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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27. 2022

선행 학습 없는 프랑스 교육

초등학교 올라가서 다 같이 글자를 배워요

지난주 금요일,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교재가 가방 안에 들어있었다. 선생님께서 일주일 동안 아이가 학교에서 학습한 내용을 주말에 부모님과 함께 보라는 뜻으로 해석했다. 맨 앞장은 학습 평가 부분이었다. 유치원 3년 동안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부분이었다. 음운론, 쓰기, 읽기, 산수 등으로 나눠졌다. 이것을 보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 파악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단어의 음절이 몇 개인지,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있는지, 선생님이 하는 발음을 소리 나는 대로 적어보기, 짧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내용을 이해하는지 확인하는 정도였다. 산수도 간단한 정도였다. 알파벳은 필기체로 쓰도록 한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초등학교 가면 필기체로 학습한다고 미리 알려주셨는데 한국인인 내게는 이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주로 대문자와 소문자로 배우고 썼기 때문에 필기체를 배우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가기 전에 한글을 다 떼고 가야 한다는 명제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다들 초등학교 가기 전에 한글을 공부한다고 들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한글을 다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가르친다고 들었다. 상황이 이렇니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혼자 뒤처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 


초등학교 입학 전, 유치원 같은 반 엄마들은 읽기 및 쓰기 등 초등학교 가면 다 같이 시작하니 괜찮다고 했다. 올여름 방학에도 친구들은 산이며 바다며 모두 여행 가고 놀러 다녔다. 물론 간혹 몇몇 가정에서는 올여름 방학 동안 과외 선생님을 집으로 불러 프랑스어 글자 공부를 시킨 집도 있었다. 아이 반에서 초등학교 가기 전에 간단한 책을 읽을 줄 아는 아이는 28명 중 1~2명 정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초등학교 가서 읽기 쓰기를 배워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부모들이 집에서 아이들에게 글자를 알려주는 것은 있지만, 반드시 떼고 가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학교 가기 전에 알려주는 정도로 보였다. 


초등학교 입학 전, 한글 떼기 선행 학습이란 것이 한국에 비해서는 없는 편인 프랑스다. 물론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평등주의 교육으로 인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습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중고등학생도 아니고 유치원 및 초등 저학년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과도한 학습보다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사회성 발달 및 예체능 교육이 더 필요할 것 같다. 고작 만 5~6세 아이들인데 한글 또는 알파벳을 누가 먼저 떼고 안 떼고 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다 같이 시작해도 괜찮다. 


현재 프랑스 초등학교 1학년들은 읽기, 쓰기, 말하기, 산수 등을 고루고루 배우고 있다. 확실히 학교에서 다 같이 배우니 학습 능률도 오르는 것 같다. 집에서는 아무리 해도 잘 안 하던 아이가 학교 며칠 다녀오니 금세 단어를 읽고 문장도 읽는다. 면학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과 다 같이 하니 효과도 좋다. 


만 6세 아이들은 지금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다. 미리 다 알고 있으면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지겨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 같이 배우고 있기 때문에, 똑같은 출발 선상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만큼 학교 수업 시간에 집중도 더 하게 된다. 숙제도 매일 있는데, 양이 많지 않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5분 정도면 끝날 정도의 양이다. 매일매일 숙제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날 배운 것과 관련된 내용이라 아이는 숙제를 집중해서 하며, 성취감도 맛보고 있다. 


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도 거의 하지 않고 놀았다. 아이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기 때문에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하나씩 자연스럽게 잘 배워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들이 배우는 알파벳. 차근차근 기초 탄탄 알파벳부터 다 같이 배우고 있다.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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