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이혼 20년간 급증하다 감소세, 집값 하락이 영향을 미쳤나?
한때 급증하던 황혼 이혼이 최근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6배나 늘었던 황혼 이혼(혼인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2022년부터 줄어드는 추세로,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황혼 이혼 건수의 변화가 집값 흐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혼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혼인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 2년 연속 감소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지속 기간이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 건수는 1만 4794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 7869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2년 1만 5651건, 2023년 1만 4794건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전까지 황혼 이혼은 전체 이혼 건수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며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이혼 건수는 2001년 13만 4608건에서 2021년 10만 1673건으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황혼 이혼은 3058건에서 1만 7869건으로 5.8배나 늘었다.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 확산과 인구 고령화로 인해 황혼 이혼이 증가했지만, 2022년부터는 다시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섰다.
집값 하락이 황혼 이혼 감소에 영향?
전문가들은 황혼 이혼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꼽는다. 한국부동산원의 자료에 따르면, 주택 매매가격 지수 상승세가 꺾인 시점은 2022년 2월(지수 104.8)로, 황혼 이혼 감소세와 시기가 겹친다.
가사·이혼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이현곤 변호사는 “황혼 이혼은 오랜 기간 경제공동체로 자산을 형성한 부부의 선택이므로, 재산 분할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하락하면서 나눌 재산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이혼을 망설이는 사례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경기 둔화와 물가 급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경제적 불안 요소가 이혼 결정을 주저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늦어지는 결혼, 달라지는 황혼 이혼 패턴
또한 만혼(늦은 결혼) 증가도 황혼 이혼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임영일 인구동향과장은 “이혼의 전제조건인 혼인 연령이 높아지면서 황혼 이혼이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혼 연령은 남성 34.0세, 여성 31.5세로 점점 늦어지고 있다. 혼인 시기가 늦어지면서 30년 이상 결혼을 유지한 부부들이 이혼을 고민하는 시점도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후 대비와 경제적 독립이 어려운 현실도 황혼 이혼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황혼 이혼 후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커지면서, 많은 부부가 갈등 속에서도 동반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혼 이혼, 앞으로의 전망은?
전문가들은 향후 황혼 이혼의 흐름이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 노후 생활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늦어지는 결혼 연령이 맞물리며 황혼 이혼의 패턴도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산하면서 이혼 자체를 더 이상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현실과 노년기 독립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만큼, 황혼 이혼이 다시 증가할지, 아니면 지금의 감소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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