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불편함(Friction-Maxxing)

by 정영기

Friction-Maxxing은 일부러 불편함이나 마찰(friction)을 늘리는 선택을 통해 더 나은 집중, 판단, 성장을 얻으려는 태도나 전략을 말합니다.


보통 우리는 시간을 아끼고 노력을 줄이기 위해 마찰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자동화, 추천 알고리즘, 원클릭 결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죠. Friction-Maxxing은 이와 반대로, 너무 편해져서 생각 없이 흘러가게 되는 상황에 의도적인 불편함을 추가합니다. 그 불편함이 멈추어 생각하게 만들고, 선택을 자각하게 만든다고 봅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고생을 미화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겁니다. 목적 없는 고통이 아니라, 통제권을 되찾기 위한 불편함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 재생을 끄거나, 손글씨로 메모를 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일부러 걷는 것처럼 작고 관리 가능한 마찰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이 개념은 생산성, 자기 관리, 디지털 웰빙 같은 맥락에서 자주 쓰입니다. 특히 즉각적인 보상과 과잉 편의가 집중력과 판단력을 약화시킨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합니다. Friction-Maxxing은 느려지자는 주장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편리함을 의식적인 선택으로 바꾸자는 제안에 가깝습니다.


불편함에는 생각할 시간이 따라옵니다. 예를 들어 메모 앱 대신 종이에 직접 적어보는 일, 자동 추천 대신 서점에서 한참을 서성이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 손이 더 가고 시간이 더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 머리가 움직입니다. 무엇을 왜 선택하는지 스스로 묻게 되죠. 이 질문이 쌓이면 삶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이 개념은 고행이나 자기 학대와는 다릅니다. 일부러 괴로운 상황에 자신을 던지자는 말이 아닙니다. 핵심은 통제권입니다. 너무 매끄러워서 생각 없이 흘러가던 부분에, 내가 개입할 여지를 만드는 겁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하는 것처럼 작고 현실적인 선택이면 충분합니다.


Friction-Maxxing이 주는 가장 큰 변화는 감각의 회복입니다.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지루함과 불편함에 과민해집니다. 조금만 느려도 답답해하고, 즉각적인 보상이 없으면 금방 포기하죠. 불편함을 받아들이면 이 기준이 서서히 바뀝니다. 기다림과 반복이 다시 견딜 만한 것이 됩니다.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동 로그인을 끄고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해 보세요. 출근길에 이어폰 없이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그 틈에 생각이 떠오르고 주변이 보입니다. 이 작은 마찰들이 하루를 조금 더 내 것으로 만듭니다.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Friction-Maxxing은 삶을 더 어렵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더 깨어 있게 살기 위해 불편함을 선택하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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