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목에 종을 달고 오지 않는다

by 정영기

핀란드에는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는 흥미로운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Vahinko ei tule kello kaulassa." 직역하면 "사고는 목에 종을 달고 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마치 소나 양이 목에 단 종소리를 '딸랑딸랑' 울리며 걸어오듯, 불행은 미리 예고하고 친절하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속담은 혹독한 자연 속에서 생존해야 했던 핀란드 사람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입니다. 길고 어두운 겨울과 예측 불가능한 기후는 '괜찮겠지'하는 안일함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하는 자세는 문화가 아닌 생존 방식 그 자체였습니다. 불행은 그림자처럼 불쑥 나타나며, 오직 철저한 준비만이 그 무자비함으로부터 자신과 공동체를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사고가 종을 달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일상에도 그대로 투영됩니다. 갑작스러운 재정적 위기, 건강의 이상 징후, 혹은 업무상의 치명적인 실수 등 삶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어려움은 경고 없이 닥치기 마련입니다. 이 속담은 우리에게 일이 터진 후 후회하는 대신, '예방'이라는 행위의 근본적인 중요성을 조용히 상기시켜 줍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불행은 피해를 증폭시킬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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