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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Nov 17. 2022

엄마라는 존재

아이는 스승이다

어젯밤 아이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엄마, R이랑 E는 자기보다 자기 엄마를 더 좋아한대."

"기 자신과 엄마  중에서 구를 더 좋아하는지 물어봤어?"

"응."

"그럼 너는 뭐라고 했는데?”

"나는 엄마보다 내가 더 좋다고 말했어."


초등학교에서 나눈 만 6세 아이들의 대화를 통해 나는 두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은 엄마를 자기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때로는 자기 엄마한테 떼를 부리고 화도 내고 말을 안 듣기도 하지만 사실 자신보다 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훨씬 더 많이 자기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


두 번째는 나는 아이에게 ‘엄마보다 너 자신을 더욱 사랑해야 해.’라는 말을 종종 한다. 아이는 내 말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잘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평소 아이에게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할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야.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너야. 네가 어디를 가든, 너를 늘 따라다니는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야. 친구도 부모도 곁에 없을 수 있지만, 너라는 존재는 너를 떠나지 않으니까. 그러니 너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렴. 그리고 너 자신을 가장 아껴주렴. 엄마 생각할 필요 없어. 엄마가 뭘 좋아할까 그런 생각도 할 필요 없어. 네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너의 몸과 마음을 아끼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살아."


초등학생 아이들의 짧은 대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이들은 엄마의 큰 사랑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욕구가 있기 때문에 누가 내게 밥을 주는지, 잠잘 곳을 제공하는지, 옷을 사주는지, 자기 자신이 어떻게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엄마는 자기 자신의 생존과 직결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엄마를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엄마를 위해 살게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점점 더 애착을 느끼듯, 아이 또한 엄마라는 존재에 엄청난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면, 엄마가 좋아해서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고,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경우도 있다.


남이 내 삶의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느새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엄마를 자기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랑하는데 그렇다면 엄마라는 위치는 정말로 중요하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고, 관찰하고, 따라 할 것이다. 마치 한창 연애 중인 남녀와 같다. 하루 종일 상대가 생각나고,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살피며, 상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하는 행동을 하려고 애쓸 것이다. 아이도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알게 모르게 애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더욱더 엄마를 위해 살지 말고, 너 자신을 위해 살아라고 말해준다.


또한, 엄마는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자녀는 최소 20년을 함께 하기 때문에 서로의 인생에 엄청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게다가 아이는 백지상태로 시작하기 때문에 엄마의 많은 것을 그대로 흡수하게 된다. 그래서 부모라는 자리가 무서운 것 같다. 순수한 한 생명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삶 앞에서 겸허해진다. 내 조그만 언행 하나라도 매사에 조심해야 하며, 부모로서 본을 보이는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아이가 스승이라는 말이 맞았다. 아이가 없었으면 나는 기존 내 본성대로 행동하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를 너무도 사랑하고, 나를 늘 지켜보며, 나를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한 생명체가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하기 때문에 내 행동 하나, 말 하나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감이 생긴다.


결국, 아이가 많이 부족한 나를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 있는것 같다. 지난 6년간의 삶을 되돌아본다. 부모로서 못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한 점 투성이다. 그런 시간은 반성하고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매 순간 깨어있고자 이 글을 쓰고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 대화 덕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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