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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05. 2023

모네와 밋셀

인상주의와 추상주의 미술

2022년 10월 5일부터 2023년 2월 27일까지 루이뷔통 재단에서는 모네 밋셀(Monet Mitchell) 전시를 하고 있다. 모네라는 화가의 영향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다. 10월 4일, VIP 초대에 아이와 함께 갔다. 이전 VIP 초대전과는 달리 이번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네라는 이름이 가진 힘을 초반부터 감지할 수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5일 전시 정식 오픈일부터 시작해서 매일 이곳 전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세차게 부나 할 것 없이 전시장 입구에는 사람들 줄이 길었다.


오픈부터 지금까지 늘 입구에 사람들 줄이 길다. 인기가 매우 높은 전시/ 젊은 시절의 밋셀 모습/ 전시장 홀. 출처: 모니카


모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모네의 수련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르세 미술관, 마르모땅 모네 미술관, 지베르니 미술관, 심지어 미국 곳곳에 있는 모네 작품을 이번 전시를 위해 대여해 왔다. 가장 위층에 3개의 그림을 한데 붙여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킨 그림이 벽면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다.


작품 제목은 L'Agapanthe(1915-1926)으로 미국 Cleveland 뮤지엄, Saint Louis 미술관, 칸자스 시티에 있는 Nelson-Atkins 미술관에서 각각 대여해 왔다. 미국 다른 세 군데에 있는 모네 작품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그림 세 점이 붙어 있다고 해서 삼부작(triptyqu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분홍색, 복숭아색, 라벤더, 블루 그린, carmine-red 색감을 사용했다고 설명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향수 딥디크(diptyque)라는 이름이 둘로 접힌 그림, 이부작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모네의 L'Agapanthe 삼부작 그림 설명을 듣는 아이들/ 미국에 있는 작품 3개가 처음으로 만났다/ 밋쉘의 추상주의 그림을 보고 있는 아이. 출처: 모니카
어린이용 학습 프로그램. 출처: 모니카
학습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그림을 주도적으로 감상하는 아이들. 출처: 모니카


나는 언제 다양한 모네 그림을 원 없이 보겠냐며 지금까지 약 10번 정도 작품을 감상하러 이곳 전시장을 찾았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라벤더 색감이다. 주요 색감은 보라색과 파란색, 초록색인 것 같다. 그 외에도 다른 색깔을 곳곳에 사용하긴 했지만 주로 그림을 차지하는 색깔은 보라색인 것 같다. 전시장 내부는 사람들로 늘 가득했다. 찾을 때마다 한 번도 사람들이 적었던 적이 없다. 사람들에 치여서 작품 감상을 하기에 다소 쾌적하지 않을 수 있다.


따뜻한 보라색 녹색 파란색이 주를 이룬다. 출처: 모니카


밋셀은 시카고 태생의 미국인 여성 화가로 추상주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는 모네를 오마주 하며 실제 프랑스로 건너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처음에 전시를 봤을 때, 모네의 인상주의와 밋셀의 추상주의는 화풍 자체가 전혀 다른데 어떻게 두 사람을 엮어서 전시할 생각을 했을까 의아했다. 실제 이 전시를 본 지인들의 평가도 같았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없어 보이고, 그림의 조화가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전시 기획을 했을까 의아해했다.


모네 그림과 밋셀 그림이 함께 전시중/ 기법은 다르지만 같은 작품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본다. 출처: 모니카

5번 정도 보고 나니 이해가 조금 됐다. 화풍은 비록 다르지만, 밋셀은 모네의 그림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자신의 그 영감을 자신의 그림에 녹여냈다. 비록 인상주의 기법은 아니지만 모네 작품을 통해, 모네의 삶을 통해 자신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갔다. 그리고 모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영감을 받기 위해 모네가 살았던 동네로 이사와서 살았다. Vétheuil 에 머무르며 작품 활동을 했다. 마치 모네가 지베르니에 자기 집을 짓고 연못이 있는 정원을 지어 작품 활동을 한 것 처럼.


모네 전시와 연계해서 키즈 아뜰리에도 구성이 더욱 다양해졌다. 아이 친구네와 함께 아뜰리에에 참가했다. 첫 번째는 R네와 같이 갔고, 두 번째는 E네와 같이 갔다. 엄마들도 모두 좋아하고, 아이들도 재밌어했다. 우선 전시실 주요 작품을 큐레이터 설명을 들으며 감상한다. 그다음 아뜰리에 실로 들어가서 봤던 그림을 떠올리며 종이에 빠르게 스케치한다. 그다음 그 스케치를 바탕으로 아이들 몸보다 더 큰 하얀색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를 붓으로 칠한다. 약 10명가량의 아이들은 2~3명으로 그룹을 나눠서 추상주의 기법을 활용해서 작품을 완성해 나갔다. 정답은 없다. 그저 스스로 보고 느낀 대로 자신의 느낌대로 칠하면 된다. 그야말로 추상적인 그림이다.


봤던 그림을 떠올리며 재빠르게 스케치 한다/ 큰 종이에 다시 그림을 그린다/ 밑그림 위에 커다란 붓으로 물감을 칠해나간다. 출처: 모니카


사실 미셀의 그림을 보면서, 속으로 이런 그림은 나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돈만 있으면 그림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실제 밋셀은 의사 아버지를 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림 그릴 도구와 공간이 있다면 그냥 페인트로 쓱쓱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몇 번 만 하며 작품이라고 불리고 이렇게 전시장에 걸릴 수 있는 것이구나라는 생각도 했다. 실제 같이 간 지인들도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추상주의 작품은 진짜 추상적이라고. 붓칠 몇 번 하고는 제목 붙여서 작품이라고 한다고. 이것은 아이들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결코 추상주의 화가들의 작품 세계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처절한 고뇌와 심오한 작품 세계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그림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 눈에는 자칫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E엄마가 아이들 작품과 실제 밋셀의 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두 그림을 나란히 붙여서 사진을 1장 완성해서 내게 보여줬다. 정말로 실제 키즈 아뜰리에에서 완성한 아이들 그림과, 현재 전시장에 걸려있는 밋셀의 작품을 같이 놓고 보니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아이들 또는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아뜰리에 시간이었다.


왼쪽은 아이가 그린 그림 오른쪽은 실제 전시중인 밋쉘 그림인데 내 눈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첫번째 아뜰리에 때 아이들 작품/두번째 아뜰리에 때 아이들 작품. 출처: 모니카


루이뷔통 재단에서는 노엘 방학 동안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쉼터가 되기도 했고, 금요일 저녁에는 밤 11시까지 클럽으로 변하기도 했다. 특히 12월 23일, 30일 금요일은 연말 특집으로 더욱 흥겨운 클럽 음악으로 전시실이 화려하게 변신했다. 모네의 커다란 사진 위로 싸이키 조명이 마구 비치고, 조용했던 미술관이 한순간에 현대적이면서도 흥겨운 클럽음악으로 꽉 찼다.


루이뷔통 재단을 찾을 때마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을 자연스럽고도 자유자재로 200%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림도 감상하고, 음악도 감상하고,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아이들은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바닥에 누워 쉬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지하 오디토리움은 클래식 공연장이 되었다가 DJ 클럽으로 변하기도 했다가, 사람들이 편안하게 누워 있기도 했다가,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젊은이 뿐 아니라 중장년층 및 젖먹이 아기도 클럽 분위기에 함께 젖어들었다.


각 층마다 비어있는 복도 공간에 테이블을 가져다 놓고 남녀노소 아뜰리에 교실을 열기도 하고, 야외 테라스에 카페와 야외 전시를 해놓기도 한다. 덤으로 에펠탑도 보인다. 작은 공간 하나도 알차게 활용하는 루이뷔통 재단이다.


금요일은 밤 11시까지 하며, 전시장 한켠에서는 그림 아뜰리에가 열렸다. 출처: 모니카
금요일 밤, 클래식 공연장이 클럽으로 변신했다. 12월 30일 밤, DJ 음악에 맞춰 칵테일을 마시며 춤을 춘다. 출처: 모니카
노엘 방학동안 오디토리움에서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고,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옆에 사람들이 커다란 쿠션에 드러눕기도 했다.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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