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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31. 2020

드디어 만 세 살! 만세! 프랑스 국제학교

프랑스 국제학교 허와 실

2019년 9월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우진이는 이제 프랑스 정부의 공립학교인 마떼흐넬에 입학할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프랑스는 만 3세가 되면 국가에서 제공하는 의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만 3세에서 만 5세까지 다니는 이곳은 연령별로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있으며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 점심 식사의 경우 개인의 소득에 따라 비용을 지불한다. 10단계로 나누어진 비용의 경우 소득 기준표에서 가장 낮은 1의 경우 점심 한 끼당 0.47유로이며 가장 높은 경우는 7유로이다.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점심을 먹고 있는 한 아이는 0.47유로 내고, 옆에 앉은 아이는 15배 많은 비용을 내고 먹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 정부가 추구하는 사회 복지 체계이다. 평등을 추구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수입 한 푼 없는 사람도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현재 주재원으로 파리에 와 있기 때문에 주재원 혜택 중에 국제학교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공립 마떼흐넬이 아닌 사립 국제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15구에 위치한 EIB(Ecole International Bilangue), 두 개 언어를 사용하는 국제 학교라는 뜻을 가진 이 학교에 우진이는 입학하게 되었다. 하루에 30분씩 매일 프랑스어 수업이 있고, 그 외 시간은 전부 영어로 수업하였다. 우진이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초반에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우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담임 선생님은 미국 샌디에이고 출신의 여성이었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여 이곳 파리에서 직장을 구한 니콜이라는 아담하고 예쁘게 생긴 선생님이 우진이 담임 선생님이었다. 나는 니콜에게 인사하며 우리 우진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유치원 선생님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차가움이 감도는 여성이었다. 

만 3세 아이들의 학급인 Nursery에는 세계 곳곳에서 온 14명의 아이들로 채워졌다. 러시아, 브라질, 독일, 나이지리아, 중국, 한국, 인도 등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대부분 국제학교는 학비가 매우 비싸서 주재원 자녀들이 대부분 많이 다닌다. 물론 자기 돈 내고 다니는 집도 있겠지만 아주 부자가 아니고서는 엄두가 잘 나지 않는 금액이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재미있게 노는 아이들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프랑스 국제학교 Nursery


월 4백만 원 비용을 지불하고 다니는 국제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이 학교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국제학교라는 다양성과 영어를 쓴다는 것 외에는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었다. 선생님이 학기 초 나눠줄 법한 학습 계획서 같은 것도 없었다. 나눠 주겠다고 말한 것이 1년이 다 지나서도 나눠주지 않았다. 국제학교 시스템의 특징일 수도 있는데 학교가 너무 자유분방한 분위기였다. 제약도 많이 없고, 숙제도 많이 없는 학교를 아이들은 분명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주변에 들리는 말로는 공립 유치원보다 못하다는 소리도 종종 들렸다. 나는 내가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었던 국제학교에 대한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영어를 쓰는 분위기 하나만큼은 강점이다. 국제학교가 다양항 국적을 아이들을 입학시켜서 영어로 수업을 하는 것 외에, 다양성, 글로벌이라는 강점을 내세우는 것 외에는 무엇이 도대체 다른 일반 공립학교보다 나은지 잘 모르겠다. 사실 높은 학비에 비해 시설도 열악한 편이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영어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도 다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인지 씁쓸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회사에서 비용을 전액 지불해주니 1년을 다녔다. 우진이는 1년 사이 친구도 사귀고, 영어도 늘고 즐거운 국제학교 생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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