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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Nov 23. 2022

단순한 재료의 심심한 맛 "모비우스"

마블의 히어로 영화 모비우스 


워낙에 재미없다는 말을 많이 듣고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았는데, 정작 직접 감상하고 난 느낌은 "의외로 재미있는데?" 였다. 극장도 아닌 넷플릭스로 집안에서 편안히 감상했기 때문일까? 


하긴 만원 넘는 돈을 내고 극장까지 가서 두시간 가까운 시간(1시간 44분)을 꼼짝없이 붙잡혀서 보았다면 나 역시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했을지도 모르겠다 싶고, 어쨌든 왜 다들 재미가 없다고 했는지는 대충 알 것 같다. 


이 문제를 논하게 되면 제일 먼저 이야기 구조가 너무 단순하다는걸 지적해야할 것 같다. 선한 주인공과 악당의 대립, 딱 그게 전부다. 그 외에는 양념도 없고 복선도 없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굴러가는 모양새가 금방 예측이 되고 긴장감도 없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비교를 하면 그 차이가 확 드러난다. 스파이더맨 역시 기본적으로 주인공과 악당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주인공 개인의 가난한 집안 사정, 여자친구와의 로맨스, 학교 생활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며  조력자로 등장하는 아이언맨과 학교친구들 등등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들은 주인공의 행적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면서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는 요리를 할 때 다양한 식재료가 가미되는 것과 같다. 물론 요리 솜씨가 형편없다면 너무 많은 재료를 넣는 것은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되겠으나 좋은 연출과 연기가 더해진 다양한 사건과 캐릭터들은 이야기 구조를 풍부하고 맛깔스럽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모비우스는? 


사실상 주인공과 악당의 대결이 전부다. 그나마 첨가된 사건이나 갈등이라면 주인공의 불치병 정도인데 그것도 혈청 개발과 함께 말끔히 해결되고, 사람의 피를 빠냐 마냐 하는 도덕적 갈등 역시 너무나도 선한 주인공의 성격 덕에 아주 작은 고민도 없이 사라진다. 조력자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역시 딱히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요리에 비유하면, 모비우스는 아주 단순한 재료로 만들어진 생선회와도 같다. 물론 생선회도 잘 만들어지면 맛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대한 전제가 필요하다. 재료가 아주 신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모비우스의 내용은 신선한가? 절대 아니다. 



코믹스 원작이 따로 있어서 이미 내용을 뻔히 다 아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모비우스는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단 한 걸음도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간다. 아주 조금의 반전도 없고 아주 조금의 의외성도 없다. 그냥 뻔하고 식상하다.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멀다. 


조리법도 단순한데 신선하지도 못하니 이런 요리를 어찌 맛있다 할 수 있겠냐 말이다. 


정상적인 상영 기간도 한참 지난 지금 편안하게 집에서 넷플릭스로 보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극장까지 찾아가서 볼만한 작품은 아니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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