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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Oct 20. 2023

튼튼한 할머니가 될 거야!

운동 지속을 위한 빼박 프로젝트

지난 1년 간의 내 모습 중 칭찬하고 싶은 것이 있다. 살을 뺀 일. 처음엔 살을 빼려고 시작한 게 아니다. 반백년 사용해 수시로 고장 나는 허리와 무릎을 위해 근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 영상을 찾았다. 예전에 어깨가 아팠을 때 필라테스를 따라 하다가 씻은 듯이 나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필라테스 영상으로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할 때 가족들의 반응은? '조심해! 제대로 된 동작으로 해야지 어설피 따라 하다가 다친다. 어...당신 동작이랑 저 여자 동작이랑 다른데...ㅎㅎㅎ' (-..-);


한 한 달간 거의 매일 했다. 몸에서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처음보다 따라 하기 쉬었다. 초급 단계에서 시작했다가 중급 단계로 넘어갔다. 김칫국물 묻은 헐렁한 티셔츠에 냉장고 바지 입고 하고 싶지 않은 단계. 그래서 예쁜 운동복을 샀다. 그 운동복이 요물이다. 입으니 날씬해 보인다.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런데 너무 정적이다 보니 슬슬 재미가 시들해진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존재가 하나님 다음으로 알고리즘이 아닌가 싶다. 시들해질 때 즈음 알고리즘은 이건 어때하며 웃는 얼굴이 너무 예쁜 흑인 언니의 영상을 추천해 주었다. 그녀의 트랜스포메이션 과정을 보여준 쇼츠였는데 홀딱 반했다. 그녀의 채널에 들어가 이것저것 해보다가 영상 2개 정도에 정착했다. 살 빠지는 게 보이는 단계. 누가 나이 먹고 매일 운동하는 거 아니라고 말해준다. 그런 얘기는 또 잘 듣는다. 30분짜리 고강도 운동을 일주일에 2~3회 정도 했다. 결과는 7kg 감량, 요요 없음. 


식단이 궁금하겠다. 아침엔 공복에 따뜻한 차 한 잔(매우 중요! 배변 효과 짱이다.), 과일 등을 먹었고 점심을 잘 챙겨 먹었다. 아무거나. 그리고 오후에 간식 조금 먹고 저녁은 먹지 않았다. 특별한 비법이랄 게 없다. 사람들이 어떻게 뺐냐고 묻는데 해줄 말은 싱겁기 짝이 없게 '운동하고 덜 먹었어요'이다. 오래 지속하려면 안 하던 짓을 첨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안 먹던 것을 식단에 추가하면 하다가 그만 둘 확률이 높다. 하지만 먹던 걸 빼는 건 훨씬 쉽다. 이렇게 해서 유지 중. 


집순이가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인 홈트로 이 정도면 성공했다 생각하는데 요새 좀 꾀가 난다. 그래서 만천하에 자랑질을 하고 운동 안 할 수 없게 몰아가려고 이 글을 쓴다. 난 튼튼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튼튼한' 어린이 손자들과 잘 놀아줄 수 있는 '튼튼한' 할머니가 되는 게 목표다. 여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내 영혼의 집이 되어준 몸에게 감사하며 이젠 내가 잘 가꿔줘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오늘도 덤벨 들고 스쾃!




요샌 가족들의 '리스펙'을 받고 있다. 운동할 때 옆에서 장난치며 내 동작을 우스꽝스럽게 따라 하던 남편도 스쾃(스쾃이 맞는 표기라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음)을 틈나는 대로 한다. 아들은 나랑 같이 운동을 하다가 헉헉거리며 '엄마가 이걸 어떻게 해요?'란다. 내가 글을 꾸준히 쓰겠다고 결심을 하는데 원동력이 되어 준 게 운동인 것 같다. 1년 간 꾸준히 이어온 운동이 내 자존감을 높여준 게 확실하다. 하나하나 지경과 깊이를 확장해서 뭔가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튼튼한 할머니도 좋고 작가 할머니는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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