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꽃 옆의 여백

by 정영기

봄빛이 얕게 번진다.
가느다란 가지 위, 제비 한 마리.
눈동자에 맑은 하늘이 스며 반짝인다.
꽃잎이 숨을 고르듯, 마음도 한 박 쉬어간다.


날개는 서두르지 않는다.
작은 발로 가지를 붙들고, 한 번의 숨으로 세계를 견딘다.
위로는 멀리서 오지 않는다고, 이 가까운 자세가 말해준다.
말보다 자세, 속도보다 균형.


오늘 우리는 큰 약속 대신 작은 자리를 내어주자.
꽃 옆에 여백을 남기고, 하늘을 조금 더 보자.
할 수 있는 일: 따뜻한 차 한 잔, 조용한 안부.
그렇게 하루를 붙들면, 마음은 가벼워지고 길은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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