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이 많구나. 쓸데없는 옷이. 정작 필요한 건 다섯 가지 아이템
그렇게 해서 한 달 후 2025년 4월, 코디네이터와 우리 집에서 다시 만났다.
나를 소개해주신 분과 코디네이터와 우리 집에서 식사를 했다. (나는 홈파티를 좋아한다)
이 날의 목적은 술 먹고 노는 거.... 가 아닌 내 옷장과 신발을 보여드리는 것이었다.
신발은 무난하게 패쑤. 실은 임신 때 올라온 물욕으로 사두고 한 번도 안 신었던 웨스턴 부츠도 쓸만한 아이템이라는 칭찬까지 들으며 무난히 끝났으나....!
옷장은 소개하는 나 자신도 느꼈지만. 진짜 보여드릴 것도 없었다는..
스타일리스트에게 물었다. 이 정도면 옷이 많은 건가요? (나의 남편은 나보다도 옷이 많다)
네 많은 편이에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나는 해외이사를 요 근래 3년간 두 번을 하면서 (왔다 갔다 두 번) 옷을 굉장히 많이 정리했고 그나마 남겨둔 좋은 옷 (정확히 말하면 브랜드옷으로 비싼 것들)들과 그냥 평소에 입을만한 옷(정확히 말하면 애들 데리고 다니는데 부담 없는 옷) 들만 남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다니!!!!
여기서 쇼크 한번.
그리고 우리 집에서 식사가 끝나고 코디네이터에게서 문자가 왔다. 봄여름, 가을 겨울 시즌으로 아래위로 각각 5개씩 골라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래. 옷이 많은 건 아래위 매치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입을만한 옷들을 적당한 색깔로 사서 나열해 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매치를 신경 써서 산 아래위 각각 3개씩의 옷들 (조합으로 생각하면 9가지의 수가 나온다) 보다 적당한 색깔로 아무 생각 없이 산 10가지 옷들은 적당한 매치가 안되기 때문에 끽해야 5가지의 조합수밖에 안 나오는 것이다. 여기에 10가지 옷 중에 잘 안 맞거나 유행에 덜떨어진 옷까지 제외하면 입을만한 조합의 수는 2도 안되었다. 나는 조합의 수가 2도 안 되는 10가지 옷을 옷장에 걸어두고 있었다.
(고액연봉에 한창 일할 때는 어차피 정장을 주로 입었고 정장에서의 조합이란 뻔했기 때문에 대충 사도 조합이 꽤 나왔었다. 그리고 옷에 관심도 많을 때라 꽤 신경 써서 살 수가 있었다.)
전 텐션이 올라가는 옷들 아니면 안 입어요. 인생은 짧은데 그런 옷 입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아 스타일리스트의 말은 정확하고도 매우 맞지만, 나는 요 3년간 아니 요 5년간 (첫째가 5살이다) 아니다 임신까지 하면 6년간, 정말 저 말을 잊고 있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두 달. 새로 회사를 차리고 얼마 안돼서 충분한 수입은 없지만.
옷차림은 꾀죄죄하면서 눈앞에 수입을 좇는 내 모습을 버리기로 했다.
옷차림을 바꾸고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나에게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서
돈이 나에게 모이도록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