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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선문답

by 정영기


선문답 (禪問答) 선승들은 어린 제자들이 스스로를 표현하도록 훈련시켰다. 각기 다른 두 절에 어린 동자승이 하나씩 있었다. 한 동자승이 매일 아침 채소를 구하러 가다가, 길에서 다른 절의 동자승을 만나곤 했다. "어디 가느냐?" 하고 한 아이가 물었다.


"내 발이 가는 곳으로 간다." 하고 다른 아이가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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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답에 어리둥절해진 첫 번째 아이는 스승에게 도움을 구하러 갔다. 스승이 그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 그 꼬마를 만나거든 똑같은 질문을 하거라. 그 아이는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니, 그러면 너는 이렇게 되물어라. ‘만약 발이 없다면 어디로 가는 것이냐?’ 하고 말이다. 그러면 그 녀석도 꼼짝 못 할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은 다시 만났다. "어디 가느냐?" 첫 번째 아이가 물었다.


"나는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간다." 다른 아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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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답에 또다시 말문이 막힌 아이는 스승에게 자신의 패배를 알렸다. "그에게 바람이 불지 않으면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보거라." 스승이 제안했다. 다음 날, 아이들은 세 번째로 만났다. "어디 가느냐?" 첫 번째 아이가 물었다.


"시장에 채소 사러 간다." 다른 아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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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아이의 대답이 재미있어요.


두 번째 아이는 선(禪)적인 마음, 즉 깨어있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그의 대답은 미리 생각해 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진실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내 발이 가는 곳으로 간다.": 이는 '목적지'라는 미래의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걷고 있다'는 현재의 행위 자체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생각에 빠져 걷는 것이 아니라, 걷는 행위와 하나가 된 상태입니다.


"나는 바람이 부는 곳으로 간다.": 이는 '나'라는 개별적 존재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조건(인연, 因緣)의 흐름에 순응하며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바람(조건)과 나(존재)가 둘이 아니라는 무아(無我)의 경지를 표현한 '살아있는 말'입니다.


"시장에 채소 사러 간다.": 이 마지막 대답이 이 이야기의 백미입니다. 첫 번째 아이와 스승이 온갖 현학적이고 철학적인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때, 두 번째 아이는 가장 평범하고 구체적인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는 불교의 위대한 진리가 저 멀리 고상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행하는 아주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의 가르침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깨달음'이란 밥 먹고, 차 마시고, 시장에 가는 일상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말잘돼 #안심정사 #법안스님 #할수있어 #서산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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