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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자가 들려주는 단단한 마음의 기술 02

by 김용년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흔히 오래 사는 것이 행복이며, 출세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긴 생애를 누리는 것이 축복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아닐까요?


고대 중국의 전설 속 인물인 팽조는 800년을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보통 사람들의 수명을 생각하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긴 세월입니다. 하지만 장자(莊子)는 팽조의 삶이 정말 긴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는 하루살이, 매미, 거북이, 그리고 나무의 삶을 예로 들며 시간의 상대성을 이야기합니다.


연못가를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는 아침에 태어나 저녁이면 생을 마감합니다. 하루살이에게는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삶의 전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달’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루살이의 세계에서 시간은 단 한 번의 낮과 밤으로 이루어집니다. 매미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에 태어나 여름을 살아가는 매미는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나뭇잎 사이에서 짧은 생을 보냅니다. 그래서 가을과 겨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매미에게는 한 계절이 전부입니다.


반면, 초나라 남쪽 바다에는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있습니다. 이 거북이는 500년을 봄으로 보내고, 다시 500년을 가을로 살아갑니다. 즉, 천 년이 한 번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 긴 시간을 사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춘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다시 8천 년을 가을로 삼습니다. 거북이의 눈으로 보면 팽조의 800년조차 하루살이의 하루처럼 짧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입니다. 하루살이에게 하루가 전부이듯, 매미에게 여름이 전부이듯,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갑니다. 팽조의 800년도, 하루살이의 하루도, 춘나무의 8천 년도 결국 그 안에서 얼마나 충실히 살아갔느냐가 중요합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 오래 살고, 더 많은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요? 누군가는 100년을 살아도 무의미할 수 있고, 반대로 누군가는 30년을 살면서도 깊고 충만한 인생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장자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짧더라도 충실한 인생을 살 것인가, 거북이의 천 년을 살 것인가?” 그는 삶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순히 긴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삶의 가치는 단순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 담아내는 가치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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