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의 늦가을

by 정영기



바람이 맑다.

강가의 자작나무가 얇게 떤다.

낙엽은 발밑에서 마른 빵처럼 부서진다.

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그냥 걷는다.



왜 우리는 식어가는 계절에서 마음을 되찾을까.

그건 남은 것과 잃은 것을 저울에 올리기 쉬워서다.

어쩌면 진실은 큰 말이 아니라, 숨 사이의 공기다.

견딘다는 건 오늘 할 일을 오늘 하는 일이다.


해는 일찍 진다.

술 한 잔의 온기도 오래 가지 않는다.

나는 오늘의 일을 조용히 마친다.

당신은 오늘, 어디까지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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