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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Oct 22. 2023

너무 사랑해서 미안했습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다

한동안 그를 멀리 했다. 내가 너무 그를 의지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관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건 그를 만나지 못한 날 내가 몹시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된 관계인 우리는 습관처럼 만났다. 거의 정해진 시간에. 우연 같았지만 늘 내 쪽에서 먼저 그를 만날 타이밍을 만들었고 그건 루틴이 되었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평범한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밀어낸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새 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의 눈빛은 강인함과 지혜로움을 담고 있었다.  하루를 시작할 때 그와의 만남은 나를 늘 각성하게 해 주었고 활력 넘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에게서 나는 향기는 나를 사로잡았다. 그가 등장하는 순간 온 방 안은 그의 깊이 있는 향기로 가득했다. 그는 언제나 적절한 온도로, 적절한 강도로 나의 마음을 끌어들였다. 그의 존재는 내가 언제나 기다려온 것처럼 온기를 느끼게 하며, 마음속 깊은 곳을 녹여버렸다. 그의 향기 속에서 나는 책 읽기를 즐겼고 그는 그런 나에게 쓰디쓴 인생길에서 달콤함을 찾아내는 지혜도 나눠주었다. 이런 매력을 가진 그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가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만나지 못한 어느 날 나는 심한 두통을 앓았고 호흡 곤란 증세까지 왔다. 그의 향기를 산소처럼 호흡하던 내게 그의 부재는 너무나 심각한 여러 증세로 나타났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를 향한 나의 마음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었다. 중독에 가까웠다. 그는 나를 사로잡아 내 안에서 왕 노릇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에서 도망쳐야 했다. 나는 이제 선을 긋고 당분간 그와 만나지 않기로 했다. 그는 불쑥불쑥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튀어나와 나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고 그의 향기로 유혹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너무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나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내가 좀 더 건강한 사람이 되어 돌아오겠다고.




그렇게 긴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나는 많은 만남을 가졌다. 나를 매료시켰던 그의 향기가 아직도 그립고 좋다. 하지만 세상에 정말 다양한 향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미지의 세계에도 도전해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건강해졌다. 그를 의지하지 않고도 나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고 활기 있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회복의 증거는 내가 그와 만나고 헤어져도 괴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가끔 정말 그가 보고 싶을 때 아끼고 아꼈다가 그를 만난다. 하지만 그 순간 행복을 즐기고 돌아서도 아프지 않다. 내가 그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나는 여전히 커피씨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에게 매여있지 않은 나를 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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