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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ul 07. 2021

내가 먼저 주면돼요

성경 말씀의 원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니?

어느 날부터 아이는 자꾸 아침마다 집에 있는 물건을 하나둘씩 가방에 챙겨간다. 


"우진아, 뭘 자꾸 학교에 챙겨 가는 거야?"

"응~ 친구들 줄 선물"

"친구들에게 왜 선물을 주는 건데?"

"아~ 내가 먼저 주면 친구들도 나한테 뭘 주니까"


아이는 성경에 나와있는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내가 먼저 대접하라는 원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만 5살밖에 안된 아이가 내가 가르친 적도, 언급한 적도 없는 이 원리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 후 아이는 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뭘 하나씩 들고 왔다. 

별것도 아닌데 아이에게는 매우 소중하게 느껴지는지 상자에 하나둘씩 넣었다. 

작은 돌멩이, 반짝이 스티커, 비쥬, 그림 등등...

우리는 이 상자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Boite de Cadeaux(선물 상자)'


아이는 공원에서 놀다가 새롭게 알게 된 아이들에게 자기 장난감이며 과자며 잘 나눠준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집 근처 공원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내 가방을 뒤적뒤적거린다. 

아이는 가방 안에 들어 있던 초콜릿을 여러 개 꺼내서 공원에 있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하나씩 나눠주었다. 


"우진아, 모르는 아이들에게 왜 초콜릿을 주는 거야?"

"아~ 그냥 주고 싶어서. 내가 먼저 주면 아이들이 나한테 뭘 줄지도 몰라."


선물을 꼭 받고 싶어서라기 보다 그런 희망을 약간 가지고서 우진이는 아이들에게 자기 것을 나눠주는 것이 좋은 듯 보였다. 자신이 뭘 주었을 때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 즉 미소, 고마움, 행복 이런 것들을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았다. 반면 나는 속으로 비싼 초콜릿이라서(하필 그날 비싼 초콜렛을 가지고 나갔다...) 순간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마 아이한테 하지 말라고는 못했다. 아이의 의도는 지극히 선하였고, 그런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제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나는 우진이에게 내가 가진것을 나누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를 키우는 5년 동안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성선설이 맞다는 결론을 내 나름대로 냈다. 아이의 이런 행동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성선설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내가 먼저 주면, 나도 받게 되리라는 이 우주의 놀라운 원리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상처, 배신 등등의 이런 저런 세상 살이를 겪다보면, 이 원리를 삶에 일일이 적용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내 것부터 챙기고, 내 것을 우선으로 하며, 남이 먼저 주길 기대하는 마음...


나는 아이에게서 또 한 번 깨달음을 얻고 배운다. 


painted by 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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