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은 어쩌면 나의 귀한 아이가 아닐까...
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
이전에는 무심코 보았다.
이번에 우연히 다시 읽어보면서
가슴 저릿한 경험을 하였다.
나의 육아 철학은 '아이는 가장 귀한 손님입니다'이다.
이 시에서 말하는 '방문객'이 바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아이도 손님, 즉 객이다.
나에게 찾아온 방문객인 아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존재이다.
매 순간 나와 함께하는 나의 아이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온통 뒤범벅 되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간다.
나와 함께 숨쉬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아이의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간 나와 함께 웃고 울며…
아이는 부서지기 쉽고, 부서지기도 했을 터이다.
그 연약하고 유약하며, 상처받기 쉬운 아이의 마음을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의 바람은 바로 부모이다.
내가 아이 마음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그런 세심하며, 배려 깊은 보드라운 바람이 된다면,
내 집을 찾은 방문객인 나의 아이는 환대를 경험한다.
나의 환대를 받은 나의 소중한 손님, 귀한 방문객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온전히 안고서 언젠가 바람처럼 자유롭게 내 곁을 떠날 것이다.
'환대'를 받은 방문객은 또 다른 이에게 '어마어마한 존재'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