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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Dec 24. 2022

스웨덴 문화예술과 디자인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웹진 대문에 실린 글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동부에 위치한 북유럽 국가이다. 핀란드와 노르웨이 사이에 위치하며, 수도는 스톡홀름이다. 스톡홀름에 있는 뮤지엄 방문을 통해 북유럽을 대표하는 스웨덴 문화예술 및 디자인을 살펴보자.

2001년 설립된 노벨상 뮤지엄(Nobel Prize Museum)은 ‘세상을 바꾼 아이디어’라는 주제로 뮤지엄을 찾은 방문객이 노벨상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 6개 분야에 걸친 각 노벨상 수상자와 관련된 영상 화면이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11월 2일(현지시각), 필자는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영상물을 시청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에 관한 전시를 중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자인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친필 서신도 볼 수 있다.


좌) 노벨상 뮤지엄에 들어서면 2022년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을 소개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우) 노벨상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옥중 친필 서신


노벨상 뮤지엄은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닌 노벨상 각 부문별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및 프로그램이 곳곳에 잘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어 및 영어 투어 가이드도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토론할 수 있는 각종 세미나 및 워크숍이 진행되며, 금요일 저녁에는 칵테일을 마시며 라이브 뮤직과 함께 노벨상과 관련된 이벤트가 열린다.


좌) 노벨상 뮤지엄에는 물리학, 화학, 의학 등과 관련해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공간이 있다.

우) 노벨상 뮤지엄 화학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 재활용 플라스틱을 이용한 지구 환경 보호 필요성을 일깨우는 실험이다.


노벨상 뮤지엄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도록 의학, 화학, 물리학과 관련된 과학 실험 도구가 있는 방이 있다. 그 옆에는 책도 읽고, 연극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이 있다. 필자의 아이는 뮤지엄 지하에 있는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화학 실험을 통해 재활용 및 환경 보호 필요성을 깨닫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18세 이하 아이들은 입장료도 무료인 데다 프로그램 참여도 무료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신청해도 참여 가능하다.


노벨상 뮤지엄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이게 있어 노벨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늘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나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더욱 희망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준다.


스웨덴 국립미술관 회화 갤러리. 각 갤러리마다 배경색이 다르다.


스웨덴 국립미술관(National Museum)은 16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회화, 조각, 공예품, 디자인, 사진 등 약 70만 점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각 시대별로 나뉜 갤러리를 차례로 둘러보며 스웨덴 예술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주변 여러 유럽 국가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스웨덴 예술은 성장했다. 스웨덴이 여러 섬으로 이뤄진 나라답게 물, 배 및 자연을 주제로 한 그림이 많았다. 국립미술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시간별로 진행되며, 현장에서 신청하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뮤지엄 내부에 도서관도 잘 구비되어 있어서 각종 예술 관련 서적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특별전은 유료이며, 상설전은 무료이다.

좌) 스웨덴 국립미술관에 있는 현대 디자인 관련된 전시

우) 스웨덴 국립미술관에 있는 도서관. 앉아서 편안하게 예술 관련 서적을 읽을 수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스웨덴은 디자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산업화 및 대량 생산에 반대하는 운동과 함께 스웨덴 사람들은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 지역 생산, 수공예 및 소규모 생산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새로운 소재 및 기술 개발을 통해 디자인이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겼다. 스웨덴 정부는 2005년을 디자인의 해로 공식 선포한 바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수공예 및 지역 소규모 생산이 급격히 성장했다.


스웨덴 국립미술관 지하에 마련된 넓고 쾌적한 환경의 화장실. 곳곳에 앉을 수 있는 나무로 된 의자 및 은은한 조명과 함께 원목 그대로를 사용해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스웨덴 특유의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결합한 실내 건축 디자인이다.


국립미술관 지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화장실 구조 및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구스타비언 스타일의 특징 중 하나인 대칭적 디자인 및 깔끔한 선이 있는 원목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화장실조차도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구스타비언(Gustavian) 스타일은 구스타비언 시대(1772-1809년) 동안 스웨덴 건축, 장식 및 공예 등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스타일을 일컫는다. 이는 프랑스 네오고전주의에 영향을 받아 1780년대 만들어졌으며, 구스타프 3세 왕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스웨덴 디자인은 기능과 아름다움을 결합하고자 하는 미니멀하고 깔끔한 접근 방식이 특징이다.


스톡홀름 현대 미술관 입구 전경


1958년 개관한 현대 미술관(Moderna Museet)은 20세기 초부터의 현대 미술 및 1840년 이후부터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3만 점 이상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 및 아뜰리에 실이 구비되어 있다. 11월 4일(현지시각), 아뜰리에 입구에는 수많은 유모차가 있었고, 안에는 20명 정도의 아이들이 큐레이터의 지도 아래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스터디 갤러리라는 이름을 가진 방에 들어서면 현대 기술을 접목한 독특한 방식의 그림 전시가 있다. 원하는 그림을 말하면 기계가 작품을 선택해서 자동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왔다. 예술 관련 서적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도서관도 있다.


좌) 현대 미술관에 있는 키즈 아뜰리에 실 입구에는 유모차가 가득하다.

우) 현대 미술관 안에 있는 키즈 아뜰리에 실 안에는 아이와 부모들로 가득하다.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고 있다.

좌) 현대 미술관 스터디 갤러리. 독특한 방식의 그림 전시가 눈에 띈다. 보고 싶은 그림을 선택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작품을 선택한 뒤 작품이 위에서 밑으로 내려온다.

우) 스터디 갤러리에는 예술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편안하게 앉아서 읽을 수 있다.


좌) 현대 미술관에 있는 어린이들이 책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곳이 설치되어 있다. 각종 문화예술 관련하여 스웨덴어 및 영어로 된 동화책이 많다.

우) 현대 미술관 곳곳에는 편하게 앉아서 문화예술 관련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다. 미술관 실내 인테리어는 모두 원목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단순함, 실용성, 편안함 등이 느껴진다.


이케아의 나라인 만큼 각종 뮤지엄에는 디자인 및 건축에 대한 컬렉션이 빠지지 않으며, 디자인 및 실내 인테리어 관련 샵도 도시 곳곳에 많이 있다. 11월 초, 해가 오후 3시 반 정도에 지기 시작하더니 오후 4시가 되니 이미 세상은 어두컴컴해졌다. 이처럼 해가 빨리 지다 보니 스웨덴 사람들은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레 실내를 안락하고 쾌적하게 꾸미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실내 가구 장식 및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스웨덴의 기후 및 지리 환경적 요소가 이 나라를 디자인 강국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이케아에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이 곧 다가오는 성탄절을 위해 다양한 실내 장식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고르고 있었다.


이 외에도 바사 뮤지엄 및 노르딕 뮤지엄 등을 방문했다. 각종 뮤지엄의 공통 사항은 18세 이하는 무료이며, 특별 전시가 아닌 상설 전시의 경우 성인들도 무료인 곳이 많다는 점이다. 이처럼 스웨덴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뮤지엄을 대중에게 활짝 개방하고 있다. 또한, 뮤지엄뿐 아니라 스톡홀름 시청사, 시립 도서관 등 공공시설 곳곳마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 및 프로그램이 있다. 따로 예약하지 않고 현장에서 접수한 뒤 시간이 되면 참여할 수 있는 연극, 실험, 그림, 만들기 등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이 늘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은 어릴 적부터 박물관 및 미술관에 드나드는 것이 일상이며,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을 부담 없이 손쉽게 접하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자리 잡은 나라이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담론웹진 대문 겨울호에 실린 글입니다]

]

http://daemun.or.kr/?p=6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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