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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24. 2023

Füssli의 꿈과 환상

꿈, 악몽, 환상 사이에서

현재 자크마르 앙드레 뮤지엄(Musee Jaquemart-Andre)에서는 Fussli 전시가 한창이다. 옛날 개인 저택이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곳은 상설 전시로 집안 곳곳의 생활상과 함께 각종 그림 및 조각, 그릇 등의 수집품을 볼 수 있으며, 특별 전시가 꾸준히 기획되고 있다. 파리 8구의 158 Boulevard Haussmann에 위치한 사립미술관은 Édouard André(1833-1894)와 Nélie Jacquemart(1841-1912)가 일생 동안 수집한 예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그들이 실제 살았던 개인 주택에 미술관을 만들었다. 과거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음악의 방은 실제 음악이 나오고 있었는데, 의자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했다.


Johann Heinrich Füssli 또는 Henry Fuseli(1741 2 7 취리히에서 태어나서 1825 4 16 Putney Hill에서 사망) 영국인으로 귀화한 스위스 출신의 화가다. 초기에 그는 환상적인 주제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50대부터 영국에 살면서 셰익스피어, 단테, 게르만 서사시 니벨룽겐의 삽화를 그렸다. 그는 초현실주의자들에 의해 그들의 선구자   명으로 인식되었다.


자크마르앙드레 미술관 전경. 천장도 화려하다. 기념품 샵에서 판매중인 식기류. 출처: 모니카


1 23 오전, 15 정도의 학생 단체가 와서 그림 설명을 듣고 있었다. 남자 여자 학생 모두 건장하고, 자유로운 복장에 심지어 여학생들은 화장을 하고 있어서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학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 동네 중학교를 지나다닐 때면, 학생들을 유심히 보는데, 대부분 고등학생이라고 여길 정도로 성숙해 있다. 여긴 교복도 없고, 복장도 자유롭고, 화장도 하다 보니 나이가 가늠이  안된다. 마치 서양 사람들이 동양 사람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워하는 것과 같달까. 아무튼 우리나라로 치면 3 또는 1, 2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큐레이터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나도 끼어서 함께 듣기도 했는데, 큐레이터는 매우 자유롭게 그림 구석구석에 대해 질문을 던졌고,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과 의견을 말했다. 딱딱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때로는 지겨워하는 학생도 보였고, 다리가 아프다고 바닥에 주저앉는 학생도 보였다. 또한, 자기들끼리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키득 키득대는 학생 무리도 있었다. 그런 생기 발랄한 젊은 학생들을 보고 있으니, 젊음과 청춘이 부럽기도 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한국 같으면 한창 교실 또는 학원 책상에 코를 박고 수학 문제집 하나 더 풀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느라 바쁠 것 같은데, 이곳은 월요일 오전부터 이렇게 미술관에 와서 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나의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학생들이 단체로 미술관에 가서 그림 설명을 들었던 적이 한 번도 없던 것 같다. 물론 수학여행 등을 통해 유적지 방문을 하고 설명을 듣기도 했겠지만 이렇게 학기 수업 중에 미술관 찾은 기억은 없다. 프랑스인들은 어릴 적부터 수많은 유명 미술관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학교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레 감수성과 창의성도 계발하게 되고, 문화예술분야에서 강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한, 문화예술분야의 일이나 직업을 갖지 않더라도 프랑스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그림을 자유롭게 감상하고, 미술관을 드나드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Fussli는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아서 주로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렸다. 맥베스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에 관한 그림을 그렸다. 주로 분위기는 어둡고 스산하다. 공포를 느끼고 있는 인물의 표정과 감정을 잘 포착해서 그렸다. 그는 꿈, 악몽, 환상 이러한 주제의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 그림이 무섭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했다. '꿈은 그림에서 덜 다뤄지지 않는 분야 중 하나다'라는 Fussil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잘 그리지 않는 꿈, 악몽 이런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갔다.


맥베스에 나오는 3명의 마녀/ 햄릿에 나오는 장면/ 로미오와 줄리엣. 출처: 모니카


나는 거의 매일 꿈을 꾸는 편이다. 그중 재밌고 좋은 꿈도 있고, 악몽도 꽤나 있다. 어릴 적에는 매일 악몽을 꿔서 밤에 침대에 누우면 잠을 자기 싫을 정도였다. 잠에 들면 또 악몽을 꾸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잠드는 것이 두려웠던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나는 여러모로 꽤나 힘들었나 보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고 책에서 봤다.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는 것이 꿈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크려고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그건 어른들이 지어낸 이야기 같다.


Fussli는 악몽(Le Cauchemar)으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미술계에서 이 작품으로 큰 인정을 받았다. 전에 보지 못한 영역의 그림이라 사람들이 매우 놀라기도 했지만, 신선하다는 평으로 그는 단번에 유명세를 얻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대부분 잠을 자고 있다. 그 인물 주변에는 기괴한 동물이 그려져 있다. 심지어 나체로 자고 있는 한 여인의 배 위에 올라앉아 있는 몬스터를 그린 그림은 무섭다. 악몽을 아주 잘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여인이 평온한 듯 잠에 깊게 빠져있지만 그 여인의 머릿속에는 몬스터가 등장해서 그녀를 누르고 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니, 어쩌면 사람이 악몽을 꾸는 순간에 실제 몬스터 또는 귀신이 내 몸 위에 앉아 있거나 내 몸을 누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잠을 자는 동안에는 내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잠자는 모습을 계속 영상으로 촬영하면 알 수도 있겠지만 실제 괴물 또는 귀신이 영상 속에 등장하면 정말 무서울까 봐 그렇게는 못하겠다.


악몽이라는 제목의 그림. 악몽에 대해 정말 잘 표현한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출처: 모니카


작가는 꿈, 악몽, 환상 이런 것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작품을 다 보고 나니, 학생 무리의 단체 관람도 거의 끝이 났다. 다 같이 좁은 방을 빠져나왔다. 그 당시 자크마르와 앙드레가 살았던 침실방을 한번 둘러본 뒤 미술관을 나왔다. 이곳에 딸린 레스토랑은 꽤나 유명하다고 알고 있다. 식당 사방 및 천장이 화려한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전에 아이 친구가 생일을 이곳 미술관에서 한 적이 있는데, 아뜰리에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곳 레스토랑에서 모두 다같이 생일 케익을 먹으며 파티를 한 적이 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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