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가 들려주는 단단한 마음의 기술 04
우리는 흔히 '쓸모'라는 기준으로 사람과 사물을 평가합니다. 어떤 것이 유용하면 가치가 있다고 여기고, 쓸모없으면 무가치하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일까요?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도 예상치 못한 가치가 숨어 있다면 어떨까요?
고대 중국의 철학자 혜시는 큰 조롱박을 얻었습니다. 그는 그것을 물통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제대로 쓸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조롱박을 깨뜨리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장자(莊子)는 혜시에게 말합니다. "그렇게 큰 조롱박을 왜 단순히 물통으로만 사용하려 했는가? 그것을 반으로 잘라 배를 만들면 강을 건너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햇빛을 가리는 그늘막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혜시는 조롱박을 단순한 물통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쓸모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무용(無用)이라 여겼던 것이 오히려 새로운 쓸모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무용지용(無用之用)'의 개념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유용한 사람이 되라고 요구합니다. 직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며, 경쟁에서 앞서가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실용적이고 경쟁적인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깊이 고민하며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아냅니다. 어떤 사람은 숫자와 데이터를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는 데 유능하고, 어떤 사람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재주가 있습니다.
만약 혜시처럼 단 하나의 기준으로만 쓸모를 판단한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쓸모없는 존재로 여길 수도 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실용적인 기술이 없을까?" "왜 빠르게 결정하지 못할까?" "왜 남들처럼 똑같이 성과를 내지 못할까?" 하지만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면, 우리가 가진 다른 능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빛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대기업에서 일해야 할까요?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단순히 숫자로만 평가받아야 할까요? 어떤 환경에서는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능력이, 다른 환경에서는 가장 가치 있는 재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찾고, 그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실패도 다시 생각해 보면 다른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이 막혔을 때, 그것을 단순히 '실패'라고 규정하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전혀 다른 방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조롱박이 물통으로는 쓸모없지만 배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가진 능력도 다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직은 흔히 정형화된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사람, 매출을 높이는 사람, 숫자로 실적을 증명하는 사람이 높이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정말 쓸모없는 존재일까요? 오히려 장기적으로 조직을 성장시키는 사람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보이지 않는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을 평가할 때 하나의 기준만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것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시각을 가지는 것입니다.
혜시는 조롱박을 물통으로만 사용하려 했기 때문에 그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자는 생각을 바꾸면 조롱박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신을 바라볼 때 단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삶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흐르며, 쓸모없다고 여겼던 것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살다 보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새로운 용도를 찾지 못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삶은 하나의 방식으로만 활용할 수 있는 조롱박이 아닙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롱박'은 무엇인가요? 아직 활용되지 않은 능력이나 기회가 있지 않나요? 당신이 버리려 했던 것, 쓸모없다고 여겼던 것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세요. 그것이 바로 무용지용, 쓸모없음의 쓸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