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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Oct 31. 2020

한국 어린이집 VS 프랑스 어린이집

왜 프랑스에는 어린이집 사건 사고가 덜할까?

아이는 크레쉬를 약 9개월 동안 다녔다. 다니는 동안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프랑스어도 조금 배웠다. 무엇보다 우진이가 그곳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서 다행이었다. 9개월간 크레쉬 생활을 하면서 나는 틈틈이 크레쉬라는 곳을 관찰하였다. 왜냐하면 종종 한국 뉴스에서 어린이집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에 찍힌 영상으로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는 그때마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아이가 잠을 안 잔다고 저렇게 때릴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 자연히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이곳 어린이집인 크레쉬는 혹시 그런 일은 없는지 아이를 픽업하러 갈 때마다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을 몇십 명씩 다루다 보니 선생님들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동이 절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이곳 프랑스는 선생님들이 받는 스트레스나 압박이 한국에 비해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에게 하는 특유의 말투가 있다. 아이들을 대할 때는 아이들에게 맞춰서 귀엽게 어리게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은 아이들에게도 어른한테 말하듯이 말하고 대한다. 아이들이라고 특별히 더 말투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소진도 덜하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도 특별히 잘 보이려 하는 것도 없다. 어린이집 교사들까지도 시크한 프랑스! 


아이를 데리러 오면 그날 있었던 일과를 간략하게 부모에게 알려준다. 오늘 무엇을 잘 먹었고, 무엇을 안 먹었으며, 화장실은 몇 번 갔는지,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등 각 항목별로 간단하게 알려준다. 늘 하는 아이의 하루 일과만 간단하게 알려주지 더 자세하게 말해주는 것이 없다. 학부모의 질문에는 단답형으로 대답해줄 뿐이다. 아이가 다쳤을 때에도 놀다가 다쳤다고 당당히 말하고(미안한 기색은 전혀 없다.) 학부모도 이의를 크게 제기하지 않느다. 즉, 학부모에게도 에너지 소진이 덜하다. 역으로 학부모들도 선생님에게 바라는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시크하게 맡기고 각자의 일터로 돌아가기 바쁘다. 서로 깔끔한 관계이다. 학부모끼리도 말을 잘 안 하니 과연 이들은 자기 아이가 다니는 곳에서 친한 친구는 누군지 단체 생활은 잘하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은 건가 싶을 정도이다. 끝으로,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그들의 보스인 원장에게도 에너지를 덜 쏟는다. 무슨 말이냐면 기관의 장인 원장에게도 그다지 눈치를 보지 않는다. 언젠가 나는 크레쉬 담임 선생님과 대화 중이었는데 원장님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원장님은 선생님 옆으로 다가와서 우리 대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계셨다. 분명 선생님도 원장님이 옆에 계신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선생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였고, 우리의 대화가 다 끝이 나자 그제야 원장님께로 고개를 돌린 후 “무슨 일이시죠?” 하고 물었다. 원장님도 그런 상황이 불쾌하지 않다는 눈치였다. 이처럼 프랑스 사회에서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그 상대의 지위를 막론하고 대화 중에 제삼자가 끼어들지 않는다. 대화 중인 두 사람의 시간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원장님과 선생님 사이에도 상하관계가 비교적 수평적이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원장님의 눈치를 보거나 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학부모 스트레스 또는 상사에게 쏟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동료들 간에도 수평적인 관계이다. 선생님들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 교실과 다른 층에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쉬는 공간에서 편히 쉬다가 다시 내려온다. 선생님들이 하루 종일 일하는 공간인 일터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 외의 것들, 즉 상사인 원장님, 학부모 등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받을만한 스트레스가 적다 보니 자연히 아이들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프랑스인들의 조직문화가 비교적 수평적이라는 것에서 어린이집도 또 하나의 회사라고 볼 때 비교적 스트레스가 덜한 덕분에 아이들의 사건 사고도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느 날, 나는 유튜브에서 한국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모여서 각자의 고충을 얘기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다가 사고가 생기기도 하는데 학부모들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사실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이 곳 프랑스에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다. 학부모가 요구한다고 해서 어린이집에서 들어주지도 않을뿐더러, 이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없다. 크레쉬 안에서는 담임 선생님들의 자율과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원장도 학부모도 선생님들에게 개입 또는 요구 사항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직접 돌보는 가장 중요한 선생님들의 심신이 비교적 편안할 수밖에 없고,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는 어떤 다른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어린이집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시크한 선생님들 가이드 아래에서 즐겁게 생활한다. 나름의 규칙과 규율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을 한다.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면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가 최고의 칭찬이다. 더 이상 자세하게 말해주지도 않고 아이의 세세한 발달 사항을 구구절절 나열하지도 않는다. 

‘꽁떵Content(행복해)’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도 없고 평가도 없다. 나는 종종 선생님께 우진이가 말은 하는지 불어는 잘하는지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 다르니 말을 늦게 하더라도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정말 아이의 속도는 제 각각이다. 나는 알면서도 괜히 또 물어보고 그랬었다. 어떤 날은 한국 맘 카페에 들어가서 우진이 또래 아이들의 언어 수준이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기웃기웃거렸던 적도 있다. 많은 부모들이 이때쯤 되면 다른 아이들은 말도 잘하는데 자기 아이만 말을 못 한다고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는 글들을 보았다. 그 글에 달린 댓글에는 언어치료를 받아보라고 하는 글들도 꽤 많았다. 그런 댓글들을 무시하고 싶어도 읽고 난 이상 잔상에 남는다. 


한국의 비교 문화는 자기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나는 프랑스에 살면서 서로가 비교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아이만 보는 문화 속에 내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매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내가 속한 환경과 문화에 동화되기 쉽다. 나는 그렇고 싶지 않은데 내 육아 철학은 그렇지 않은데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렇게 비교하고 평가하면 나도 귀가 얇아지고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한 적이 없었다. 언어의 제약으로 인해 대화 나눌 사람도 없었고, 친구도 없었다. 이것이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로지 내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파리에 거주하는 동안 단 한번도 프랑스 TV에서 어린이집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왜 한국은 이곳 프랑스와는 다르게 종종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 닷페이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보육 교사는 사진 찍는 기계? 어린이집은 군대?>라는 제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조직 문화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어린이집 시스템이 자칫 교사들로 하여금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어린이집 구조적인 문제 또는 조직 문화와는 상관없이 어린이집 교사 개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개인의 성품 또는 자질이 의심되는 어린이집 교사들도 분명 있다. 그들은 처벌을 받아 백번 마땅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이가 너무 좋아서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들의 초기 열정과 꿈을 사그라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이에 대해 정부, 시민 사회, 학부모들이 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교문 밖에 있는 외부 게시판에 각종 공지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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