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가장자리

by 정영기

불안은 이유 없이 찾아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음은 이미 파도처럼 흔들린다.
그 감정의 뿌리를 더듬다 보면, 불안은 결핍이 아니라 감각이다.
세상과 나 사이의 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불안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불안이 사라진 자리엔, 무감각이 남는다.
불안은 경계에 선 마음의 떨림이다 —
그 떨림 덕분에 우리는 멈추고, 질문하고, 다시 시작한다.
삶의 방향은 언제나 그 불안의 가장자리에서 바뀐다.


오늘 나는 불안을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곁에 둔다.
그 불안이 가리키는 곳이 어쩌면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나의 새로운 가능성일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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