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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ul 12. 2021

따뜻함이 차가움보다 어쩌면 더...

와인 농가 서리 피해에서 육아를 생각하다

얼마 전 프랑스 주요 와인 산지 전반에 서리 피해 관련 기사를 보았다.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캐나다와 미국 서부 지역의 열돔(Heat Dome) 현상 뉴스 기사를 관심 가지고 읽어보고 있다. 프랑스 포도밭의 서리 피해 또한 기후 변화의 일환으로 벌어진 일이다. 이 또한 기후 변화 관련 기사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읽는 와중에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와 Pierre-Simon Laplace Institute 연구원 Robert Vautard는 "지구 온난화는 서리로 인한 피해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성장기가 더 일찍 시작되고 서리가 덜 심해지지만 이로 인해 포도나무가 추위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이는 명백한 역설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기후 변화로 인한 따뜻한 온도가 포도의 성장을 비정상적으로 촉진시키고, 이로 인해 추위에 더 많이 노출되는 치명적인 현상이 일어나서 따뜻함이 오히려 추위보다 포도나무를 일찍 죽게 했다는 역설이 발생했다. 


따뜻함이 차가움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면 무심코 넘길 수도 있는 문장인데, 현재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그런지 이 문장은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왔다. 


서리 피해는 4월이 너무 추웠기 때문이 아닌 기후 변화로 인해 3월이 너무 따뜻했기 때문이다. 3월의 너무 따뜻한 날씨로 인해 포도는 평소보다 빨리 자랐고, 4월의 추위에 오히려 취약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빨리 자란 포도는 빨리 죽었다. 


아이 키우는 일도 이런 것이 아닐까?


여기서 기후 변화로 인한 따뜻함이란 육아에 대입하자면, 온실 속의 화초, 과잉보호, 지나친 관심과 애정... 

이런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다. 반면 추위 또는 서리는 고난, 역경, 실패, 좌절 이런 단어를 적용할 수 있다. 


아이를 너무 따뜻하게 온실의 화초처럼 키우면, 비바람이 부는 추운 환경, 즉 역경 또는 고난에 쓰러지고 만다. 과잉보호를 하면 실패에 쉽게 좌절한다. 지나친 관심과 애정은 아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일에는 늘 과하면 안 된다. 적당함이 필요하다. 아이를 너무 사랑한다고 너무 따뜻하게 품고만 있는다면 아이는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너무 과한 관심을 쏟는다면 그것이 집착, 욕심 등으로 변질되어 나중에는 엄마가 부담스럽다며 대화를 피할 수도 있다. 


철학자 강신주는 그의 저서 <한 공기의 사랑>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녀가 배가 고플 때, 따뜻한 밥 한 끼만 해주면 된다. 배부른 자녀에게 2 공기, 3 공기 먹이면 안 된다."


그렇다. 자녀는 딱 한 공기만 먹으면 충분하다. 근데 엄마가 자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2 공기, 3 공기 먹이고 싶어서 자꾸 밥을 준다면 아이에게 그 밥은 어느 순간 고통이 된다.  


나는 자기 전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엄마는 우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늘 응원해요."

자연스러운 성장이 중요하다. 포도가 자연의 법칙 속에서 그때그때, 때에 맞게 자라야 맹추위가 와도 견딜 수 있다. 포도를 너무 사랑해서 어서 빨리 자라라고 너무 따뜻하게 하면, 포도는 자연의 순리에서 벗어나 빨리 자라고 결국 추위에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만다. 아이를 키울 때도 빨리빨리를 외치는 것이 아닌,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녀와 적당한 거리를 두며,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주며, 과한 관심과 사랑보다는 적당한 관심과 사랑, 뒤에서 묵묵히 믿음으로 응원한다면,  아이는 그때그때 때에 맞게 자연스러운 성장을 할 것이다. 그 결과, 추위에도 끄덕 없이 잘 견뎌서 포도가 좋은 포도주로 탄생되듯이 아이도 바르고 멋진 어른으로 거듭날 것이다.   


https://france3-regions.francetvinfo.fr/bourgogne-franche-comte/bourgogne/vignes-les-cultures-en-bourgogne-de-plus-en-plus-vulnerables-au-gel-selon-des-scientifiques-2135425.html


https://www.rts.ch/info/sciences-tech/environnement/12277556-le-rechauffement-climatique-responsable-des-degats-du-gel-tardif.html


https://www.france24.com/en/environment/20210709-deadly-north-american-heat-wave-tests-the-limits-of-climate-change-models


<Lapin Bleu(파란 토끼)> painted by 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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