었지만 불안감은 끊임없이 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케이크와 과일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대화하는 도중에 눈에 보이지 않는 타액들이 같이 먹고 있는 다과 위로 마구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닐 거야, 도시코는 아닐 거야.'

그런데 도시코는 대화중에 본인은 최근 일주일에 한 번씩 합창 교실에 나간다고 말한다. 30명 정도 되는 인원이 함께 합창 연습을 한단다.

'오 마이 갓!'

엎친데 덮친 격이다.

다음 주 주말에 라디오 프랑스에서 베토벤 연주회가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내게 묻는다.

그렇다. 내 예상대로 도시코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고, 문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나는 아이 핑계를 대며 살짝 거절 의사를 표했다.


시계는 곧 3시를 가리킨다. 내가 요즘 즐겨보는 김유라 라이브 방송을 할 시간이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하며 슬며시 핸드폰에서 유튜브를 켠다.

실시간 접속 인원이 300명 정도이다. 비행기로 12시간 걸리는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방송을 실시간으로 다 같이 보며 댓글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새로운 인간관계법이다. 이것이 바로 유튜브 세상이며, 미래 인간들의 만남이자 인간관계 법이다.

나는 현재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도시코 보다, 8시간 시차가 있는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댓글로 만나는 그들과의 만남이 더 편하고 안전감을 느낀다.


신종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생길 것이다. 아직 치료제도 없는 이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으로 인해 우리 지구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여 서로 다른 공간에서 온라인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인간의 이기로 인해 자연과 생태계는 무질서해지고, 그 혼돈 속에서 생겨난 새로운 병균체가 결국 인간 세상 속으로 들어와 인간끼리 서로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할지를 심각히 고민해보아야 하며, 인간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더불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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