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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틴 May 01. 2024

하얀새

잃어버린 친구를 추억하며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로봇의 이야기

파란 하늘!


그동안 황사로 뒤덮인 하늘 아래에서 낮 동안의 빛은 소용돌이 치며 뿌연 안개 속을 헤매다 저물곤 했다.     


파란 하늘, 따뜻한 햇살, 그리고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로봇은 한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따뜻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마치 에너지를 충전하듯 움직임 없이 눈을 감고 서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로봇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빗물에 아직 마르지 않은 땅을 처벅처벅 밟으며 언덕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지금까지 로봇과 함께 해온 유일한 친구이자 생명체인 개미의 생사를 확인 하기 위해서다.

비가 온 후 로봇이 살고 있는 언덕의 모습은 크게 변해 있었다. 빗물에 의해 갈라진 땅은 마치 곧 찢어져 나갈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어느 곳은 빗물과 함께 사라져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로봇은 옛 언덕의 지형을 기억하며 개미집을 찾아 여기저기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로봇은 개미집을 둘러싸고 있던 땅과 함께 개미들도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봇은 개미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아쉬운 듯 한참 동안 쭈그리고 앉아 이제는 볼 수 없는 어떤 흔적도 없는 곳을 바라보면서 땅에 '안녕'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로봇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나 도시가 있는곳을 바라본다.


빗물은 어느새 강물처럼 물줄기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로봇은 생각했다. ‘비가 얼마나 오랫동안 온거야. 3일,4일, 아니면 일주일?’ 계산 되지않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아직 에너지를 발산하며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듯,이제 눈을 돌려 형태만 남아 있는 도시를 바라본다.      


청명한 하늘 아래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사람들로 붐빌 것처럼 웅장하게 다가왔다


그 웅장함이 느껴지는 도시 안에서 한 마리의 새가 날아오고 있었다. 하얀 빛깔의 새는 태양빛을 반사하듯 반짝이며 로봇의 머리 위로 날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로봇은 잠시 어리둥절 하면서도 감격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정말 오랜시간 만에 말을 했다.

“하얀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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