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대화의 몰입
한국에서 돌아온 뒤, 지인들을 만났다. 그중 가장 먼저 S네를 9월 2일에 만났다. S는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며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24년 차 프랑스 살이라서 거의 프랑스사람인 S는 이번에 고국 음식인 이란 요리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늘 우리 가족을 살뜰하게 챙기는 S. 저녁 모임에 디저트 케이크와 한국에서 사 온 선물을 들고 갔다.
다들 건강히 잘 지내고 있었다. 여름 바캉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각자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 줬다. 그녀는 꼭 한번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란 음식은 한국과 비슷한 면이 있다. 쌀을 먹는다. 쌀에 오렌지 껍질과 다른 무엇을 넣었는데, 맛이 좋았다. 어린 닭을 사서 국물을 맛있게 끓여냈는데 일품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치면 동그랑땡 같은 것인데 그것도 직접 일일이 다 만들어서 준비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보였다. 오이를 잘게 썰어 요거트, 마요네즈, 각종 향신료 등을 넣어 직접 만든 이란 스타일 소스는 상큼했다. 이란 음식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것 같다. 신랑도 맛있다며 잘 먹었다. 와인을 곁들이고, 각종 이야깃거리들을 나누며 저녁은 더욱 무르익어갔다.
유튜브에서 임작가 TV를 즐겨본다. 최근 영상 중에서 대화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대화의 기술이 4가지가 있는데, 1) 기브 앤 테이크 2) 음식 3) 인원 고려 4) 밤이라고 했다. 이날 저녁 가족 식사 자리는 이 4가지가 모두 잘 맞아떨어졌다. 1) 한 사람이 대화를 독점하지 않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한다. 2) 그냥 대화를 하기보다는 먹고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면 엔도르핀이 돌고 신뢰감과 유대감이 쌓인다. 3)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는 최대 인원은 4명이다. 4) 낮보다는 밤에 대화를 나누면 더욱 매력적이다. 이날 우리 가족의 만남은 위 4가지가 모두 적용되었다. 어른 4명은 밤에 만나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적절히 주고 받았다.
또한, 임작가 님은 대화의 몰입에는 1) 형평성 2) 유사성 3) 반응성이라고 한다. 1) 대화를 형평하게 주고 받아야 하지 한 명이 독점하면 안되며, 2) 가치관이 서로 맞아서 대화에 유사성이 있어야 하며, 3) 상대가 지겨워하면 그만 말해야 하는데 상대 표정을 읽지 못하고 혼자 계속 말하면 반응성이 깨진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S와 나는 대화의 몰입도가 높다.
한국에서 사 온 아이들 옷, 학용품, 그리고 S를 위한 각종 한국 화장품을 선물했다. 그녀는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데 내 선물을 받고 너무 기뻐했다. 마스크팩 한 박스와 바디 필링젤을 너무 좋아했다. 일본을 좋아하는 그녀에게 일본 종이학 열쇠고리와 일본 세안제를 주니 너무 좋아했다. 그러고 나자 그녀는 종이백 하나를 내게 스윽 건넸다. 안에는 샤넬 세안제와 향수가 들어있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한 값비싼 선물에 안 줘도 되는데 왜 주냐고 반문했다. 나는 고국에 오랜만에 갔으니 선물 주는 것이 당연하지만 너는 내게 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났으니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 남편 시골 고향에서 직접 따서 손수 만든 블루베리 잼을 선물로 줬다. 집에서 빵에 발라 먹었는데 자연의 맛 그대로 신선함이 가득했다.
친한 이웃들에게 한국에서 돌아왔다고 연락을 했고, 우진이가 사 온 선물을 친구들에게 줄 겸 만났다. 유대인 Y는 자기 집에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했다. Y에게 줄 마스크 팩을 포함한 선물과 아이들 학용품을 가지고 갔다. 집에 딸이 3명이라서 딸 3명 것을 모두 챙겨갔다. Y는 방학마다 이스라엘에 가는데 이번에도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에서 사 온 이스라엘 참깨 디저트를 선물로 줬다. 참깨 좋아하냐고 묻길래, 한국인이면 당연히 참깨, 참기름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에게 빵에 하얀색 크림을 발라주길래 뭐냐고 물으니, 흰 생선살을 갈아서 만든 것인데 쨈처럼 발라먹는다고 했다. 생선살을 발라먹는다고? 으. 느끼할 것 같은데. 한번 맛을 보여주길래 먹어 봤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이것은 아이들 건강에도 참 좋을 것 같다. 유대인들이 먹는 음식인가? 아무튼 영양도 좋고, 맛도 좋고, 딸들이 식빵에 쓱쓱 발라서 잘도 먹었다. 딸들에게 지극정성인 유대인 엄마이다. 참깨 디저트를 집에 가져와서 신랑과 먹기로 했다. 유대인들은 코셔 인증 식품만 먹는데, 덕분에 코셔 인증 식품을 경험해본다.
V네, I네에도 놀러 가서 한국 학용품 선물과 마스크팩 등을 선물로 나눠줬다. 아이들끼리 놀고, 엄마들끼리는 바캉스 어떻게 보냈는지 근황 토크를 했다. 이곳에서 한국의 샤파 같은 연필깎이를 사용하지 않는 문화라서 연필깎이를 선물해 주니 너무 좋아했다. 모든 연필들을 다 꺼내 오더니 연필을 죄다 깎았다. 그리고는 나무들을 유리병에 모으기 시작했다. V와 I 모두 똑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이게 이렇게 신기할 일인가 싶었다. 나무를 만지니 기분이 좋다며 내게 만져보라고 했다. 이곳은 마스크 팩이 저렴하지 않고,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 마스크 팩을 주니 이곳 엄마들이 너무 좋아했다. 앞으로 만나는 엄마들마다 한 두 개씩 나눠줘야겠다.
E는 한 달 동안 모로코에서 휴가를 보내고 돌아왔다. 한국에 있을 때도 사진을 주고받긴 했지만 직접 보니 E는 정말 많이 컸다. 서핑도 하고 말도 타고 스포츠를 많이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살이 빠져보였다. 방학 동안 모든 아이들이 한 뼘씩 훌쩍 자라 있었다. E엄마 F는 모로코 컵,열쇠고리, 특산품을 줬다. 대추같이 생겼고 맛도 대추인데훨씬 크고 맛이 달고 좋았다. 낙타와 태양이 그려진 모로코 컵에다가 우진이는 물을 따라 마셨다.
그렇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엊그제 모로코 마라케시 근처에 큰 지진이 일어났다. 엄청난 지진이었고, 뉴스에서 연일 방송했다. 현재까지 3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뉴스를 접하고 바로 F에게 너의 가족 및 친구들들 괜찮냐고 안부를 물었다. 다행히 자기 지인들 중에서는 다친 사람이 없다고 했다. 늘 마라케시에 가는 그녀이기에 지인들이 괜찮은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그녀는 신경 써줘서 고맙다고 했다. 모로코에게 빨리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