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 137만 명 돌파
지난해 고용시장의 질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휴업이나 폐업, 구조조정, 사업 부진 등으로 인해 원치 않게 직장을 떠난 비자발적 퇴직자가 급증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MD)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는 137만 2954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2023년 대비 10만 6761명(8.4%) 증가한 수치다.
비자발적 퇴직이란 개인적인 사유(급여 불만족, 가사, 육아, 심신장애, 정년퇴직 등)가 아닌,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 전체 퇴직자 가운데 비자발적 퇴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9%에 달하며, 이는 곧 퇴직자 10명 중 4명이 원치 않게 회사를 떠났다는 뜻이다.
비자발적 퇴직자의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2019년 132만 9927명에서 2020년 180만 6967명으로 급증한 이후, 2021년 169만 3825명, 2022년 129만 8454명, 2023년 126만 6191명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내수 부진과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다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초단시간·단시간 근로자 사상 최대치 기록
고용시장의 질적 악화는 비자발적 퇴직자 증가뿐만 아니라, 초단시간 및 단시간 근로자의 급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주 1~17시간 일한 '초단시간 근로자'는 250만 명으로 2023년 대비 23만 2000명(10.2%) 증가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또한, 주 36시간 미만의 '단시간 근로자' 역시 지난해 881만 명으로 집계되면서 900만 명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2857만 6000명) 중 단시간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0.8%로 상승하며,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즉, 국내 취업자 3명 중 1명은 단시간 근로자인 셈이다.
반면, 주 53시간 이상 근무한 장시간 근로자는 274만 1000명으로 2023년 대비 32만 7000명(10.7%) 감소했다. 이는 근무 환경이 전반적으로 단시간 노동 위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채용 방식 변화, 단시간 근로 증가 원인
단시간 근로자가 증가한 이유로는 기업들의 채용 방식 변화가 꼽힌다. 과거 정기적으로 진행되던 대규모 신입 공채는 점차 사라지고, 경력직 수시 채용이 확대되면서 구직자들이 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졌다. 이에 따라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초단시간·단시간 근로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또한,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을 신중하게 운영하면서 정규직보다 시간제 근로자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시간 근로자를 활용함으로써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필요할 때만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 보다 유연한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용시장 위기, 해결책은?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의 질적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업들도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에게 보다 나은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편, 구직자들 또한 변화하는 채용 트렌드에 맞춰 지속적인 역량 개발과 경력 관리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단시간 근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구직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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