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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틴 Apr 28. 2024

천년의 기억 재생

잊혀진 꿈, 깨어난 빛

햇살이 비친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듯 건물 밖에서는 빗물이 똑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햇살을 머금은 빗방울은 떨어질 때마다 반짝이며 흩어진다.


로봇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광경에 큰 눈을 뜨고 건물 안을 살펴본다.


그러다 눈을 감고 방금까지 꾸었던 꿈들을 재생한다.


그 꿈들과 기억들을 계속 재생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함일 것이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손에 예쁜 가방을 든 하얀 피부의 소녀가 스틸컷처럼 다가온다.


'누구지?'


어디선가 본 듯한 그녀의 모습을 기억해보려 하지만, 그녀의 환한 미소는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또다시 기억을 되감으며 도시 곳곳의 장면들을 떠올린다.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며 변하는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 그것은 무엇일까?


1000년 동안 기억을 되살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려 노력해왔지만, 과거의 시공간은 사라지고, 꿈처럼 희미하게 나타나는 기억만을 되풀이하며 1000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건물 안으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온다. '따뜻한 햇살', 로봇은 비가 온 후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햇살이 비치는 세상을 보기 위해 로봇은 발걸음을 옮긴다. 예전보다 달라진 에너지로 로봇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봇은 양팔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켠다. 역시, 하늘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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