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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 닫는 카페들

줄줄이 문 닫는 카페들, 끝없는 생존 싸움

by 김용년

줄줄이 문 닫는 카페들, 끝없는 생존 싸움


고물가 시대에 원두값 폭등까지 겹치면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커피 소비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치솟는 원가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카페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개인 카페들은 마진 감소와 경영난 속에서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원두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로부스터 원두는 이달 12일 기준 톤당 5817달러로 1년 전보다 70% 가까이 올랐고, 아라비카 원두도 9675달러(지난 13일 기준)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주산지인 브라질과 베트남이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원두값 상승을 부추겼고, 여기에 미국의 관세 정책까지 더해져 올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 카페들은 가격을 인상하며 손익을 조정할 수 있지만, 개인 카페들은 가격을 올리기도, 그렇다고 손실을 감수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10평 규모의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 초 아메리카노 한 잔당 원두 비용이 500~600원이었는데, 최근에는 800~900원으로 올라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고품질 원두를 고수할지,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해 품종을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경영난 속에서 실제로 많은 카페들이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의 소상공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커피전문점 매출은 전분기 대비 9.5%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일반 식당의 매출 증가와는 대비되는 수치이며, 패스트푸드와 술집의 매출 감소폭(1%대)보다도 훨씬 큰 폭이다.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자, 상대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커피 소비부터 줄이면서 커피전문점의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심화된 것도 커피전문점의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하면서, 개인 카페들은 더욱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메가커피·빽다방·컴포즈커피’로 대표되는 저가 커피 브랜드의 매장 수는 지난해 8000개를 돌파하며 불과 4년 반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개인 카페들이 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 창업은 불나방 같은 상황”이라며 “잘 되는 가게 옆에 또 다른 카페가 금세 들어서다 보니, 대형 브랜드와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 카페들은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커피전문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형 브랜드들은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원두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거나, 오히려 저가 커피 시장에서 규모를 더욱 키우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하지만 개인 카페들은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되고, 그렇다고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 마진이 사라지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결국 커피전문점 시장은 구조조정의 시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원가 부담이 지속된다면 개인 카페의 폐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자영업자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커피 한 잔도 부담이 되는 시대, 과연 국내 커피 시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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