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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04. 2023

은퇴 후 삶이 설레요

아파트 관리인 마담 M 이야기 2화

그녀는 요즘 들어 즐거워 보였다. 귀걸이를 준 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점점 꺼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요즘 영어를 배우러 다니고 있다고 했다. 뇌이쉬르센에 있는 케임브릿지 인스티튜트에 매주 2번 간다. 한 번에 1시간 반. 내가 알기로는 그곳은 비용이 꽤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리인 월급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월급으로 비싼 사립 기관에 자기 계발 명목으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기 쉽지는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 돈으로 영어를 배우러 다니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Formation이라고 해서 자기 계발 항목에서 수업 비용을 전액 지원받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42년 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그만큼 지원금도 많이 쌓였다고 설명했다.


왜 영어를 배우시냐고 물으니, 영어를 배워서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것이라고 했다. 옆에 있는 아이가 내심 들었으면하는 마음으로 "맞아요! 영어를 배우는 것은 무척 중요해요. 영어를 할 줄 알면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도 대화를 하고, 다른 나라를 다닐 수 있지요!“라고 크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영어를 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의 보는 창문이죠. 영어를 해야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어요."라고 응수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는 아이는 속으로 ‘다들 영어 공부를 하는구나. 영어는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그녀는 현재 67세인데 올해까지 일하고 내년 1월에 은퇴한다고 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은퇴가 너무 기다려져요. 너무 설레요. 나는 42년을 일했어요. 이제 이 일이 끝나가요. 끝나면 나는 다른 나라를 여행 다닐 거예요. 일 한다고 못 누린 문화 생활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사람도 만날 거예요. 딸과 손주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거예요. 봉사 활동도 할 거예요. 지금부터 어떤 봉사 활동을 할지 알아보고 있어요." 그녀는 설레는 마음 가득한 채 내게 자신의 은퇴 후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은퇴 후 삶이 기다려지다니 멋지네요! 봉사 활동하는 것도 멋진 계획이에요. 영어를 그래서 열심히 배우고 있군요. 근데 마담 M, 은퇴하더라도 경제적인 상황은 뒷받침이 되는 거죠? 은퇴 후 연금 액수가 얼마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는 말했다. "그럼요. 매달 1700유로(한화 약 240만원)를 받게 되요. 그 돈이면 충분해요. 나는 내 집도 있고, 모아둔 돈도 있기 때문에 매달 받는 연금으로 여행도 다니고 여생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녀는 남편이 있는데, 남편도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1700유로는 오롯이 자기 몫이라고 했다. 관리인이 1700유로 이니, 일반 직장인의 경우에는 이 액수보다 더 될 것 같다.


한국이었다면, 아파트 관리인 일을 평생하고 나서 은퇴 후 삶이 기다려진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비단 관리인 뿐 아니라 일반 평범한 직장인들도 은퇴 후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프랑스는 연금이 받쳐주니 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어서 빨리 은퇴하고, 은퇴 후 삶을 기대한다. 대부분 이곳에서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은퇴 후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보면 대다수가 여행을 답했다. 아이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도 우선은 여행이라고 하셨다. 시골 별장에 가서 텃밭도 가꾸고, 문화생활도 많이 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각종 미술관, 박물관, 음악회에 가보면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드신 노인분들이 많다. 그들은 은퇴하고 나서 매일 문화 공간을 찾아다니며 문화생활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한국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더 오래 경제 활동을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더 오래 일을 해서 돈을 더 벌려고 한다. 반면 프랑스는 어서 빨리 은퇴해서 남은 세월을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며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 프랑스 전역에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있었다. 2년 더 일하고 싶지 않고, 빨리 은퇴를 하고 싶어한다.


물론 여기에는 양국의 조세 및 연금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세금을 많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빨리해서 그동안 세금을 많이 낸 만큼 자신의 삶을 보상받기를 원한다. 사회 경제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사회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퇴 후 삶을 기대하며 설레어 하는 프랑스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한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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