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욕망이 행동에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삶은 종종 그 반대로 움직인다. 작은 시작이 허기를 달래고, 첫 시도가 갈망을 깨우며, ‘하는 일’이 ‘원하게 되는 마음’의 엔진이 된다. 우리가 반복해하는 일이 우리의 성격과 욕구를 훈련한다는 뜻이다. 일상에서도 이 무늬는 도처에 보인다. 취미가 천직으로 바뀌고, 망설이던 친절이 소명이 되며, 첫 성공이 더 대담한 모험의 자리를 마련한다. 관련된 사례들을 살펴보자.
노인 산티아고는 거대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기 직전, 미끼를 준비하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장면입니다.
“이제 낚싯바늘을 단단히 고정하고 채비를 갖춰야 해. 저 물고기는 미끼를 물 거야. 물어야만 해. 그러면 모든 것이 시작되지.”
노인 산티아고는 수많은 날을 허탕 치며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 거대한 청새치를 낚기 위해 채비를 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작'입니다. 일단 미끼가 물리면(먹기 시작하면), 이제 노인은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 없이 자신의 모든 기력과 지혜를 집중하게 됩니다. '시작' 자체가 '몰입'과 '투지'라는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과 글쓰기에 대한 에세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달리기는 고통스럽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하고 20분 정도 지나면, 그 고통 속에서 미묘한 쾌감이 발생한다."
하루키는 달리기와 글쓰기를 동일 선상에 놓고 봅니다. 두 행위 모두 규율과 꾸준함을 요구하며, 시작할 때의 저항이 강하지만 지속할수록 숙련도와 내적 만족감을 얻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운동이나 창작 활동을 시작하기를 두려워하거나 미루는데, 하루키는 고통을 수반하는 초기 단계를 일단 넘어서야 비로소 '몰입의 영역'에 진입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단 쾌감이 발생하고 '식욕'이 생기면, 달리기는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과 자기 단련의 수단이 됩니다. 즉, 행동의 결과가 또 다른 행동의 동기가 되는 순환 구조를 보여줍니다.
샤이어는 호빗족이 사는 평화로운 마을이었으며, 주인공 프로도 배긴스 역시 평범한 일상을 사랑하는 호빗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양아버지 빌보가 111번째 생일에 물려준 '마법 반지' 때문에 시작됩니다. 현명한 마법사 간달프는 반지의 정체가 어둠의 군주 사우론(Sauron)이 중간계를 지배하기 위해 만든 절대적인 힘을 가진 '하나의 반지'임을 밝혀냅니다.
이 반지는 사우론의 힘 그 자체였으며, 사우론은 반지를 되찾기 위해 그의 가장 무서운 하수인인 나즈굴(반지 악령)들을 샤이어 방향으로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평화로웠던 샤이어는 순식간에 어둠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간달프는 이 치명적인 상황을 알리며 프로도에게 반지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프로도는 샤이어를 구하고 중간계를 구하기 위해 반지를 가지고 숨겨진 안전한 장소로 떠나야만 했습니다. 이 떠남은 프로도에게 지금까지의 안전하고 안락한 삶 전체를 포기하는,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운명과 의무에 의한 강제적인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프로도의 여정은 단순한 임무 수행을 넘어, 그가 스스로의 의지와 용기를 발견하고 사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됩니다.
에미넴의 노래 「Lose Yourself」는 2002년 영화 『8 마일 (8 Mile)』의 주제곡으로, 에미넴 자신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 노래는 가난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래퍼 'B-Rabbit'의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 주인공이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다짐하는 핵심적인 구절이 나옵니다.
"너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뿐이야,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마. 왜냐하면 기회는 일생에 단 한 번만 오기 때문이지. “
이 구절은 '단 한 번의 강제적인 시작 → 폭발적인 몰입'이라는 속담의 의미를 가장 극한의 상황으로 끌어올립니다. 주인공에게 '단 한 번의 샷(Shot)'은 먹어야만 하는 초기 행위입니다. 이 기회를 잡고 무대에 오르는 순간, 이제 그는 모든 불안감을 떨쳐내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승리를 향해 몰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