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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의 조건, 삼성 이병철 회장 철학

삼성 탐구 03 : 이병철 회장 경영 철학

by 김용년

사람을 믿지 못하면 쓰지를 말고, 썼으면 믿고 맡겨라 (疑人不用, 用人不疑)


“기업가는 무한탐구(無限探求)와 무한정진(無限精進)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말하는 걸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렸지만, 말하지 않는 법을 익히는 데는 60년이 걸렸다.”


이병철 회장, 대한민국 삼성의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입니다. 이병철 회장은 끊임없는 방황과 귀환, 고뇌와 깨달음, 그리고 절망과 도전 사이를 오가지만 결국 자신에게 부여된 '삶'이라는 소명을 열정적으로 수행해 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1930년에 와세다대학 부속 전문부 정경과에 입학했으나, 일본 유학 생활 중 건강 악화로 중퇴하고 조선으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에서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상경했으나, 2년간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냈고, 한때 이웃 친구들과 골패라는 도박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26세에 전환기가 찾아옵니다. 방문을 열고 달빛에 비친 아이들의 잠자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심정을 받았다고 합니다. 허송세월을 자책하고 밤새 공무원이 될까, 사업을 할까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의 진로를 사업으로 정합니다. 훗날 인터뷰에서 이때가 헛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삼성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다음과 같이 회고했습니다.


“어떠한 인생에도 낭비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실업자가 10년 동안 무엇 하나 하는 일 없이 낚시로 소일했다고 칩시다. 그 10년이 낭비였는지 아닌지, 그것은 10년 후에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낚시하면서 반드시 무엇인가 느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실업자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견뎌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내면도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헛되게 세월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무엇인가 남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헛되게 세월을 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훗날 소중한 체험으로 그것을 살리느냐에 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사람 욕심이 많아 삼성의 최고 자산은 인재라고 말할 정도로 인재 양성에 아낌없이 투자했습니다. 최고경영자를 잘 두어야 기업이 잘 굴러간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은 후에는 가급적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경영자의 요건을 충족시킬만한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에 무척 신경 썼습니다. 저도 삼성에 입사해서 삼성인력개발원 호암관에서 25일 동안 합숙으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교육기간 동안 이병철 회장에 대한 철학과 경영이념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내 생애의 80%는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데 보냈다. 1년의 계(計)는 곡물을 심는 데 있고, 10년의 계는 나무를 심는 데 있으며, 100년의 계는 사람을 심는 데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재 선발과 관리를 매우 중시했으며, 평소 이렇게 눈여겨봐 뒀다가 일을 맡긴 사람들 덕분에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하였습니다.


인재의 중요성에 대해 이병철 회장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국가의 발전이 유능한 지도자에게 달려 있다면, 기업의 발전은 유능한 경영자에게 달려 있다.”


“의심이 가거든 사람을 고용하지 마라.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그리고 고용된 사람도 결코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 그리고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


“사람은 그릇의 크기만큼 일한다. 사장의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을 사장에 앉혔을 경우에는 그 사람도 죽고 그 직책도 죽는다.”


그리고 경영자의 요건으로 다음의 7가지를 강조했습니다.


1. 덕망을 갖춘 훌륭한 인격자여야 한다.

2. 탁월한 지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3. 신망(信望)을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

4. 창조성이 풍부한 인물이어야 한다.

5. 분명한 판단력(判斷力)이 있어야 한다.

6. 추진력(推進力)이 있어야 한다.

7. 책임(責任)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이병철 회장은 한국전쟁이 끝나고 폐허가 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거칠고 좁은 길을 개척한 경제 거인 중 한 사람입니다. 이병철 회장이 열정적으로 성공의 방식을 찾은 것처럼, 여러분도 미래가 낯설고 좁은 길일지라도 자신의 재능에 맞는 꿈을 찾아 용감하게 도전하기를 희망합니다.


크게 보고 멀리 보면서 위대하게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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