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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Apr 28. 2020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영화 속 공간, '집'

현빈과 임수정이 연기하고 이윤기 감독이 연출한 2011년에 나온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비 오는 날 본 이 영화의 배경도 계속 비가 내린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하자면, 주인공 지석(현빈)과 영신(임수정)은 5년 차 부부이고, 어느 날 문득 영신은 다른 남자가 생겼고, 집을 나간다고 말한다. 이에 지석은 화 한번 내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 영화의 큰 매력은 바로 '집'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오브제들의 나열이다. 복층이라는 공간을 보여주는 계단과 각 층마다 있는 방 안의 분위기는 영화 속 '젊은 부부' 영신과 지석의 감각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복층이라는 공간적 구조의 '단절감'은 이 둘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영신과 지석의 복층 집_계단


마지막 층_좌식의자와 테이블




두드러지는 방은 아무래도 영신의 '작업실'이다. 출판사 직원인 그녀의 작업실의 책상 위에는 아이맥이 중앙에 놓여있다. 책을 업으로 하는 그녀의 직업답게 방안은 책으로 점령당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니다. 일렬로 높게 쌓은 책은 마치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책나무 같다. 왼쪽 벽면 포장을 벗지 않은 대형 캔버스. 곳곳에 영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작업실이다.

영신의 작업실_전체


영신의 작업실_전체


영신의 작업실_책상




또한 소품 하나하나 영신의 감각이 돋보인다. 책장 위 지구본들과 시계 다 마신 캔, 디자인 조명. 이 집에는 영신 말고 지하에 지석의 작업실 또한 존재한다. 영신의 작업실은 집에서 가장 위층, 지석은 지하. 지하에 있는 지석의 작업실은 어둡고 영신만큼 뭐가 많다.

영신의 작업실_책장


영신의 작업실_책장


지석의 작업실




그다음 소개할 공간은 거실이다. 원목으로 채워진 이 공간에 초록색 의자는 포인트이다. 이 공간에 놓인 모든 오브제가 살아있다. 어느 것 하나 따로 노는 게 없는, 모든 것이 영신과 지석의 5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한 존재들이다.

영신과 지석의 집_거실


영신과 지석의 집_거실


영신과 지석의 집_초록색 의자




영화 처음 부분에서 지석은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다. 중간에서는 영신과 지석이 머핀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얘기한다. 마지막은 함께 파스타를 만든다. 아일랜드 식탁 위의 커피 잔, 주전자, 타이머, 테이블 매트. 냉장고에 붙인 포스트잇과 사진들. 적당한 살림들로 채워진 부엌은 영신과 지석의 흔적이 가득하다.

영신과 지석의 집_부엌


영신과 지석의 집_냉장고


영신과 지석_부엌에서


영신과 지석의 집_식탁




이 영화의 모든 소품들은 생생하게 살아 공간에 숨을 불어넣는다. 저예산 영화로 스텝들의 개인 물품이 많다고 얘기를 듣고서 그제야 이 공간 속의 활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잘 된 인테리어를 얘기하고자 이 영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영화 속 이야기, 인물과의 관계를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구현하고 있다. 공간을 배제하고 얘기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공간을 잘 표현한 영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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