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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May 08. 2020

마르셀 뒤샹, <샘>

'미술관'이라는 공간

고등학교 미술 이론 수업 때, 알게 된 <샘>은 당시에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미술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의 부족으로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고 대단한지 하찮은지에 관한 감조차도 없었으니까요. 그 후 대학에 와서 서양미술사 강의을 들은 후 비로소 뒤샹을 알게되었고 <샘>을 봤습니다. 


뒤샹의 <샘>은 'ready-made' 즉, 기성품이었던 소변기를 미술관이라는 '전시공간'에 가져다 놓음으로써 그 의미가 예술 작품으로 바뀐 것을 의미합니다. 



<샘>, 1950 (1917년 원작의 복제), 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사진_국립현대미술관)


뒤샹의 <샘>은 미술계를 발칵 뒤집습니다. 화장실에서만 존재하던 기성품의 공간적 한계를 예술이라는 광범위하고 과도적인 생태계로 옮겼기 때문입니다.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미술관이라는 '전시 공간'입니다. 작품과 전시의 관계는 불가필연적입니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고 본인의 작업실에만 두면 그것이 '예술 작품'일까요? 작가 본인에게는 그럴 수 있다만 소위 사람들이 인정하는 작품이 될 수 는 없을 것입니다. (유명작가가 아니라면 더더욱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전시'를 합니다. 본인의 작품들을 다른이들에게 내보이는 행위를 거치고 그들의 평가와 값어치가 정해져야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정하는 '예술 작품'이 됩니다.


만약 이 소변기를 백화점에 전시 해놨더라면 이것은 하나의 '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인식된 미술관의 개념-예술 작품의 전시 공간-이 바로 뒤샹의 <샘>을 '예술'으로서 인식할 수 있게 해준 것이지요. 이 공간이 가진 힘이 이렇습니다. 뒤샹은 소변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선택해 미술관에 옮김으로 미술사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샘>은 공간의 변화를 통한 그 자체의 목적과 용도가 변한 것으로 그것을 가능케한 공간 '미술관'에 대해서 앞으로 몇가지의 이야기를 더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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