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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참된 번영

by 정영기

한 부자가 센가이(Sengai) 선사에게 그의 가문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글을 써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대대로 소중히 간직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센가이 선사는 큰 종이를 얻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아버지가 죽고, 아들이 죽고, 손자가 죽는다."


부자는 화를 냈습니다. "저는 제 가족의 행복을 위한 글을 부탁했는데! 왜 이런 농담 같은 것을 쓰십니까?"


"농담할 의도는 없습니다, " 센가이가 설명했습니다.


"만약 당신 자신이 죽기 전에 당신의 아들이 죽는다면, 이것은 당신에게 엄청난 슬픔을 안겨줄 것입니다. 만약 당신의 손자가 당신의 아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당신과 당신의 아들 모두 가슴이 찢어질 것입니다. 당신의 가족이 제가 적은 순서대로 대대로 세상을 떠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순리이며, 저는 이것을 참된 번영이라고 부릅니다."


센가이 선사의 "아버지가 죽고, 아들이 죽고, 손자가 죽는다"는 이야기는 언뜻 보면 냉정하고 섬뜩하게 들릴 수 있지만, 불교의 근본 교리인 무상(無常)과 수용(受容)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깊은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위 내용을 불교적으로 해석하고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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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본 교리: 무상(無常)의 수용

해석: 부자가 추구했던 '영속적인 번영'은 불교가 부정하는 개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하며, 생성되고 소멸합니다. 이것이 바로 무상의 진리입니다. 인간의 삶과 죽음 역시 이 무상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분석: 센가이 선사가 제시한 "아버지가 죽고, 아들이 죽고, 손자가 죽는" 순서는 무상의 법칙이 순리대로 적용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나이 든 존재가 먼저 소멸하고, 뒤따라 어린 존재가 소멸하는 것은 자연의 질서이며, 이 질서가 유지될 때 비로소 가장 적은 고통이 발생합니다.


2. 괴로움(苦)의 원인과 해소

해석: 부자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순리가 깨지는 것입니다 (예: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 불교에서 괴로움(苦, Dukkha)은 집착(執着)과 저항**에서 비롯됩니다. 부모가 자식의 요절(夭折)을 겪을 때 느끼는 극심한 고통은, 자연의 순리가 깨지는 것에 대한 가장 격렬한 '저항'의 표현이자, 자식의 삶에 대한 '영원한 지속'을 바랐던 집착이 무너지는 데서 오는 괴로움입니다.

분석: 센가이 선사는 부자에게 "순리대로의 죽음"을 '참된 번영(Real Prosperity)'이라고 명명함으로써, 무상함의 현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수용) 괴로움의 가장 큰 덩어리인 비탄과 절망이 발생하지 않음을 가르칩니다. 고통(Pain)은 피할 수 없지만, 괴로움은 선택 사항이라는 '두 개의 화살 이야기'와도 맥락을 같이합니다.


3. 진정한 부(富)와 깨달음의 관점

해석: 부자는 자신의 재산이나 명예가 대를 이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습니다. 이는 물질적 '부(富)'에 대한 집착입니다. 센가이 선사가 정의한 '참된 번영'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고통스러운 순리의 파괴를 겪지 않는 정신적 안정을 의미합니다.

분석: 이 이야기는 부처님의 말씀("왕의 지위를 티끌처럼 여기고... 고가의 비단옷을 누더기처럼 본다")처럼, 세속적인 가치를 전복시키는 선적(禪的) 통찰을 보여줍니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순리(죽음의 순서)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세상의 어떤 재산이나 사치보다도 귀한 가치이며, 궁극적으로 평정심이라는 마음의 보물을 지키는 길입니다


결론

'참된 번영' 이야기는 부자에게 죽음과 소멸이 삶의 일부이자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직시하도록 요구합니다. 선사는 부자의 세속적인 욕망("번영")을 이용해, 그에게 영원한 것만을 추구하는 집착을 버리고 무상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평화롭고 고귀한 삶의 상태임을 가르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불교의 핵심적인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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